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4.5 작품

곱게 키웠더니, 짐승
4.03 (55)

평민의 피가 흐르는 반쪽짜리 황녀 블론디나 주변의 천대 속 별궁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 날 상처 입은 검은 고양이(?)를 치료해 준다. 외로운 그녀 인생에 안식처가 되어 준 고양이. 하지만 사랑스러운 줄만 알았던 그 고양이가 사실은……? * “그렇게 도망가면 사냥하고 싶어져.” 에이몬의 입술이 살갗을 부드럽게 더듬어 내려갔다. “날 주운 건 너잖아. 날 네 곁에 둔 것도 너잖아.”  열뜬 숨소리와 함께 속삭이던 에이몬이 기어코 그녀의 살갗을 깨물어 왔다. “그러니까 넌 날 끝까지 책임져야 해, 브리디.” *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다 컸을 때, 그녀는 깨달았다. 곱게 키운 줄 알았는데, 곱게 잡아 먹히게 생겼다고.

별의 낙하
4.75 (2)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연예계로 뛰어든, 아직 신인 배우 타이틀을 떼지도 못한 여자, 윤서희. 평생 기대와 책임을 어깨에 이고 후계자로서 살아온, 기업을 잇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남자, 이교현. 운명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그 결혼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결혼하고 정확히 1년이 되기 하루 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생각 못 하는 서희에게 교현은 지루하고 귀찮은 일을 처리하듯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내일 우리 결혼기념일인데….” 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여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 “그렇더군.” 그는 따분한 투로 말했다. “그 정도면 살 만큼 살았다 싶어서.” 표지 일러스트: 푸디카 삽화 일러스트: 한종원

아폴리티카
4.0 (2)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나중에 죽거나, 빨리 죽거나.”갱단과 기계 인간이 판치는 악명높은 지하도시 판옵티콘.퇴폐 구역에서 남장을 하고 얼굴에 독을 바른 채 목숨을 연명하던 리코의 눈 앞에 제국 최상위 계급의 남자가 나타난다.남자는 일전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살인자가 분명했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살아남기 위해 그를 먼저 죽이기로 했건만, 어찌 된 일인지 자꾸 엉뚱한 쪽으로 얽히게 된다."아, 방금 시도는 아슬아슬 했어.""놔!""왜 얼굴을 숨기지? 남자는 맞는거겠지?"그의 눈빛이 또렷하게 빛났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익숙해지지 않는 기류를 뿜는 묘한 남자였다.***“다른 여자랑도 이랬어?”“그랬을 거 같아?”모호했지만, 아니라는 대답을 끌어내는 답변이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대사 하나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아, 분명 거칠게 하는 편이라고,”“그런 말을 기억하고 있었어?”즐거운 듯 쿡쿡거리던 제스퍼가 입을 벌리고 반쯤 눈을 감은 채 머리를 기울여 다가왔다. 짙은 눈동자와 촘촘한 속눈썹이 가까워졌다.보들대는 감촉이 입술 위에 내려앉아 살며시 머금었다. 입맞춤은 사뭇 조심스럽고 가벼웠으며 따뜻했다. 지난번, 불덩이를 굴려대는 듯한 감각과 달랐다.“이런 식으로도,”가능해. 아주 천천히 공을 들이는 입맞춤에 정신이 늪에 침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