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윈! 너를 좋아해! 나랑 사귀자!”“거절한다.”단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헤르윈은 루시아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했다.이것으로 루시아의 98번째 고백이 장렬하게 끝났다.루시아는 8살때부터 21살인 지금까지 13년 동안 헤르윈을 짝사랑해왔다.98번이나 고백할 만큼 헤르윈을 향한 루시아의 마음은 늘 한결같았지만, 헤르윈은 아니었다.그 사실이 깊은 상실감을 몰고 오면서도 루시아는 여전히 헤르윈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했다.그런 그녀에게 부모님은 선자리를 제안한다. 루시아는 부모님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헤르윈에게 고백해보겠다고 결심한다.“미안해, 루시아.”99번째의 마지막 고백을 해도 헤르윈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다.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한 루시아는 부모님과의 약속대로 선자리를 가지기로 한다.***“루시아, 옆엔 누구셔?”처음보는 남자와 파트너로 들어온 루시아를 보고 친구들이 당황했다.헤르윈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그의 붉은 눈이 커져 있었다.루시아는 애써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내 약혼자가 되실 분이야.”
남주가 여주에게 절절하게 매달리는 후회물속에서 환생했다. 그런데 여주는 아니고....... “우리 결혼 1년만 더 미뤘으면 하는데.” “.......” “아. 그리고 내일 만나기로 한 거 말이야. 갑자기 급한 약속이 잡혀서 못 만날 거 같네.” 남주에게 버려지는 조연 로엘 이벨르로! 가차없이 버려지는 신세도 서러운데, 2년 뒤 원작 속 악당과 약혼할 운명이다. 어디 그뿐인가. 약혼한 직후, 악당이 반역을 시도하는 바람에 악당과 함께 처형 당하는 것으로 인생을 마감한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던 나는 최대한 원작을 지키다 내가 원하는 때에 원작에서 하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만 악당을 구해버리고 말았다? *** 땡전 한 푼 없이 도망치려다 악당에게 설득당해 계약 결혼했다. 하지만 이 계약 결혼도 오늘부로 끝이다. ‘드디어 원작에서 하차하는 거야.’ 그렇게 대공성을 떠나려는데 소설 속 악당이자 내 가짜 남편, 레우스가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짐은 내려놓고 이만 잠에 드는 게 좋겠습니다, 로엘.” “레우스. 잊은 모양인데 오늘이 그날이에요. 제가 항상 말하던 벨리아타로 떠나는 날이요.” “압니다.” “네, 오늘이...... 네?” “로엘. 벨리아타로 향하는 배는 앞으로 뜨지 않을 겁니다. 영원히.” 레우스가 내 볼을 지분거리며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괜한 희망을 품을까 봐.” 나를 배신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내 가짜 남편에게 배신당했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악당님!
‘세상에! 킬리온은 다 알고 있었어! 알면서 모른 척했어!’ 편지를 펼친 베로니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면서도 모른 척 연기했다는 킬리온. 다시 만난 순간부터 저는 그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는 사실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베로니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짐을 챙겼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 했다. 그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으로. 그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으로. 그런데 과연 그런 곳이 있을까?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킬리온이었다. “니아?” 그녀의 가명을 부르는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 천천히 다가온 그가 테이블 위 편지를 봤다. “이런….” 곧게 뻗었던 새까만 눈썹이 꿈틀거렸다. 겨울 바다처럼 시린 청안이 그녀를 뚫을 듯 쳐다봤다. “저는 들켜 버렸군요. 베로니아 황녀 전하." “…날 보내 줘요.” “보내 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전하.”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제디엘을 생각해서라도 보내 줘요. 제발….” “…제디엘을 생각해서 보내 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전하.” 남자의 미간이 단번에 좁아졌다. “제디엘은… 전하와 제 아이이지 않습니까?” “그게 아….” “아니라고 거짓말 하실 생각은 접어 두십시오, 전하.” 커다란 손이 그녀를 향해 뻗어 왔다.
“나 임신했어.”언니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었다.나는 그런 언니의 평범한 여동생이었고.“소네트의 아이야.”그런 언니가 남주도 아니고 섭납의 아이를 가졌단다.“이해해 줄 거지?”내 결혼식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내 약혼자의 아이를.“소네트가 네게 많이 미안해해.”언니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그래도 우리, 예전처럼 지낼 거지?”그럼 당연하지.내가 언니에게 뺏긴 남자만 열 명이 넘었다.그래서 선택한 게 제일 쓰레기 같은 서브 남주와 결혼하려던 것이었다.역시나. 고맙게도 쓰레기를 가져가 준다니, 나야말로 감사하지.“당연하지, 언니. 정말 축하해.”지옥으로 간걸.***언니가 후회 섭남을 가져갔으니 나는 남주를 가지기로 했다.“폐하, 제 삶이 앞으로 3개월 남았어요.”언니에게 재산을 빼앗기지 않을 방법은 이것뿐이었다.“제 죽기 전에 소원이에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그러자 그가 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거면 돼?”***얼마 후 언니가 상상임신이었다는 말이 들려왔다.“시베르와는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이야.”소네트가 찾아왔다. 내 전 약혼자.“한 번만 기회를 줘. 전부 오해야.”응, 난 너 필요 없어요.
다음 주가 결혼식인데, 약혼자가 전 여자 친구이자 첫사랑을 데려왔다. 둘이 같이 서 있는 꼴을 다시 볼 줄은 몰랐기에 꿈일까 했는데. “임신 삼 개월째야. 결혼식은 취소하고 약혼은 파기했으면 하는데.” 그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을 하고 일방적인 약혼 파기를 요구했다. “배가 불러 오기 전에 약혼식 먼저 끝내야 해서.” “굳이 식까지 올리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칼라일.” 그의 옆에서 그의 아이를 밴 여자가 수줍게 웃는다. “파혼장은 저택에 돌아가자마자 보낼 테니 서명만 해 주면 돼, 아일린.” 언제고 내 것이었던 그의 품에 이제 다른 여자가 있다. *** 고작 종이 한 장으로 오 년의 시간은, 우리 사이는 그렇게 끝이 났다. “으윽.” “뭐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검 하나 맞받아쳤다고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그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랬을 터였다. “……아일린, 정말 미안해. 내게는 언제나 너뿐이었어.” 그래, 무릎을 꿇고서 내게 빌어 오는 칼라일이 아니었다면, 그것으로 끝이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