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신 에르타의 축복을 받아, 모든 인류가 제각각의 이능을 가진 세상. 타인의 마음속에 피어난 꽃을 통해 그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별볼일 없는 이능을 가진 나는 열세 살이 될 동안 보육원에서 자랐다. 성인이 되는 날에나 이곳을 나갈 수 있겠구나. 그런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잠에든 바로 다음 날. “저 아이를 바로 데려가고 싶은데.” 앞으로 구르고, 옆으로 구르고, 뒤로 굴러 다시 봐도 수상쩍은 사람이 날 입양했다! 그리하여 이제는 나의 가족이 된 수상한 아빠를 따라 새로운 보금자리에 입성하게 됐는데── “아버지가 데려왔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우는 해주겠지만, 난 널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넌 누구야…? 네가 내 동생이 되는 미래는 어디에도 없었는데…….” 아빠를 닮은 탓인지 오라버니들의 언행도, 그들의 마음속에 핀 꽃들도 어딘지 모르게 수상하기 그지없다. 하루아침에 고귀한 신분이 되어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이 모든 상황에 적응해 보려고 했는데! “당신은 이해하기 어려울 테지만… 브릴리. 네가 정말 그리웠어…….” 초상화로도 만난 적 없는 이 나라의 황자님이 내 손을 꼭 붙잡고 보고 싶었다며 엉엉 울기까지 한다. 난 당신을 만난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나 여기서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