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백 명을 죽인 마녀. 희대의 살인마. 엠버 공작가의 사생아. 수많은 수식어로 불리는 베아트리체 엠버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열세 번 회귀했다. 첫 번째 삶에서 그녀는 신관을 죽여 사형 당했고 두 번째 삶에선 남편을 살해해 사형 당했다. 어느 삶에서는 가문을 떠나 변방의 영지에서 살다 늙어 죽었고 또 어느 삶에서는 살해당했으며 언젠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은 언제나처럼 같은 시간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18세가 된 1월 아침 9시.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진 그녀는 열세 번째의 생을 마녀로 살았다. 죽여야 한다면 죽였고 누군가 죽여 달라 청하면 죽였다. 베아트리체는 그렇게 이 백여 명을 죽인 마녀로 악명을 떨치다 다시 한 번 사형 당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18살의 1월 아침 9시. 죽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슨 소설인지 모른 채 책 속에 빙의했다.그러던 어느 날, 등장한 약혼 상대.북부 대공, 흑발 적안, 얼굴 몸매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킬리안'.계약결혼물이구나. 이제 남주 후회를 곁들인.‘뒤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저 인간이 남자 주인공인 건 다 알겠네…….’그래서 소피아는 의심 없이 믿었다. 그가 남자 주인공일 거라고.하지만.“이런, 들켜버렸네.”코끝으로 느껴지는 피냄새. 킬리안의 눈매가 가늘어진다.그제야 나는 깨달았다.그가 흑막 악역이었다는 사실을.그리고 뺨을 스치는 서늘한 손길.“파혼은 없어, 소피.”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가 나직이 속삭였다.이것도 클리셰인 거 같은데…….저, 그 클리셰는 싫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