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오래된 시계탑 근처에서 한 아이가 홀로 서 있었다는 것.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나, 같은 길을 천천히 걸었다고 했다. 누구도 그의 이름을 몰랐지만, 사람들은 그를 ‘시간을 걷는 아이’라 불렀다.

아이의 발걸음은 언제나 조용했다. 그는 마치 세상의 소음을 듣지 못하는 듯, 오직 자신의 길만을 따라 걸었다. 누군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고, 손을 흔들어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오래 멈춰 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이거나, 시든 꽃이 피어나는 일들 말이다.

마을의 노인 하나가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갔다. “넌 어디서 왔니?” 아이는 잠시 노인을 바라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러 왔어요.” 그 한마디는 마치 바람처럼 흩어졌지만, 그 순간 노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자신이 오래전 잃어버린 손자의 목소리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이는 다시 시계탑 앞에 나타났다. 이번엔 작은 모래시계를 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천천히 뒤집으며 말했다. “이건 사람들의 기억이에요. 모래가 다 떨어지면, 그 기억은 사라지죠.” 그 말을 남기고, 아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하늘 위의 구름이 갈라지고, 빛 한 줄기가 아이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