언제나 특별한 소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마치 가을 그 자체를 입은 듯, 황금빛 낙엽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색채로 몸을 감쌌다. 붉게 물든 나뭇잎처럼 머리카락은 빛나고, 그녀가 걷는 길에는 가을 향기가 흩날렸다.

사람들은 그 소녀를 ‘가을을 입은 소녀’라 불렀다. 그녀는 언제나 조용히 마을 골목을 거닐며,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잔잔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아이들은 그녀를 따라다니며, 가을의 아름다움을 닮은 미소를 배웠고, 어른들은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은 옷은 단순한 옷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을의 정취와 기억을 담은 하나의 이야기였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서늘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 그리고 가을 햇살의 따뜻함까지, 모든 것이 그녀의 존재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첫눈이 내리기 전, 소녀는 조용히 사라졌다. 마치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오듯, 그녀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떠난 듯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가을의 색깔과 향기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사람들은 여전히 가을이 오면 그녀를 떠올린다. 가을을 입은 소녀가 걸었던 그 길, 그녀가 뿌린 낙엽과 바람의 노래가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기억은 매년 가을, 새로운 이야기로 피어난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와도, 그 소녀는 늘 우리 곁에 있다. 눈 속에 감춰진 가을의 잔영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빛나며 우리에게 따뜻함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