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워커 세트>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수출되어 총 2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드래곤 라자』의 작가 이영도의 두 번째 작품, 『퓨처워커』 판타지 종족들을 등장시켜 타자(他者)와 소통의 알레고리를 제시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는 유일한 지적 존재인 인류 집단의 정체성을 탐구했던 『드래곤 라자』에 이어, 후속작 『퓨처 워커』 역시 '시간'이라는 만만찮은 주제를 움켜잡는다. '시간'에 대한 탐구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그림자 자국』까지 이어졌다. 퓨처 워커, 즉 '미래를 걷는 자'란 고인 물의 표면을 통해 과거든 미래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볼 수 있는 무녀(巫女)를 가리킨다. 이들은 목격한 미래를 어떻게든 바꾸려는 예언자와는 다르다. 퓨처 워커가 보는 것은 진짜 미래, 결코 변할 수 없는 미래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주인공이 물그릇에서 본 그대로 사고를 당해 죽는다. 주인공은 장차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될 사람을 물을 통해 본 그대로 만나고 사랑한다. 그녀는 여행의 끝에서 남편이 죽을 줄 알면서 길을 떠나고, 출산으로 죽게 될 것임을 알면서 아이를 갖고, 열 살도 되기 전에 병에 걸려 죽게 될 아들을 낳기로 되어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판타지 장르의 특성을 빌어 시간이라는 항구 불변하는 요소를 흔듦으로써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퓨처 워커 미 V. 그라시엘이 운명에 대한 순응을 대변한다면, 거부(巨富) 신스라이프는 온 세계에 미래의 상실을 조건으로 한 영생을 제안하면서까지 죽음을 거부하고 영생을 얻으려 한다. 이 지점에서 작품의 주제는 예정론과 종말에 대한 기독교적 사유에 잇닿아 있다. 시간을 긍정하고, 불행의 가능성에 위협당하는 미래를 긍정하는 것은 사실 자기 기만이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이 딜레마 속에 존재하는 삶, 그리고 희망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것이 작가의 물음이다. 이러한 이영도 작가의 깊이 있는 주제 의식 때문에 『퓨처워커』는 그의 전 작품들 중 가장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으로 꼽힌다. 시간이란 누구의 것인가? 영원히 계속되는 현재와 피할 수 없는 미래,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 『드래곤 라자』에서 창조한 세계를 배경삼고 있고 인물들도 일부 겹치며 시간적으로도 『드래곤 라자』의 이야기가 끝난 뒤로부터 이어지지만, 『퓨처 워커』는 『드래곤 라자』의 후편이 아니다. 작가는 『드래곤 라자』의 1인칭 관찰자 서술 방식을 버리고 직접적으로 사건을 다룸으로써 그때그때 개별 인물들에게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간다. 진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내는 가운데 작가 특유의 풍부한 유머와 입담이 종횡무진하는 점은 전작과 변함이 없다. 그러나 켄턴 성을 공격해 오는 죽음의 기사들에 맞서는 대마법사 솔로처와 천공의 3기사의 전투 장면에서 볼 수 있는 거대 스펙터클이나, 엇갈린 사랑을 쫓아 대평원을 건너는 세 남녀가 던져주는 가슴 저릿한 안타까움은 한결 더한 깊이와 폭을 보여준다.
에키네시아 로아즈는 평범한 백작영애였다. 마검에 조종당해 소중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잔인한 운명을 겪기 전까지. [두 번의 기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행복해져 보거라]그녀는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 하지만 문제의 원흉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녀는 여전히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저는 단장님과 말을 나눈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저를 아셨나요? 제가……무언가 실례를 했던가요?”“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그대가 눈에 띄었을 뿐.”“눈에 띄었다고요? 제 머리카락 때문인가요?”“……아니, 개인적인 관심이었다.”과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남자와 과거를 지우고 싶은 여자. 그녀는 정해진 운명을 딛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간직한 남녀의 회귀 로맨스판타지, 검을 든 꽃.
행상인 로렌스는 자신의 짐마차 짐칸에 실어놓은 보릿단 속에서 잠들어 있던 소녀를 발견한다. 늑대의 귀와 꼬리를 가진 아리따운 소녀의 이름은 호로. 자신을 보리의 풍작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소개한다. “나는 신이라 불리며 오랜 세월 이 땅에 매여 있긴 했지만, 나는 호로 이외에 그 누구도 아니야.” 로렌스는 그녀가 정말로 풍작을 가져다주는 늑대의 화신일까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녀의 뛰어난 화술에 교묘히 넘어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런 두 사람의 나그넷길에 뜻밖의 돈벌이 이야기가 날아든다. 그것은 가까운 장래에 어떤 은화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것…. 의심은 되면서도 로렌스는 그 이야기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