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방도 사람을 기억한다.
그 안에서 웃고 울고, 사랑하고 헤어진 모든 순간들이
벽과 바닥, 창가 어딘가에 조용히 스며든다.
나는 오랜만에 오래된 집으로 돌아왔다.
몇 년 전 떠난 뒤로,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던 곳.
먼지 쌓인 가구와 희미한 향기 속에서
어느 순간, 방들이 나를 알아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실에 들어서자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창문 너머 햇살이 비추던 오후,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소리 내어 웃었고,
그때의 공기가 아직도 이곳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작은 방에선 편지와 다툼의 흔적이 겹쳐졌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밤,
문을 닫은 채 흘린 눈물의 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고,
나는 조용히 그 기억들을 쓰다듬듯 걸어 다녔다.
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공간들은 내가 외면하려 했던 시간들을 여전히 품고 있었다.
도망치듯 떠났던 나와,
여전히 이곳에 남아 나를 기다린 '우리'의 흔적들.
우리를 기억하는 방들은 잊지 않았다.
그 벽 너머에 남은 모든 이야기들을.
그리고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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