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그녀의 딸이 말했다.“엄마가 혹시 다시 살게 되면, 나 낳지 말아요.”“갑자기 무슨 소리니, 그게?”“나 안 낳아 줘도 돼. 아빠 말고 더 좋은 사람 만나요. 있었다면서요, 첫사랑. 다시 살게 되면, 고백해 봐요. 혹시 또 알아요? 잘될지?”모녀는 같이 킥킥 웃었다.그리고 리헨 코플런드는 잠에서 깨어났다. 열아홉 살의 모습으로.다시 살게 되었다고 그녀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딸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남편과 다시 결혼해야 했다.그러나 그 다짐은 곧 흔들리기 시작했다.첫사랑, 슈데르멜 라프트 경을 만나고부터.
“꼭 구하러 오겠습니다! 몸 건강하게 기다리고 있어요!!” 무인도 표류 12일째. 쭉정이 배신자 놈들이 단 하나 있는 구명보트를 타고 섬을 탈출했다. 무인도 표류 39일째. 탄탄한 몸의 미남자가 바다에 떠밀려 왔다. 그런데, 이놈. 기억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뇌가 바닷물에 절여지기까지 한 건지 뭔가 이상하다. “나, 집이 어디지?” “네?” “내 집! 내 집이 어디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왜 몰라!” 표류 92일째. “내 입술로 네 호기심을 충족한다고 해서 책임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잖아. 우리 사이에 달라지는 건 없어.” “…….” “한 번 경험해 보고 좋으면 종종….” 이놈, 정말로… 뭔가 이상하다. 더위, 추위, 식량난, 병균, 폭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 극한의 생존 환경에서 왜 자꾸 나랑 연애질을 하려는 거야? 일러스트: 무트
자다 깼더니 대아국의 공주가 되었다 영생에 미친 폭군의 총애받는 공주로. 폭군의 장중보옥 화숙공주. 선황을 시해한 미치광이. 그게 나를 칭하는 이명들이었다. 비록 선황 시해범의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생존을 위해 발악했던 엿 같은 삶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현 황제가 혈육을 향해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기 전까지는. 제도에서는 사귀(邪鬼)가 출몰하고 방벽 밖에서는 외신(外神)이 침입하는 난세. 그리하여 살아남기 위한 단 하나의 선택지는, “황제를 끌어내린다.”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도록. ※본 작품에는 근친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