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품고 세상에 빛을 내리던 그 별은 이제 서서히 식어가며 어둠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별에는 여전히 존재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몽상가"**라 불렀다. 세계가 끝나기 전, 마지막 꿈을 꾸기 위해 남겨진 자들이었다.

몽상가들은 더 이상 육체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음의 형태로 별의 핵 속에 잠들어, 빛이 꺼지는 순간까지 현실을 짓고, 허상을 부수며 끊임없이 꿈을 만들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꿈의 조각들은 별의 표면에 흩어져, 언뜻 보면 사막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바다, 숲, 도시가 어지럽게 겹쳐진 풍경이었다. 꿈은 그들의 마지막 언어이자, 시간에 맞서는 저항이었다.

그들 중 한 명, ‘에일린’은 다른 몽상가들과 달랐다. 그녀는 단순히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꿈을 통해 별의 기억을 읽었다. 별이 탄생한 순간부터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진 기록들. 에일린은 그 기억 속에서 하나의 진실을 보았다. 이 별은 스스로를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계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이었다.

에일린은 몽상가들의 중심에 다가가 말했다. “우리가 꿈꾸는 이유는 끝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끝 너머로 이어질 문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녀의 말에 몇몇은 고개를 돌렸고, 몇몇은 꿈을 멈췄다. 하지만 일부는 고요히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새로운 꿈을 꿨다 — 죽음이 끝이 아닌, ‘전이’가 되는 꿈을.

시간이 흘러, 마침내 별은 완전히 붕괴했다. 빛은 사라졌고, 허공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잿더미 속에서 미약한 반응이 시작되었다. 몽상가들의 마지막 꿈이 형체를 얻어 새로운 차원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별은 죽었지만, 그 안에 있던 마음은 소멸하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별의 씨앗이 되었고, 첫 번째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어딘가, 우주를 떠돌다 문득 별빛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속삭임이 전해진다. “우리는 끝에서 꿈을 꾸었고, 그 꿈은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죽어가는 별은 사라졌지만, 그 몽상가들의 꿈은 아직 어딘가에서, 빛으로 깨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