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는 사내구실을 못한답디다.” “밤만 되면 미치광이가 된다지요?” “요부 장희빈의 아들이 일국의 세자라니…….” 고자, 광인, 죄인의 아들, 그리고 왕의 장자(長子). 불행한 왕세자, 이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삶이 없다 하였습니다. 비록 천한 궁녀 나부랭이라 여기시겠지만, 이런 제 삶도 소인에게는 무척 귀중했단 말입니다!” 한낱 궁녀 신분이지만 행복한 여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봄날처럼 생동하는 생과방 나인, 김순심. 연꽃 만발한 창덕궁 후원, 그들의 연(緣)이 닿았다. “누군가 묻거들랑, 간밤에 나와 동침하였다 고하라.” “도, 도, 동침이라고요?” “싫으면, 그 보따리를 들고 궐 밖으로 나가면 되겠지.” “아닙니다. 약조합니다. 저는 이제부터 승은궁녀입니다!” ‘고자인 척’ 해야 하는 왕세자와 ‘승은을 입은 척’ 해야 하는 궁녀의 조선 초유 승은 스캔들!
[개정판 독점공개-완결]신의 변덕을 모두 모아 놓은 듯한 불행 끝에 이별해야 했던 신도영과 연인 김지혜. 도영의 노력으로 둘은 겨우 5년 만에 서로 간신히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지만 연인인 지혜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도영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도영은 영혼이 된 상태로 지혜를 찾아가지만 지혜는 그런 그를 볼 수 없다. 결국 이승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저승사자를 따라 저승의 문턱으로 가게 된 도영. 그는 제 영혼에 상처를 가하면서까지 전생의 과거를 모두 잊게 만든다는 '망각의 물'을 마시길 거부하고 그의 애절한 사연을 들은 옥황상제는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되는데…… 이른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을 천상의 장군, 신군이 되라는 것이었다.다만, 신도영이되 신도영이 아니게 될 것이고, 그를 아는 모든 이가 그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 그가 다시금 지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유일한 이유, 지혜를 만나 한마디 말을 전하기 위해서는 악귀들을 잡아 현실에서 말을 건넬 시간을 사야만 하게 되는데…….
<옷소매 붉은 끝동> 도깨비보다 무섭다는 왕이 있었다. 가늘고 길게 살고픈 궁녀도 있었다. 이상스레 서로가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다가섰다. 그래도 다가서지 않았다. 어렵고 애매한 한 발자국씩을 나누며 습관처럼 제자리를 지켰다. 알쏭달쏭한 시절은 기쁨과 배신으로 어지러이 물들어 이지러지고, 이별과 재회는 어색한 질투와 상실감을 동반하였다. 잊은 척은 할 수 있어도 잊을 수는 없었다. 이윽고 무너진 감정의 둑은 운명을 뒤흔들 홍수가 되었다. “내 천성을 거스르면서까지 너를 마음에 두었다. 그래서 너여야만 한다.” 하지만 선뜻 붙잡지 못할 붉은 옷소매가 달콤할 수만은 없고, 오히려 그 끝동은 오래도록 별러온 양 새침하게 밀고 당길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