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골동품 가게 한켠, 유리장 안에 작은 모래시계가 놓여 있었다. 세상 어느 것보다 평범해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면, 단 한 번만 뒤집어라.”
윤하는 그 문장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그녀는 그 약속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 그가 떠나던 날.
모래시계를 뒤집는 순간, 세상이 멈췄다. 모래가 천천히 흘러내리자, 공기도, 빛도, 시간도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떴고, 놀랍게도 그는 아직 떠나기 전이었다. 같은 거리, 같은 하늘, 그리고 같은 미소.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단지 그녀의 마음만 달라져 있었다.
이번엔 말해야 했다. “가지 말아요.” 그녀는 그에게 달려가 외쳤다. 하지만 그는 놀란 눈빛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방금 전에 인사했잖아.” 그 순간, 윤하는 깨달았다. 모래시계는 단지 ‘시간’을 돌리는 게 아니라, ‘기억’을 바꾸는 도구라는 걸. 그녀만이 과거를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래는 점점 줄어들었다. 윤하는 애타게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가 머무는 세상은 점점 흐릿해졌다. 마지막 한 알의 모래가 떨어질 때,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윤하…” 그 한마디가 공기 속에 머물며, 모든 것이 빛으로 흩어졌다.
윤하는 다시 골동품 가게에 서 있었다. 모래시계는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단 한 가지 달라진 건, 그 안의 모래 색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회색빛이던 모래가 이제는 금빛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이젠 알아요. 시간은 돌릴 수 없지만, 사랑은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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