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치열하고 뜨거웠던 중앙고 3학년 3반의 여름.착하고 예쁜 부반장 이재이.그녀 때문에 두 배로 뜨겁던 반장 윤제희.“애들이 내 말은 잘 안 들어서.”“누가 제일 안 듣는데?”알고 싶었다. 누가 이재이 말을 안 듣는지, 멍청하게 키득거려 그녀를 부끄럽게 만드는지. 만약 알게 된다면 단단히…….“너.”“뭐?”“너잖아. 내 말 제일 안 듣는 사람.”2002년, 열아홉 풋사랑과 다시 만난 스물여덟의 여름. 한국대학병원 피부과 전공의 윤제희.한일 유니폼 영업팀 대리 이재이.“내일도 나랑 봐. 모레도. 그 다음 날은 못 나오는데 주말은 나랑 있어. 다음주는 내일 병원 가서 오프 확인하자마자 알려줄게.”“으응? 뭐?”“네가 먼저 보고 싶을 때 연락하랬으니까 난 매일 볼 거야.”“…….”“약속은 좀 지켜줘, 부반장.”월드컵, 그 열기만큼 뜨거워진 감정.알싸하고 달콤했던 첫사랑이 다시 찾아옵니다.일러스트 : kk※본 작품은 전체관람가로 편집되었습니다.
고백했다.맨 정신으로 하기엔 자신이 없어서 딱 한 잔만 걸치고."좋아해요.""……왜?""…그냥, 모든 게 좋아요."웃는 모습도 좋고, 챙겨 주는 다정함도 좋고, 기사다운 면모도 멋있고……좋아하는 이유를 하나둘 말하고 있는데 횡설수설하는 상태가 심각했다.어쩐지 눈앞도 핑핑 돌았다. 딱 한 잔 걸쳤던 술이 생각보다 셌다.아주 많이."……이해가, 되지 않는데."거절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이건 조금 상처… 라고 생각하는데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한 잔을 마시고 필름이 끊기는 최초의 현상이 일어남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쓰러진 나를 당황하며 받아 낸 그에게서 상당한 이질감을 느꼈다.목소리가 낮았고, 키도 조금 달랐고, 체형도 꽤 달랐다.심지어 이제야 보이는, 달빛에 비치는 머리칼의 색조차.……이런 미친. 다른 사람이잖아.***"카베르.""……네?""앞으로 이상한 칭호 붙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라."언제나 딱딱하게 굳어 있던 그의 입매가 천천히 올라가서, 끝내 미소를 그려 냈다.퍽 달콤한 미소였고, 내가 잘못 고백했단 걸 들키면 당장에 죽여 버릴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였다.아.[개그/드립/로맨스코미디/소시민여주/사제여주/힐러능력빵빵한여주/공작후계남주/기사단장남주/차갑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여주한정달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