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그대의 숨통을 쥐고

배다른 형제 둘을 죽인 희대의 패륜아 반 헬그람. 윈터에게는 과거의 약혼자이자 원수의 아들이기도 한 남자. 가문을 잃고 암살자로 지내던 윈터에게 반 헬그람을 죽여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이번 의뢰로 그와의 악연을 모두 끝내리라 마음먹었는데……. 몰래 숨어 들어간 그의 침실, 반 헬그람은 되려 윈터를 제압하고는 짓궂게 웃었다. “웃음이 나오나? 난 널 죽이러 왔는데.” “상관없어. 그 의뢰, 내가 했거든.” 소문대로 반 헬그람은 미친 게 분명했다. “나와 결혼해, 윈터. 네가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줄 테니까.” “하, 결혼이라니. 살아야 할 이유라니. 도대체 네놈이 내게 뭘 줄 수 있길래?” “내 아버지의 죽음을 선물할게. 대신 내 것이 돼.” 황제에게 모든 걸 잃고 인간의 마음을 버린 여자와 어미를 잃고 배다른 형제를 죽인 황제의 아들. 두 사람이 복수를 위해 결혼했다. * “이제 네 마음을 뒤흔드는 것들은 모두 치워 버렸어.” 윈터는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결혼에는 사랑 대신 복수만 있노라 생각했는데. 그는 아니었던 걸까? “제발 사랑해 줘. 살려 줘, 윈터…….” 애정을, 목숨을 구걸하는 그의 앞에서 단단히 쌓아 가던 마음의 벽이 무너진다. 아름답고 집요한 짐승의 시선 앞에서 윈터는 당장 도망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