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한 몸이 하필이면 전과 15범의 악녀다. 용두사망 원작에 끼기도 싫고, 이번 생은 가늘고 길게만 살고 싶어 떠나 주기로 했다. 악녀는 그간의 악행들을 깊이 통감하고 반성하며 시골로 내려갑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그랬는데. “저를 키워 주세요!” 여주인공의 애완 용이자 나중에 미쳐 도는 흑막 꼬마가 여주 대신 나를 각인한 듯하다. 설상가상, 용 도둑으로 몰린 것도 모자라 남주에게 내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 들킨 것 같은데…. “제가 언제까지 따라다니면서 챙겨 드려야 합니까?” 바로 체포될 줄 알았는데 웬걸, 이 남자에게서 훌륭한 집사의 싹이 보인다. “경, 안아 봐도 돼요?” “안 됩니다.” “그럼 안아 주면 안 돼요?” “…아주 그냥 절 쥐고 흔드시는군요.” 조금만 길들이면 될 것 같은데. 이참에 확, 진짜 집사로 종신 계약이나 해 버릴까? 일러스트: 도브
남녀노소를 홀리는 마성 때문에 시종 하나 곁에 둘 수 없는 비운의 공작 카헬 루아브, 마성이 통하지 않는 희귀 체질 하녀 레나를 만나다. *** 그에게서 퍼져 나오는 마성이 향기였다면 지금 이 방안은 어지러울 정도로 진한 향에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나의 눈에는 걱정과 두려움뿐, 그 외에 어떠한 긍정적인 감정도 엿보이지 않았다. 카헬은 다른 쪽으로 접근해보기로 했다. 그의 외모 역시 왕국 제일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매혹적이었기에 마성을 아무리 억눌러도 사람들이 저에게 반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 귀찮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카헬은 레나를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정도 서비스는 아무에게나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 살려 주세요, 제발…….” 간신히 눈물을 참고 있던 레나가 기어코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또다시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했다. 그의 미소에 붙은 ‘신들도 반하게 할’이라는 수식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보통이 아니군. 역시 의심스러워.’
전쟁을 제패하고 돌아온 북부의 지배자, 페르난 카이사르. 모든 것이 완벽한 그 남자는, 율리아의 불행한 어린 시절 속 유일하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제 남편이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율리아는 처음으로 신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하지만, “원하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해. 성을 개조하든, 보석을 사들이든, 파티를 열든 전부 상관없으니.” “…….” “다만, 아침부터 그대를 마주하고 싶진 않으니 이런 짓은 삼가고.” 기억 속 다정했던 남자는 더 이상 없었다. 일말의 애정도, 온기도 허락하지 않는 냉랭한 사내만이 서 있을 뿐. “그대의 마음은, 내게 단 한 자락도 쓸모가 없어.” 그럼에도 그를 끝까지 사랑한 것이, 율리아의 가장 큰 실수였다. * 절벽 끝에 선 율리아는 한 때 제 세상이었던 남편의 얼굴을 천천히 눈 안에 새겨넣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를, 또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제 더는, 그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율리아!” 절박하게 달려드는 남편을 바라보며 율리아는 절벽 아래로 몸을 내던졌다. 《사라져드릴게요, 대공 전하》
오빠만 다섯인 케스터 공작 가문의 막내딸, 세리아. 가뜩이나 아픈 몸, 그마저도 약한 고양이라 서러운데 오빠들은 호랑이부터 시작해서 드래곤까지. 별별 것들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세리아, 커서 꼭 오빠 같은 남자랑 결혼해야 해?” “뭐? 싫어! 진짜 싫다고!” “어떻게 기다렸다는 듯 그런 대답을….” 아무리 오빠가 상처받은 표정을 지어도 세리아는 확고했다. 이제껏 강인한 오빠들에게 둘러싸여 숨 막힐 정도로 과보호를 받아왔는데, 미쳤다고 그런 남자랑 결혼할까! “나 쟤가 좋아.” 그래서 홧김에 가리킨 작은 남자애 하나. 같은 고양이 수인인 데다가 척 보아도 약해 보이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나, 나는 너 싫어!” 그 애가 세리아를 피한다는 거랄까. *** 세리아는 한때 자신을 피해 도망치기 바빴던 꼬맹이를 바라봤다. 분명 꼬맹이였던, 그러나 이제는 무서울 정도로 변한 남자가 서서히 다가오며 말했다. “알았지? 세리아. 만약 내가 못 멈추면….” “…유엘.” “이걸로 날 찔러.” 난 괜찮으니까. 속삭이던 뒷말은 곧 맞닿은 입술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애초 그는 스스로 멈추지 못할 것을 알았던 거다. 표지 일러스트 : 도브
[독점연재]오늘은 내 마흔 살 생일이었다. 생일 파티 준비는 하녀들에게 시켜놓고 늦잠에서 일어났더니,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내게 호통을 쳤다.“이 게으른 계집애가!”그리고 둘째, 셋째 시어머니에전쟁 나가 얼굴 본 적도 없는 곰탱이 남편도 추가요.……그제야 깨달았다. 스무 살로 돌아왔다는 것을.이 거지 같은 시월드에서 인생 2회차가 시작되었다는 것을.‘쓰레기통에 또 제 발로 들어갈 수 없어!’이대로는 안 된다!어떻게든 쓰레기통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더니,내가 찾은 답안은 딱 하나.‘대국민 고자’로 널리 알려진 이안 타이론 공작의 부인이 되는 것!그런데 고자라더니…….고자라더니…?!키워드 : 서양풍/여주회귀물/전남편후회/시월드탈출/시집살이개집살이/똑똑이여주/걸크러쉬/절륜남/대공남주표지 일러스트 : 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