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하지, 예비 후작 부인.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는, 마지막 마법사의 후손 리디아. 뜬금없이 후작의 청혼을 받다. * * * 모든 건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남자로부터 시작했다. “귀신이 들리거나 저주에 걸린 물건을 처리해 준다고 들었다.” 그는 느닷없이 옷의 단추를 하나씩 풀더니. “여기서 왜 갑자기 옷을 벗어요?!” 그렇게 드러낸 상체의 절반은 불길한 검붉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후작의 의뢰는 저주의 해제. 하지만 리디아의 능력으로도 시간이 필요했고. 그 방법마저도 매일 그와 접촉을 해야 했는데……. “그럼 결혼을 하지.” “무슨 그딴 청혼이 다 있어요?” “의심을 피하기 편리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누가 그런 이유로 결혼까지 해요?” 이 남자, 결혼을 대체 뭐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 * * “일단, 누워서 옷 벗어요.” “알겠다.” “서류 읽을 생각 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으라고요!” “네 말대로 하고 있어.” 대낮에 후작 부부의 침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사용인들은 그저 흐뭇해할 따름이었다. 실상은 난생처음 보는 지독한 저주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리디아와 그녀의 실험 대상(?)이 되어 가는 후작이었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