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적절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소설.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더함도 없다. 필력도 무난하고, 엔딩도 무난하게 해피엔딩이었음. 회수 못한 떡밥도 없고, 캐릭터 조형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음. 말만 들으면 완벽한 작품인 것 같은데, 적절하고 무난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치고 올라오는 한 방이 없기 때문인듯...
나는 이 작가의 전작을 안 읽어보고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는데, 이제보니 전작이랑 패턴이 똑같음. 주인공은 아무것도 안함. 그냥 쉬었음 청년임. 근데 자기가 뭐 이거저거 건든게 갑자기 나비효과가 생기고 피폐 집착 찍는 히로인들이 갑자기 일을 벌이고 뭔가 다 처리됨. 이게 뭐 재미가 있으면 모르겠은데 3인칭 관찰 카메라 보듯이 대충 그런 일이 있었다, 하고 하니까 뭐 감흥도 재미도 없음. 그 와중에 주인공은 그냥 뭔가 고구마만 쳐먹고 있음. 호박고구마냐 밤고구마냐? 걍 바나나 시즌 n번째 승리임. 프로모션만 뒤지게 빵빵하게 쳐먹였더니 쓰레기 소설이 갑자기 좋은 소설로 포장됨. 이딴 짓은 이제 그만해야한다.
지갑송의 아카데미물, 근데 아카데미 나가서부터 재밌어짐. 지금까지 지갑송의 글에 있던 단점을 많이 개선시킨 편인 것 같음. 대신 그것과 바꿔서 고점을 많이 깎아내렸다는 느낌. 오해와 착각, 거기서 나오는 감정 고조와 피폐가 지갑송의 무기인데... 분명 있긴 한데, 좀 약하다는 느낌. 다만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폭발력이 많이 줄어든 대신, 저점이 상당히 올라감. 캐릭터 조형은 악살싶보다는 소엑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음. 보다보면 얘는 소엑의 누가 원형이구나, 하는게 보임. 나쁘다는 건 아니고,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점점 발전하는게 보이는 것 같음. 이게 계속되면 자가복제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님. 소엑맛이 그리우면 먹어볼만 하다.



높은 평점 리뷰
선협은 '약빨이 신선함' 이후로 두번째 읽는데, 그 쪽은 아예 조선스킨에 신선이 나오는 거라 비교하긴 힘들듯. 이 작품은 이미 널리 제시된 선협 세계관을 차용했지만, 그 세계관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제시했음. 선협 자체의 분위기를 거슬러 인과 의, 협을 재조명했다는 이야기가 아님. 그냥 세계관 자체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고쳤음. K-선협은 이 작품 전후로 완전히 갈라진다고 봐도 좋을듯. 글 자체도 좋고, 인연을 강조하는 내용도 좋았음. 다만 중후반부터 스케일의 확장때문에 조금 읽기 힘들었는데, 세계관 자체가 세계 자체와 우주, 개념적인 것을 다루고 거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 -------------------------------- 완결 후 후기 모든 소설은 완결이 좋으면 대체로 좋게 느껴지는데, 일단 이 작품은 용두용미가 맞는 것 같음. 중간에 살짝 가늘어지는 부분도 있는데, 완결까지 보고 나면 의미없는 구간이었다는 이야기는 안 나올거임. 나는 장르소설이 아무리 말초적인 쾌락을 주는게 목적이라고는 해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상당히 고평가를 하는 편임. 일단 그런게 있으면 작품 전체에 축이 생기고, 그 축이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단단한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임. 회귀수선전은 그런 일관성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음. 최근 읽은 웹소설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읽은 작품.
로판이라기보단 여주판이라는 말이 맞음. 아직 어린아이였던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이 잘 나타남. 특히 아이가 자라나면서 어쩔 수 없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이별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는 아직도 기억에 남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관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랑'임이 이 작품을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할 수밖에 없게 만듬. 그 외에도 설정이나 세계관 자체가 상당히 정교한데,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은게 좀 아쉬움. 이 세계관으로 다른 소설 또 써줬으면 좋겠음.
아직도 아카데미물에서 이 작품을 뛰어넘을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히로인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글 자체의 뽕맛도 그렇고 걍 글 자체를 잘 썼음. 후반부가 좀 아쉬운 느낌이 있고, 진짜 외전 더 안 써줄거냐 코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