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그녀의 딸이 말했다.“엄마가 혹시 다시 살게 되면, 나 낳지 말아요.”“갑자기 무슨 소리니, 그게?”“나 안 낳아 줘도 돼. 아빠 말고 더 좋은 사람 만나요. 있었다면서요, 첫사랑. 다시 살게 되면, 고백해 봐요. 혹시 또 알아요? 잘될지?”모녀는 같이 킥킥 웃었다.그리고 리헨 코플런드는 잠에서 깨어났다. 열아홉 살의 모습으로.다시 살게 되었다고 그녀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딸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남편과 다시 결혼해야 했다.그러나 그 다짐은 곧 흔들리기 시작했다.첫사랑, 슈데르멜 라프트 경을 만나고부터.
"스텔라, 저주받은 항아리를 찾아서 깨뜨려 줘!" 볼모로 잡혀간 크레디온 제국에서 만난 작은 존재들. 간절하게 부탁하는 모습이 귀여워 스텔라는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 속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곡괭이. "테라 여신님의 가호를 받은 고결한 곡괭이야! 이제 스텔라도 고결한 농사꾼이 될 수 있어!" 농사라니. 아무리 사생아지만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스텔라는 그럴 리 없다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곡괭이에 손을 뻗게 되고, 저 밖의 정원이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농사를 짓고 싶지? *** 자신이 다스릴 영토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던 카이. 그 외의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그는 어느 날 황성 한구석에서 의문의 밭을 발견하고는 왠지 모를 향기로움에 끌려 그곳으로 다가간다. 거기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당근? "이런 데 웬 당근이......" "뭐야, 배고팠니? 보아하니 말단 기사 같은데, 그 당근 가져가서 먹어도 돼." 곡괭이를 들고 다정하게 말하는 낯선 여자의 모습에 카이는 저도 모르게 당근 하나를 들어 입에 넣었다. 그날 밤, "뭐야, 그 당근......왜 자꾸 생각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