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몇 번 더 자 보는 거로 하죠.” 남자 잘 후리게 생긴 단유을. 그게 그녀에게 달린 꼬리표였다. 세상 사는 게 너무나도 피곤한 유을의 앞에 날벼락처럼 나타난 남자. “단유을 씨 살면서 나쁜 짓 안 해 봤어요?”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응, 그런 것 같더라. 바른 생활 하느라 수고가 많아요.” 태백가家의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태백의 오연한 황태자. 태시진 전무. “사모님께서 저를…… 의심하세요.” 엮여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너덜너덜해질 게 뻔한, 난장판을 넘어서 개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뭐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의심받으면 억울하지 않나?” 그와 잔다는 건, 모욕과 멸시마저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임을 모르지 않았는데. “이참에 확 타락해 버리죠. 나랑 같이.” 고고한 낯에 적선 같은 웃음과 권위적인 친절을 두르고 남자는 유을이 그어 둔 금 따위 함부로 짓밟고 넘어왔다. 일러스트: 메이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