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출신 성녀, 나르. 악녀라는 오명에도 회귀를 거듭하며 세계를 멸망에서 구해 보려 애썼지만 결국 또 파국이다.“이럴 줄 알았어. 그때 나라도 도망쳤어야 했는데!”시야가 암전되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성녀로 막 발현한 열세 살로 되돌아와 있었다.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도주하려는 찰나 부상당한 마누엘 데미아스 공작과 마주쳤다.“꼬마야, 네가 날 구했니? 은혜를 입었으니 보답하고 싶구나. 나를 따라가겠느냐?”성녀를 이용하려는 신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마누엘의 손을 잡은 나르.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과거의 악연들이 자꾸만 나르를 따라온다.“제가 성녀님께 순종할 기회를 주십시오.”오직 신전의 이득만을 바라보며 나르를 마녀로 몰아가던 대신관 제러드도,“네가 날 밀어낼 때마다 정말 죽여 버리고 싶어, 나르.”서로 죽이네, 살리네 싸우던 암흑가의 검은 여우, 헤레이스도,“네게 내 검을 바치겠다. 내가 검을 드는 이유는 오직 너여야만 해.”나르의 첫사랑이자 지독한 상처를 준 고결한 기사 신시우스까지도.“아, 이럴 시간에 마수나 때려잡겠다!”어느덧 네 번째 생. 나르는 이들과 함께 세상을 멸망에서 구할 수 있을까?
회귀하고 나서야 깨달았다.외도를 저지른 남편은 어떻게든 다시 또 외도를 저지르고, 저 망할 내연녀는 다시 또 내 앞에 나타나고, 내 명줄은 그리 길지 않다는걸.그러면 더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뱀처럼 얽힌 그들의 하얀 나신 위로 종이 한 장을 날렸다. 팔랑팔랑 떨어지는 네모반듯한 서류가 이미 희미해진 웨딩부케처럼 보였다."우리 이혼해요.""...뭐?""간 크게 대놓고 바람피우면서 설마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건 아니겠죠?"그대로 나가려던 난 깜빡했다는 듯 덧붙였다."아, 당신에게 줄 돈은 한 푼도 없으니까 내가 사준 것들 전부 내놓고 나가세요. 저기 저 구석에 처박힌 속옷까지 전부, 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요?""갑자기?"절로 비틀린 미소가 그려졌다.원래 염치없는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그건 당신이 더 잘 알겠지, 이 하반신으로 생각하는 짐승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