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적절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소설.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더함도 없다. 필력도 무난하고, 엔딩도 무난하게 해피엔딩이었음. 회수 못한 떡밥도 없고, 캐릭터 조형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음. 말만 들으면 완벽한 작품인 것 같은데, 적절하고 무난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치고 올라오는 한 방이 없기 때문인듯...
지갑송의 아카데미물, 근데 아카데미 나가서부터 재밌어짐. 지금까지 지갑송의 글에 있던 단점을 많이 개선시킨 편인 것 같음. 대신 그것과 바꿔서 고점을 많이 깎아내렸다는 느낌. 오해와 착각, 거기서 나오는 감정 고조와 피폐가 지갑송의 무기인데... 분명 있긴 한데, 좀 약하다는 느낌. 다만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폭발력이 많이 줄어든 대신, 저점이 상당히 올라감. 캐릭터 조형은 악살싶보다는 소엑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음. 보다보면 얘는 소엑의 누가 원형이구나, 하는게 보임. 나쁘다는 건 아니고,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점점 발전하는게 보이는 것 같음. 이게 계속되면 자가복제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님. 소엑맛이 그리우면 먹어볼만 하다.
높은 평점 리뷰
선협은 '약빨이 신선함' 이후로 두번째 읽는데, 그 쪽은 아예 조선스킨에 신선이 나오는 거라 비교하긴 힘들듯. 이 작품은 이미 널리 제시된 선협 세계관을 차용했지만, 그 세계관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제시했음. 선협 자체의 분위기를 거슬러 인과 의, 협을 재조명했다는 이야기가 아님. 그냥 세계관 자체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고쳤음. K-선협은 이 작품 전후로 완전히 갈라진다고 봐도 좋을듯. 글 자체도 좋고, 인연을 강조하는 내용도 좋았음. 다만 중후반부터 스케일의 확장때문에 조금 읽기 힘들었는데, 세계관 자체가 세계 자체와 우주, 개념적인 것을 다루고 거기까지 올라가야 하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듯. -------------------------------- 완결 후 후기 모든 소설은 완결이 좋으면 대체로 좋게 느껴지는데, 일단 이 작품은 용두용미가 맞는 것 같음. 중간에 살짝 가늘어지는 부분도 있는데, 완결까지 보고 나면 의미없는 구간이었다는 이야기는 안 나올거임. 나는 장르소설이 아무리 말초적인 쾌락을 주는게 목적이라고는 해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상당히 고평가를 하는 편임. 일단 그런게 있으면 작품 전체에 축이 생기고, 그 축이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단단한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임. 회귀수선전은 그런 일관성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음. 최근 읽은 웹소설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읽은 작품.
로판이라기보단 여주판이라는 말이 맞음. 아직 어린아이였던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이 잘 나타남. 특히 아이가 자라나면서 어쩔 수 없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이별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는 아직도 기억에 남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관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랑'임이 이 작품을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할 수밖에 없게 만듬. 그 외에도 설정이나 세계관 자체가 상당히 정교한데,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많은게 좀 아쉬움. 이 세계관으로 다른 소설 또 써줬으면 좋겠음.
아직도 아카데미물에서 이 작품을 뛰어넘을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히로인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글 자체의 뽕맛도 그렇고 걍 글 자체를 잘 썼음. 후반부가 좀 아쉬운 느낌이 있고, 진짜 외전 더 안 써줄거냐 코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