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가 다리를 절어 걸어올 때마다 내가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모를 거야.” ……그 상처들이 나를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도. 황제는 고작 그런 이유로 비수처럼 내리는 눈 속에서 황후를 내버렸다.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의 피가 묻은 검을 든 채로. ** 흩날리는 매서운 눈발. 하얗게 명멸되어가는 세상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로젤린은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살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욕망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 차갑게 얼어붙는 몸을 눕혀 까만 하늘을 물들인 새하얀 눈을 구경했다. 고통스럽던 추위는 금방 무뎌졌다. 이렇게 얼어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던 그때. “죽으라고 추방당한 주제에 이 눈밭이라도 모두 지배할 것처럼 누워 있다니.” 그 사내. “그 목숨……. 당신이 버린다면 내가 기꺼이 주워서 도망가주지.” 적국의 대장군, 타몬 크라시스가, “이제, 당신은 내 것이야, 황후.” 버려진 그녀를 훔쳐 달아났다.
[#회귀물 #성장물 #직진남 #기사단장남주 #돈밖에몰랐던여주 #검술천재여주 #사이다여주]황실 기사 유디트는 한때 돈만 쥐여주면 뭐든 하던 쓰레기였다.과거엔 그랬다는 얘기다.***“경은 쓸모 있는 장기 말이었다. 비싼 값을 했지.”“개를 죽였으니 개값을 물어주겠다.”황실의 개로, 단장의 도구로, 돈의 노예로 살았다.가난을 핑계 삼아 죄책감을 버렸다.그러나 끝에 있던 건 배신이었다.죽음과 회귀. 거슬러 올라온 6년의 세월.후회 속에서, 그녀는 새로운 삶을 갈구한다.'이제 돈 때문에 움직이는 칼잡이는 되지 않겠어.'이전 생과는 다른 선택들을 하며나쁜 일과는 하나씩 손을 털기로 했는데…….“제국의 모든 기사가 경처럼 청렴하고 모범적이라면 좋을 텐데!”“내 친위대에 들어오면 금괴 궤짝 여섯 개를 보내주지.”“나를 위해 움직여 주겠나? 그만한 대가는 치르겠어.”……너무 열심히 했나?심지어 생전 얽힌 적 없던 적기사단장이그녀를 스카우트하려 드는데......“합당한 대우를 약속하겠다. 적기사단에 소속을 두지 않겠나?”눈먼 돈을 좇지 않기로 결심한 유디트.이번 생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