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정치 사상 강요, 나치에 대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관대한 조치 등 거슬리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었는데, 그 중 가장 진국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미래인들(혹은 그들의 모습을 빌린 작가)의 행태임.


물론 독립운동가들이 무조건 신성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이 소설은 그들을 아주 덮어놓고 병신 취급을 한다는 게 문제임.


어떤 식이냐면, 독립운동가들에게 충격요법이랍시고 역사 영상을 틀어주고선 '니들이 한 일은 ㅈ도 쓸모없었고 오히려 후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으니 얌전히 뒷방으로 물러나라'고 함. 직접적인 묘사를 이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문맥이나 이후 전개를 보면 사실상 이 소리를 한 거나 다름 없음.


아무리 현실과 멀리 떨어진 소설이라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님? 조금 과몰입하자면 저마다의 방법으로 한평생 독립에 헌신한 사람들더러 니들 인생 헛살았다고 일갈하는 거잖아. 너무 가슴 아픈 얘기 아님?


이건 마치 답이 맞든 아니든 열심히 몸 비틀며 전인미답의 수학 문제를 푸는 학자에게 미래인이 답지 들고 다가와서는 '니가 평생동안 시간을 들여 한 일은 아주 의미없는 일이었어요!'라고 기만하는 꼴을 보는 느낌임. 한마디로, 역겨움.


보든 말든 개인의 자유겠지만, 일단 본인은 추천 못하겠음. 지금 이 평점도 0.5가 최소치이니 억지로 준 거지, 0점 부여가 가능했다면 그리 했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