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대.매끈한 선로가 어느덧 잉그람의 드넓은 국토를 동서남북으로 가로질렀고,거대한 비행선은 상용화를 꿈꾸며 매일같이 공장에서 발전을 거듭했다.과학의 산물이 비로소 만인에게로 퍼져 가고 있었다.그럼에도 여전히 맨손으로 불을 피워 내고 주문으로 비를 내리는 전능한 자들이 있다.빛나는 이성으로도 설명할 수 없고, 과학으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지고의 재능.예부터 사람들은 두렵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우러렀다.때로는 신으로, 때로는 귀신으로 불린 그들은 마녀(魔女)였다.위대한 마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재능을 조금도 물려받지 못한 불운한 마녀 디아나.“세상에 너처럼 쓸모없는 마녀는 처음 본다.”일곱 살 어린 나이, 스승 밑에 들어간 순간부터 디아나가 바란 것은오직 하루빨리 독립하여 사랑하는 언니, 헤스터와 단둘이 행복하게 사는 것뿐.하지만 독립한 직후 언니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조차 암운이 감도는데…….“너, 이번 여행은 조금 길겠어.”별이 내려 준 불길한 예언은, 어떤 미래를 가리키고 있을까.
아직 왕이 존재하고 군은 그들을 지키던 시절.이네스는 스승을 대신해 베르톤의 왕자 엔리케의 초상화 작업에 착수한다.그리고 10년 후, 왕실은 쇠퇴했고 군대는 실종된 왕자를 쫓는다.“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하면 기억력이 좋아질까?”반군의 장교이자 오만한 낯을 가진 남자, 나단 파르네세.유일하게 왕자의 얼굴을 안다는 이유로 끌려온 이네스는 그에 의해 10년 전의 초상화를 재현하게 된다.나단은 감시를 명목으로 이네스를 저택에 가두고,캔버스의 빈 곳이 줄어들수록 그들 사이의 여백도 점점 좁혀드는데…….** 단편집 어린 왕자의 밤 수록작으로 15세 개정판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