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드시 당신과 결혼해야 해요. 단지 그뿐이에요.” 데미안 프리데인. 얼음처럼 차가운 북부의 대공. 나를 두 번이나 죽인 그 남자와 결혼했다. 그의 완벽한 아내가 되어, 이번 생에서만큼은 필연적인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내가 원하면 언제든 고분고분하게 구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완벽한 아내란 말입니다.” “당신 참 달콤하군요, 유리아. 우아하고 도도하게 굴던 얼굴이 이렇게 엉망이 된 걸 보니……. 참 달콤한 기분이 들어.” 사랑 없이 함께하는 것도, 그보다 더한 일도 참을 수 있었다. 모든 건 내가 살아남기 위함이니까. 적어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왜 직접 구하러 왔냐고? 그럴 수밖에 없었어, 유리아. 당신이니까.” “내게 약속해주세요. 당신의 마음이 정해지는 그날까진, 내 곁에 있어 주겠다고.” 늦겨울 햇살에 얼음이 서서히 녹듯, 날 죽인 그 남자도 조금씩 녹아가고 있었다.
회귀하고 나서야 깨달았다.외도를 저지른 남편은 어떻게든 다시 또 외도를 저지르고, 저 망할 내연녀는 다시 또 내 앞에 나타나고, 내 명줄은 그리 길지 않다는걸.그러면 더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뱀처럼 얽힌 그들의 하얀 나신 위로 종이 한 장을 날렸다. 팔랑팔랑 떨어지는 네모반듯한 서류가 이미 희미해진 웨딩부케처럼 보였다."우리 이혼해요.""...뭐?""간 크게 대놓고 바람피우면서 설마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건 아니겠죠?"그대로 나가려던 난 깜빡했다는 듯 덧붙였다."아, 당신에게 줄 돈은 한 푼도 없으니까 내가 사준 것들 전부 내놓고 나가세요. 저기 저 구석에 처박힌 속옷까지 전부, 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요?""갑자기?"절로 비틀린 미소가 그려졌다.원래 염치없는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그건 당신이 더 잘 알겠지, 이 하반신으로 생각하는 짐승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