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밑에는 하얀 안개가 출렁거렸고, 머리 위에는 끝을 알 수 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가 그녀를 앞으로 이끌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그가 기다리고 있어.”
바람은 마치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수아는 그 말을 따라 걸었다. 하늘의 끝을 향해. 구름은 점점 짙어졌고, 발걸음이 무거워질수록 가슴은 이상하게 가벼워졌다. 오래전 잃어버린 누군가의 얼굴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를 본 건, 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공항의 창가 너머로 그가 돌아서던 뒷모습. “곧 돌아올게.” 그 말은 약속이자 이별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수아는 그날 이후 매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혹시 그가 다시 하늘 끝에서 걸어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어느새 바람은 잦아들고, 눈부신 빛이 앞을 가득 채웠다.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눈이 시릴 만큼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수아.”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녀의 심장이 조용히 울렸다.

그는 손을 내밀었고, 수아는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그러나 동시에 눈물이 흘렀다. “이제 괜찮아요. 나, 많이 기다렸어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만 쉬어도 돼.” 순간, 세상이 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