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정권의 총아와 몰락한 황녀가 결혼했다. 가장 고귀했던 공주에서 군부의 창녀로 몰락한 여자. 날품팔이로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신세로 전락한 그녀에겐 전 약혼자의 학대에서 벗어날 안전 지대와 단 하나 남은 동생의 미래가 필요했다. 새 정권의 총아이자, 창공의 제왕. 그리고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남자. 그는 황녀라는 선전도구와 그의 지루한 인생을 뒤흔들어줄 흥밋거리를 원했다. “약속할게요. 앞으로 나 말고는 누구도 당신의 머리카락 한 올도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계약 기간은 2년. 2년 동안 그의 아내가 되면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고 동생도 구제할 수 있다. 탓하는 건 스스로뿐이었으니 기꺼이 그의 손을 잡았고, 그에게 도움이 되고자 마음먹었다. 끔찍한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정말로, 당신이 내 부모님을 처형하라고 했나요?” “그게 왜요?” “…….” “내가 생각을 잘못했네요. 아껴줄 필요도 없을 만큼 멍청한 여자였는데.” 상냥한 사람인 줄 알았던 그가, 잔혹한 독재자의 민낯을 드러내며 그녀를 옥죄기 시작했다.
※ 본 작품은 강압적 관계, 가스라이팅 등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하녀의 배를 빌려 태어난 구박데기 왕녀, 피비 엔시스. 그녀는 하루아침에 볼모가 되어 제국에 팔려 갔다. 거부할 수 없었다. 삶의 이유인 어머니가 인질로 잡혀 있었으므로. “앞으로 내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면 왕녀가 모친과 여생을 누리게 해 주지.” “…만약 그리 해 주신다면, 제 몸과 영혼을 온전히 전하께 바칠게요.” 그녀의 주인이 된 황태자는 아름답고 섬뜩한 사내였다. 피비는 그에게서 수치심과 쾌락을 배웠다. 차츰 그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했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무슨 말씀이세요, 전하…. 어머니가 이미 죽었다뇨…?” 일러스트: MUCU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