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소은이 구원한 지구> 신에 의해 두 개로 쪼개진 지구는 별의 강을 사이로 우구와 좌구로 나뉘었다. 신의 가호 아래 여전히 몇 세기를 거듭하며 생명을 영위하는 좌구에 순리를 거스르고 도발하는 자들이 잠식해 온다. 이 전쟁의 끝은 오로지 소은이에게 달려있다. 아름다운 회색 눈, 빛나는 은발을 지닌 알비노 소은은 자신을 스스로 감추고 찌질하고 비겁하고 궁상스러운 삶을 자처하는 중인데, 다른 세계의 전쟁을 종식시켜달라고? 세상은 약하고 그늘진 모습을 보이는 이에게 처음엔 동정심을 보내지만, 지속되면 길가의 풀처럼 밟기 마련이다. 그에 적대적으로 맞대응하면 영원한 이탈자가 되기도 한다. 소심하고 비겁하고 주눅 들어 있던 소은이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이들을 위해 과감히 자신을 버리고 그 ‘쓰임’을 다해줄 때가 되었다.
엘프와 인간의 친구에겐 명예의 카자룬, 인간과 용의 군주에겐 황금의 힐리온, 숲의 마법사에겐 생명의 엘미어, 그리고 용의 신전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이디실……. 『용의 신전』에는 절대 선, 절대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선과 악이 완전히 구분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독자에게 선과 악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인간을 위한 것이 반드시 다른 종족에게도 선이랄 수 있는가. 인간 외의 다른 종족에게 있어 선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판타지 세계에만 해당되는 질문이 아니다. 현재 우리의 삶에 대한 절실한 비판이기도 한 것이다. 술술 읽히는 작가 특유의 문체와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 조성, 단단한 구성에 가끔씩의 놀라운 반전, 방대한 스케일, 그리고 치밀한 사전자료가 돋보인다. 판타지 문학 읽기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말 외에 고대어, 난쟁이들이 쓰는 바란어, 오르크들이 쓰는 오르크어 등, 저자가 직접 하나하나 만든 언어들이다. 엘프와 인간의 친구에겐 명예의 카자룬, 인간과 용의 군주에겐 황금 날의 힐리온, 숲의 마법사에겐 생명의 엘미어, 그리고 용의 신전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이디 실. 강력한 어둠의 신인 카야크의 봉인을 푸는 네 개의 열쇠를 찾는 주인공들의 활약을 그린 판타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