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뒤편의 정원에 서 있었다. 수년간 돌보지 못한 탓에 꽃들은 시들고, 흙길엔 잡초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곳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소중한 장소였다. 바로 그와 함께 만들었던, 그들의 정원.
그는 늘 꽃을 좋아했다. “사람의 마음도 꽃처럼 피었다가 지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작은 모종을 심던 그의 손길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이후, 소연은 정원을 찾지 않았다. 슬픔이 너무 커서, 그곳에 발을 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소연은 문득 그 정원을 다시 찾았다. 손에는 그가 남긴 작은 씨앗 봉투가 들려 있었다. ‘봄이 오면 꼭 심어줘.’ 봉투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땅을 고르고, 젖은 손으로 씨앗을 뿌렸다. 빗방울이 흙 위로 떨어지며 그 씨앗을 감싸 안았다.
며칠 후, 작은 새싹이 돋아났다. 그것은 마치 그가 보내는 인사처럼 느껴졌다. 바람이 불고, 잔잔한 햇살이 비쳤다. 소연은 매일 그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던 꽃이 폈어요.” 말할 때마다 눈물이 떨어졌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조금씩 따뜻해졌다.
시간이 흘러 정원은 다시 꽃으로 가득 찼다. 붉은 장미, 흰 백합, 노란 들국화까지… 그녀는 비 오는 날이면 그곳을 찾아가 앉았다. 비와 눈물이 섞여 흘러내려도, 그 속에는 슬픔보다 평온이 더 많았다.
이제 소연은 안다. 이 정원은 단지 꽃이 피는 곳이 아니라, 그리움이 자라나는 곳이라는 것을. 눈물로 가꾼 이 정원은 그와의 추억으로 피어나, 그녀의 마음 한켠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비가 내릴 때마다, 그 정원은 여전히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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