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하나만 보고 달렸다. 대륙을 지배하는 단일 국가인 툴칸 제국을 무너뜨렸다. 나는 쟁취했으며 항상 승리했다.모든 목적을 이뤘고, 만족했다.그래서 다가오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였다.살아갈 이유가, 더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심장의 기능이 정지했다.분명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지금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흑마법도 아니고, 환술도 아닌 거 같고, 뭐야 이게.”전신거울에 비친 흑발의 짧은 머리를 하고 있는 꼬맹이.분명 20년 전 14살 때의 내 모습이다.아직 젖살이 빠지지도 않은 어린아이이자, 유약하디 유약했던 그때의 내 모습을 한 아이가 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나는 회귀했다. 후회로 가득했던, 그 시절로.
<축하드립니다! 귀하가 쓰신 소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던전도 사회도 괴물로 가득 찬 세상’이 장난스러운 신의 선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 내용이 현실을 침식합니다.> <소설 ‘던전도 사회도 괴물로 가득 찬 세상’의 프롤로그가 시작됩니다.> 심심풀이로 썼던 소설, ‘던사괴’ 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당신의 작품 속 계층은 5급 엑스트라입니다.> <주요 사건에서 ‘5급 엑스트라’의 사망 확률은 99%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 마음대로 쓰는 건데!” 엑스트라 이도현이 그리는 원작 초월 이야기!
소설은 하나의 세계와 수십억의 등장인물이 존재한다.하지만 히로인이나 조력자 같은'비중 있는 조역'이라면 몰라도그 외의 모두에게 이름이 있을 리는 없다.“춘동아 너는 몇 위야?”나는 나를 모른다. 이름이 왜 춘동인지도 모르겠다.이 세상은 내가 쓴 소설.그러나 나는 내가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인물이 되어 있다.요원사관학교에 입학했다는 것 말고는 평범하기 그지없는,소설 속 그 누구와도 접점이 없는,소설의 지면 그 어디에도 이름이 적히지 않을 그런 인물.그러니까, 나는 소설 속 엑스트라가 되었다.……아니. 소설 속 먼지가 되었다.[소설 속 엑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