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태양은 하늘을 가득 채우고, 매미 소리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민재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로 향했다. 그곳에는 언제나 지수의 웃음이 있었다. 햇빛 아래 반짝이던 그녀의 머리카락, 파도보다 맑던 웃음소리 — 모든 것이 여름의 빛이었다.

둘은 매일 그 바다에서 만났다.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웃었다. “이 여름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수가 그렇게 말하던 날, 민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바다를 보았다.

하지만 여름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폭풍이 몰아치던 그날, 지수는 홀로 바다를 보러 갔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누구도 그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몰랐다. 남은 건 젖은 모래 위에 떨어진 조개 목걸이 하나뿐이었다. 민재는 그 목걸이를 쥔 채 끝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시간은 흘렀고,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민재에게 여름은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의 냄새만 맡아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여전히 지수가 남긴 빈자리를 안고 살아갔다. 누군가는 말했다. “이젠 잊을 때도 됐잖아.”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사라진 게 아니라, 여름이 사라진 거야.”

어느 해 여름, 그는 다시 그 바다를 찾았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모래 위에 앉아 눈을 감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민재야, 여전히 여름을 기다리고 있구나.” 눈을 떠도 아무도 없었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날 저녁, 바다 위로 붉은 노을이 번졌다. 파도는 천천히 밀려와 그의 발끝을 감싸며 속삭였다. “여름은 사라지지 않아. 네 마음 속에 아직 남아 있잖아.” 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래,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렇게, 사라진 여름이 다시 그의 마음속에서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