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 속에는 낡은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다. 세월의 냄새가 배어 있는 누런 종이, 그리고 낯익은 필체. 지민은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보낼 수 없었던 그 사람의 마지막 편지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봉투를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마음속 시간만 멈춰 있는 듯했다.
편지를 열자, 잉크는 군데군데 번져 있었다. 그러나 그 글씨 하나하나는 여전히 생생했다.
“지민아, 이 편지를 읽을 땐 나는 아마 그곳에 없을 거야. 미안하다는 말, 수백 번도 부족하겠지. 하지만 그리움은 죄가 아니니까, 나를 미워하지 말아줘.”
그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하지만 지민은 여전히 그날 이후 편지를 보내지 못했다. 말로도, 글로도, 이별을 끝내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밤 책상 위에 편지지를 꺼내고는 다시 넣기를 반복했다. 그에게 보낼 마지막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지민은 처음으로 펜을 들었다.
“당신이 없는 세상은 여전히 낯설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리움이 아픔이 아니라, 당신이 나와 함께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요. 고마웠어요. 그리고 사랑했어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이 모두 담겨 있었다.
편지를 접어 창가에 두었다. 바람이 살짝 불어 봉투가 흔들렸다. 달빛이 하얗게 비치며 종이를 감쌌다. 지민은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이제 정말, 잘 가요.” 그리고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속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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