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4.0 작품

30호
4.0 (2)

눈을 떴을 땐 밀실이었다. “뭔가 기억하는 게 있습니까?” “…아니요. 아무것도 기억 안 나요. 그쪽은요?” “전혀 안 납니다.” 벽에 적힌 흐릿한 30. 귓가를 울리는 이명. “제일 먼저 깨어나신 거예요?”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 자는 척하는 게 아니라면.” 옆에 있던 남자가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떼어 내며 나직이 대답했다. 그러곤 무어라 말하려는 듯하다가 입을 다물고 빤히 쳐다봤다. 딸깍거리는 라이터 소리가 갑자기 멎었다. “왜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의아하게 묻자 남자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아는 사이 같아서.” 일러스트: 타인

괴물 아가씨와 성기사
3.95 (11)

도시가 무너졌다. 가족이 죽었다. 친구가 눈앞에서 살해당했다. 베로니카는 도망쳤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것’과 눈이 마주친 순간,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으므로. “벌써 동화됐잖아.” 머리채를 거칠게 잡은 남자가 발버둥 치는 그녀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살고 싶어?” “윽, 흐윽. 윽.” “지옥불에서 굴러도 살고 싶냐고.” “이거, 놔.” “대답해. 죽고 싶다고 대답하면 고통 없이 죽여줄 테니까.” 죽기 싫다. 죽고 싶지 않다. 이제야 겨우 다시 태어났는걸. “그럼 도와 달라고 말해.” 속내를 읽은 듯한 남자가 나지막이 뇌까렸다. 불타는 심연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살고 싶어…. 도와줘.” 이때까진 몰랐다. 성력이 깃든 숨과 타액이 그녀를 구원하리란 걸. 사라진 신 대신 신이 되어. 일러스트: 타인

버림받은 왕녀의 은밀한 침실
4.07 (21)

「사랑을 모르는 여인이여, 쾌락의 즐거움을 알게 될지어다.」 한땐 추앙받았지만 비참하게 버림받은 왕녀, 르웰린에게 내려진 색욕의 저주. 저주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사내와 밤을 보내야 한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은밀한 침실을 열게 되는데……. 성검의 영웅이 되어 귀환한 소꿉친구 앨먼다이트, 바위처럼 무뚝뚝하지만 어째서인지 주변을 맴도는 기사단장 트리스탄, 아름답지만 어딘가 비틀린 성결한 사제 에르넬,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는 ‘누군가.’ 과연 그녀는 무사히 저주를 풀 수 있을 것인가?  가시투성이의 왕녀와 함께 할 사내는 누구일까? - “사랑스러운 소리네요.” 사제는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 “왕녀님은, 제가 아니라 제 몸이 마음에 드시는 겁니까?” 트리스탄이 모든 게 무너진 목소리로 말했다. - “나는 말이야.” “…….” “이런 식으로 너를 안고 싶지 않았다.” “흐읏!” 르웰린은 숨을 헐떡이며 앨먼다이트를 바라보았다.

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 법
3.73 (15)

여자인 몸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맹세한 기사 에스텔. 최후의 전투 전날, 가장 믿었던 친구이자 부관에게 살해당했다. 그러나 깨어나 보니 이곳은 적국 한복판, 그녀는 아름다운 레이디 루시펠라가 되어 있었다. 약골인 이 몸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약혼자가 적국의 장수라니! 게다가 날 죽인 그놈은 왜 자꾸 얼쩡거린단 말인가! “이제 나를 바라볼 때도 되지 않았나?” “에스텔, 너인 줄 알았어.” 기사였던 그녀는 어떻게 레이디로 살아갈 것인가. 앙숙 같은 적국의 기사와 속을 알 수 없는 ‘그놈’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달콤살벌한 로맨스 판타지!

너에게 달려가고 있어
4.0 (1)

“그러니까, 서지혁 선수가 우리 팀에 이적했다는 건가요?”강산FC에 새로 생긴 의무팀 닥터가 된 한혜윤,출근 첫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스페인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했던 프리메라리거, 서지혁.신계 미모에 죽여주는 슈트발의 스트라이커, 슈트라이커 서지혁!그 서지혁이 어제는 허벅지, 오늘은 발목이 아프다며자꾸 의무실에 찾...

난공블락 로맨스 외전
4.5 (2)

한때는 빛나는 슈퍼루키였다가 지금은 국민역적이 된 배구선수 공은길.그녀는 V리그 만년 꼴찌팀 주장으로, 그저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생계형 공격수다.그러던 어느 날, 난공불락 1위팀의 구단주와 경기 중 ‘더럽게’ 얽히고 마는데…….“얼른 정신 차려요. 내 사타구니에 볼은 그만 비비고.”운이 나빠 망신을 당한 은길이지만 한때의 해프닝이라 생각했다.그 남자가 파울처럼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그것도 공은길의 유일한 골수팬이자 과격한 스토커가 바친 ‘조공’이 되어……!“공 선수는 나 빨아먹을 준비 됐어요?”***“빗장 풀려서 여지 주지 마십시오.”“네?”“어제의 공 선수는 너무 쉬워서, 앞뒤로 백 번씩 벗겨 먹을 수도 있었습니다.”은길이 숟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그러니까 집에 와서 했잖아요, 집에 와서.”그러자 그가 아아, 하며 느슨하게 웃는다.“이 집엔 나쁜 새끼가 없습니까? 네 눈엔 개새끼가 안 보여?”서하현의 눈이 싸늘해졌다. 시정잡배처럼 상스러운 어조가 돌연 튀어나왔음에도 위화감이 없었다.“허락받는 거 아니고 지금 통보합니다. 앞으로 참견하고 간섭하고, 수틀리면 통제까지 할 겁니다, 공은길 씨 인생에.”“왜 갑자기……!”“말했잖아요. 함부로 빈틈 보이지 말라고.”은길은 여전히 술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정신도 말짱하고 목소리도 잘만 들리는데, 그가 하는 말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다.“구멍만 보이면 어떻게든 더 벌려서 지 생각이든, 좆이든 욱여넣고 싶어 하는 쓰레기들이 많은데, 네가 쉬워 보이니까 이상하게 기분이 개 같잖아.”“……!”“그러니까 이 정도 페널티는 공 선수가 감당하세요.”그는 잘 닦인 유리창처럼 퍽 순진하게 웃어 보였다.

접경지역의 동물병원
4.11 (23)

※ 완결#현로판, #여주판타지, #전문직물, #수의사작은 동물병원의 원장인 수의사 김아영.개원을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진료는커녕 파리 날리는 나날만 이어지던 중,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거기 파충류도 진료 보나요?”손님 하나라도 잡기 위해 호기롭게 콜을 외쳤으나 진료를 보러 온 것은“그런데 용도 파충류인가요?”청룡이란 신수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평범한 수의사였던 아영은 기묘한 일들에 줄줄이 엮이는데…….신수들과 각종 요물들에 둘러싸인 동물병원 라이프!글 : 에시라표지 일러스트 : 숲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