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내용입니다.한강 어딘가에는, ‘생명의 다리’라는 별명을 가진 다리가 있다고 한다.나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진 그 다리에 가고 싶었다.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우연은 고등학생으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날 아침, 학교에 가는 대신 한강 다리에 가서 멋지게 번지점프를 하기로 결심한다.마포대교의 하얀 난간 앞에서 눈물을 문지르다 고개를 든 우연은 자신과 똑같이 강을 내려다보던 남자를 발견하고 멍하니 입을 벌렸다.……아름답다.우아한 실루엣과 풍부한 양감을 가진 몸.원초적일 만큼 뚜렷한 선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몸.어느새 우연은 여기까지 왜 왔는지 깜박 잊고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입학 선물, 제가 원하는 거 말해도 돼요?”고개를 들어 올린 우연의 발갛게 젖은 눈이 깜박깜박한다. 생생한 기대감이 화르르 뻗쳐오르고 있었다.“당연하지. 원하는 게 있으면 알려 줘. 최대한 구해 볼 테니. ……물론 너무 비싼 건 안 돼. 경복궁, 노이슈반스타인 성, 만리장성, 그런 건 곤란해.”이원의 농담을 알아들은 우연은 눈가에 물방울을 매단 채 키득키득 웃었다.“아저씨, 제가 나중에 아저씨한테 그림 그려 드린다고 약속했잖아요. 초상화.”“그랬지.”“그러면 당연히…… 모델도 해 주실 거죠? 어, 저기, 제가 아무리 기억력 상상력이 좋아도 전부 다 상상으로 그릴 순 없으니까요.”“……그야 그렇지. 그럼 선물이란 게, 나중에 모델…… 해 달라는 거니?”어리둥절했다. 고작 그런 걸 선물로? 초상화를 원한다면 당연히 해 주어야 하는 건데?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이원이 화를 낼까 봐 겁내는 것처럼 작은 어깨가 둥그렇게 움츠러든다. 하지만 우연은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도저히 잘못 듣지 못할 만큼 또렷하게 대답했다.“누드모델…… 한…… 번만 해 주세요, 아저씨.”
문득 함부로 마음이 마음에게 전하는 것들을 생각한다.함부로 그리움이 번지고 사랑이 피어나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일들.함부로 마음이 마음에게 전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홍은동에 집을 산 건 다분히 충동에서 비롯된 일이었다.그만큼 남자는 무료했고, 때마침 마주한 서은에게 말을 걸었을 뿐이다.‘오랜만이네.’‘…….’‘기억 안 나는 건가?’오만하고 도도했던 여자는 눈빛마저 침착하고 단정하였는데,주혁은 여전히 그 모습을 흐트러뜨리고 싶었다.특유의 청명하고 시원한 남자의 웃음이 떠오른다.이어 서은의 번호를 묻고 갖고 하는 말들도 떠올린다.‘나랑 사귈래?’서은은 픽 웃었다.그날, 홍은동에서 남자와의 대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삶이 화려하여 인생이 심심한 것처럼 굴던 남자.서은의 사소한 무언가가 남자의 자존심에 흠집을 내어 남자의 흥미가 동했을 뿐.그러니 남자는 곧 서은도 잊을 것이다.*이 작품은 15금으로 개정된 작품입니다.
왕실에는 막대한 빚이 있었고, 그들은 빚을 갚기 위해왕녀인 바이올렛을 막대한 돈을 지녔지만 공작의 사생아인 윈터에게 시집보낸다. '태어나서 이렇게 멋있는 남자는 처음 봐…….'다행히 바이올렛은 정략 결혼 상대에게 첫 눈에 반하지만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처음부터 어긋나고."쉬운 일이었으면 당신에게 말하러 오지도 않았어요. 이번 한 번만 같이…….""당신이 여기서 고집부리며 내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돈이 움직였는지 알아?"그로부터 3년. 바이올렛은 저 바쁜 남자가 제 장례식이라고 와 줄지에 대해조차 확신할 수 없다. 그렇게 그녀가 이혼을 결심했을 때, "뭐가 어떻게 된 거야……."바이올렛이 멍한 얼굴로 침실에 있는 전신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 보았다.거울 속 사내는 분명 남편인 윈터 블루밍이었다.그런데 어째서 자신과 남편의 몸이 뒤바뀌게 된 것일까?"이제 진짜로 미쳐 버렸나 봐."이보라 장편 로맨스판타지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종전 후 십여 년. 암투와 첩보가 치열했던 냉전의 시기.전쟁의 고아로 연합국에 홀로 남겨져 소아병동 간호사로 일하던 사샤 로랑은,어느 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국경을 넘어 도첸에 점령당한 자신의 고향으로 향한다.“신을 믿나? 사샤 로랑?”적국의 스파이로 발각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던 때에 그 남자가 물었다.“믿지 않아.”금발에 푸른 눈. 새하얗고 퇴폐적인 분위기의 그는 잔인하고 어딘가 반쯤 나사가 풀린 미치광이로 보였다. 요한.그는 말했다.“넌 아주 오래 살게 될거야. 사샤.”사랑해서는 안 될 남자. 품어서는 안 되는 여자.서로에게 적일 수밖에 없는 남녀의 뒤엉킨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
사교계 최악의 방탕아, 왕의 서자와 사교계 최고의 레이디, 귀족의 딸이 만났다.3왕자의 결혼식 피로연이 있던 날.왕의 서자, 리건의 가슴 포켓에 붉은 장미 한 송이가 꽂혔다.“리건 에스펜서 공, 저에게 청혼해 주시겠어요?”잉그리드 파르네세.이 여자는 돈과 명예와 외모의 삼박자를 다 갖춘 레이디였다.누구도 무시 못 할 가문의 막내딸에, 정숙하다 소문이 나 수도의 디어(Deer)라 불리우고, 수많은 남성들이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 손꼽는 여자.만인이 인정한 사실에 리건은 아무런 이견도 없었다.그녀의 말은 제대로 된 눈과 귀가 달린 남자라면 결코 거절할 리 없는 달콤한 제안일 것이다.하지만 이 흐름에는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다.“미치셨습니까?”그들이 바로, 초면이라는 것이다.사교계를 발칵 뒤집은 세기의 스캔들!―종착역은 흰 사슴, 흰 사슴 역(The White Deer Station)입니다.*이 시리즈는 개정판 버전으로, 참고 부탁드립니다.
에키네시아 로아즈는 평범한 백작영애였다. 마검에 조종당해 소중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잔인한 운명을 겪기 전까지. [두 번의 기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행복해져 보거라]그녀는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 하지만 문제의 원흉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녀는 여전히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저는 단장님과 말을 나눈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저를 아셨나요? 제가……무언가 실례를 했던가요?”“그런 일은 없었다. 그저, 그대가 눈에 띄었을 뿐.”“눈에 띄었다고요? 제 머리카락 때문인가요?”“……아니, 개인적인 관심이었다.”과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남자와 과거를 지우고 싶은 여자. 그녀는 정해진 운명을 딛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간직한 남녀의 회귀 로맨스판타지, 검을 든 꽃.
유서를 작성했다. 결혼식을 치르고 죽어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평생 나라를 위해, 그리고 왕실을 위해 헌신한 왕녀의 비참한 최후였다. 목숨을 내버리기 전에, 레아는 왕실을 향한 마지막 복수를 계획했다. 망가진 새신부가 되는 것이었다. “도망치고 싶진 않나?” “나는…… 죽고 싶어.”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질 남자에게 충동적으로 털어놓은 말. 그렇게 끝날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그는 질서정연하던 일상을 침식해나갔다. 위험한 관계임을 알면서도, 레아는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도대체 저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기억 안 나?” 남자는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네 인생 망쳐주겠다고 했잖아.”
봄의 그늘에서, 지나간 시절의 너에게. 그 애가 청라에서 보낼 지루한 유배는 아무리 길어도 1년이다. 해를 지나 내년 봄이 올 때까지, 시간을 아무리 더 갉아 내도 우리의 끝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가 다시 헤어질 봄의 그늘 같은 것이다. 그 봄이 제 등 뒤편에나 남긴 그림자였다. 어쩌면 나는 내년에도 청라를 떠나지 못하고 이 그늘에 남아 떠나는 널 바라보겠지만. 그래서 내 그늘진 땅은 그 봄이 다 지날 때까지도 겨울이겠지만. 한때의 주말. 칸막이 책상 아래에서 우리가 잡았던 손. 문제집 안에 끼워져 있던 그 애의 쪽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담아 내게 건네던 그 애. 깨끗한 교복 셔츠의 섬유 린스 냄새. 내 캔커피를 한 입씩 뺏어 마시며 장난스레 웃던 얼굴. 아, 그 웃는 얼굴. 죄다 지겹다는 듯 잔뜩 찌푸린 낯으로 있다가도 날 보면 일시에 소년처럼 말개지는 얼굴이 좋았다. 콧등을 설핏 찡그리고, 시원하게 휜 입매로 웃던 그 남자애. 나중에 서울에 가면 항상 저와 함께 있자던, 그 치기 어린 남자애의 목소리. 나는 한때 박우경에게 내 삶을 다 내어 주고, 그 애의 삶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차라리 전부 종속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 애의 모든 것을 갖고 싶었다.
계획은 완벽했다.그리고 에스칼란테 가의 단정한 난봉꾼보다 적당한 상대는 없었다.“우리가 결혼한 후에는 모든 게 달라질 거야. 너는 결혼 전보다 더 자유로워질 테고.”“너는?”“나는 네 명분뿐인 아내로서, 명분뿐인 일을 하겠지. 너와 아무런 상관없이.”“그래서, 아이는 낳을 거라면서 나와는 이런 일도 하지 않을 거고?”그녀에게는 멀쩡한 남편이 아니라, 언젠가 법적으로 그녀의 인생에서 없어져 마땅할 남자가 필요했으니까.그가 하룻밤 함께 뒹군 여자들의 이름으로 탄원서를 가득 메울 수 있게 되면 그녀는 비로소 성공한 오르테가의 여성이 되는 것이다.그런데.“난 네가 아닌 여인과는 손끝도 스치지 않을 거고, 네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그 다음 아이를 낳을 때까지, 그리고 아이 따윈 상관없이 널 만족시키고, 네가 날 만족시키게 만들 거야.”“…….”“네가 내게 그토록 안겨주고 싶어 하는 개 같은 자유나 사생활 따위는 필요 없어. 내가 아는 결혼에서는 애초부터 그런 게 없거든.”에스칼란테 공작과 살지 않는 에스칼란테 공작부인. 일방적인 귀책사유로 이혼.“난 개새끼지만 네 생각보다 신실해. 이네스 발레스테나.”이네스 발레스테나는 근사한 삶을 찾게 될 예정이었다.“그러니까 난 절대로 내 가족을 배신하지 않아.”그녀의 난잡한 약혼자가 배신하지 않겠다는 말로 그녀를 배신하기 전까지는.“미안하지만 넌 나랑 상관없이 못 살아. 이네스 발레스테나.”
꽃보다 악마?21세기 잘나가는 성형외과엔 꽃미남 악마들이 있다!가슴 전문 스타 성형의사이자, 절대영도의 미남 현신.그러나 그 정체는 인간의 ‘오만’을 흡수하는 대악마!눈빛만으로 모두를 홀리는 마력의 이 남자,의외로 ‘피’를 두려워한다는 약점이 있다.인간계에서 의사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 체질.그런데 어느 날 나타난 당돌한 여자, 이나에게는현신의 유혹이 전혀 통하지 않을뿐더러,그녀와 함께 있으면 피를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이 여자, 곁에 두고 싶다. 계약을 맺어서라도!“인간답게 너에게 한번 다가가 볼까. 네가 날 좋아하게 된다면야, 이 모든 건 쉬워질 테니까.”절대매력의 그와 절대철벽의 그녀,악마처럼 치명적인 로맨스가 시작된다![일러스트] NOVA[로고 및 표지 디자인] 디자인 그룹 헌드레드
<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지배자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접근을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환상 소설 2차 세계 대전 중에 절대 악과 그 악에 맞서서 권력을 좌지우지해야 했던 권력자들의 갈등을 소설로 담아낸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많은 독자에게 읽혀진 이유는 권력의 상징인 ‘왕’과 그 주변 권력의 내부를 샅샅이 파헤칠 수 있는 봉건 시대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타지 소설만이 가진 이 독특한 특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게 되었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권력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다룰 새로운 화두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그러한 화두에 대한 도전작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인 ‘왕’이라는 단어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왕’에 대한 일방적인 숙원(자신이 왕이 되고자 하거나 혹은 왕의 추종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시키거나, 왕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추리함으로써 ‘지배자 계급이란 무엇인가?’라고 독자에게 묻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작품의 제목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풀어낸다.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뜻은 작품 속에서 ‘백성들이 흘려야 할 눈물을 대신 마시는 왕’을 뜻한다. 이 뜻은 군왕의 조건은 많은 병력이나 부, 혹은 재능이 아니라 백성들이 슬픔이나 죄책감 등 수많은 고통을 대신 짊어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왕이 대신 마셔주는 눈물 덕에 백성들은 잔인해질 수 있고, 얼마든지 남을 핍박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눈물’은 인간이 해롭기에 몸 밖으로 뱉어내는 것이고, 이를 마신 왕은 오래 살 수도 없다. 작가는 제목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인 권력자 ‘왕’에 대해 막연한 환상만을 갖고 있는 인간에게 ‘왕-지배자’라는 것이 갖는 무거움과 본연의 뜻,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상징물로 내세워진 ‘왕’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환상 소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전한다. 이영도 식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 진행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도 이전의 작품처럼 이영도 식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넷으로 구분된 색다른 종족들은 작품의 스토리와 부합되어 사건의 요소요소에서 새로운 반전을 일으키게 한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종족은 역시 현대의 인간과 흡사한 인간족이다. 왕이 되고자 하는 제왕병자들이 가득하고, 저마다 자신의 세력을 키우지만 정작 네 종족 중 가장 나약한 종족이라는 점은 모순으로 가득 찬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른 종족도 이와 비슷한 모순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닭의 모습을 닮은 레콘 족은 3미터에 이르는 큰 키와 강인한 체력, 그리고 신의 선물인 무기를 갖고 있기에 네 종족 중 개인의 무력으로는 가장 강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철저히 자신의 숙원만을 이루려는 개인주의 때문에 종족이 단합할 수 없고 언제나 홀로 싸우는 약점을 갖고 있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도깨비는 마음만 먹으면 일거에 수십만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폭력과 피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뱀처럼 비늘이 있고 변온 체질인 나가는 인간의 ‘말’이 아닌 정신적 교감인 ‘니름’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으며 심장을 적출함으로써 반(半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변온 체질이어서 북부 지방의 저온을 이겨내지 못하는 체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 작품 전체의 종족들 중 그 어떠한 종족도 완벽하지 못한 상태를 유지한다. 작품 속에 사용되는 속담이나 격언 등도 종족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물을 두려워하는 특성을 가진 레콘의 경우 ‘붕어 저택에 빠져 죽을’, ‘녹은 얼음을 뒤집어 쓸’과 같은 욕설이 나오기도 하며, 말 대신 니름이라는 정신적 언어를 사용하는 나가들은 ‘니름도 안 된다(말도 안 된다)’, ‘니름 잘라먹지 마라(말 잘라먹지 마라)’ 같은 변종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종족을 초월하여 등장하는 ‘군령자’나 ‘유료 도로당’ 또한 독특한 이영도 식의 소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군령자는 한 육체에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명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이와 비슷한 육체를 목격할 수 있다. 영생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욕구로 인해 탄생한 이 군령자는 항시 ‘더 이상 전령하지 않고 죽겠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영생을 위해 남에게 전령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료 도로당’이라는 단체는 작품 속에서 길을 정비하는 대신 통행세를 받는 이들로서, 돈을 지불하고 도로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고객이며, 무임으로 이용하는 여행객은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는 독특한 단체이다. 하지만 그 철저한 규정으로 인해 인간 전체의 적조차도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고객으로 규정하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누구도 모를 곳으로 떠나 버리고 싶다.’삶에 지친 유진의 푸념같은 소원이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졌다.눈을 떠보니 그녀가 쓰던 소설 속 세상이었다. 왕비라는 과분한 신분도 얻었다.그러나 유진이 빙의한 왕비 ‘진’은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희대의 악녀이며 남편인 사왕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역할이었다.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것도 버거운데 사왕은 유진을 찾아와 계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우리는 약 삼 년 전, 거래를 했소.”진은 사왕과 계약 결혼을 한 상태였다. 대가는 진이 사왕의 아이를 낳는 것.“아이…… 라고요?”“그렇소. 내 후계자.”
“처음부터, 내게 일부러 접근했군요?” “……그렇습니다.” “원수의 딸을 사랑하는 척하느라 힘들었겠다.” 왕가의 핏줄이자 군부 대장의 외동딸 아네트. 2년간의 열애 끝에 아버지의 충실한 수하 하이너와 결혼했다. 마냥 근사하고 다정한 남편과 영원할 줄 알았던 행복. 모든 것이 완벽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남편의 배신으로 가문이 몰락하기 전까지는. “이혼해요. 하이너.” “불허합니다.” “내게 아직도 쓸모가 남았나요? 내 부모님은 죽었고 왕정은 몰락했고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당신 복수는 끝났다고.” “부인. 어디로 가서 행복하시려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어요.” 하이너가 입꼬리를 늘여 웃었다. “어차피 그런 거라면 내 곁에서 평생 불행해.” 아네트는 문득 깨달았다. 그의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내 손으로 끊어내야 한다는 것을. 일러스트 Ⓒ 이랑
폭격으로 인한 뇌 손상, 그리고 기억상실. 그렇게 나는 나를 잃었다. 하지만 내겐 남편이 있단다. “당신이 나를 죽인다고 해도 기꺼이 죽을 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원한다면 제 목숨을 기꺼이 바치고. “내가 그자를 죽여 주길 바라나요? 당신이 원한다면 난 그럴 수 있어요.” 내가 원한다면 남의 목숨도 기꺼이 바치는 남편이지만. “나 기억을 되찾고 싶어요.” “잊어요. 나도, 당신도, 모두.” 기억만은 줄 수 없단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약인 법이니까.” 내 과거에 어떤 무서운 진실이 도사리고 있기에. 그리고 끝내 진실을 마주했을 때. “이 사기꾼, 날 속였어!” 나는 내 남편을 죽이고 싶어졌다. 일러스트: NJ
※ 본 작품은 강압적 관계와 비윤리적인 인물 및 소재를 다루고 있으니 구매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권에 유아 삽화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샐리, 네게서 좋은 냄새가 나.”금욕적이고 우아한 귀족의 가죽을 뒤집어쓴 천박한 괴물, 레온 윈스턴 대위.그는 고문실 하녀가 풍기는 피 냄새에만 미치는 한심한 개새끼였다.하지만 혁명군 첩자의 입에서 그녀의 이름이 비명과 함께 튀어나온 순간그는 첩자에게 미치는 한심한 개새끼가 되었다.“착한 아이를 괴롭힐 순 없으니 참았는데. 이젠 참을 필요가 없게 됐군. 고마워, 샐리. 이런, 아니지….”레온 윈스턴이 귀족의 가죽을 벗었을 때….“그레이스.”그레이스는 제게 물었다.어릴 적의 난 괴물을 만난 걸까, 만든 걸까.결국 그녀는 혁명군을 지키기 위해 적과의 역겨운 거래에 응하게 되고.“빌어봐.”적에게 비참하게 목숨을 구걸할 때마다 다짐했다.언젠가 널 비참한 꼴로 만들어 줄 거야.그때 내게 빌어봐.네가 얻는 건 후회뿐일 테니.
고물상의 손자와 거지 공주가 결혼했다. 유효 기간은 2년,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계약이었다. 촉망받는 해군 장교이자 대부호, 금빛 찬란한 성공을 거두고도 비천한 혈통 탓에 멸시받는 고물상의 손자. 바스티안 클라우비츠는 출세와 복수를 위한 징검돌이 필요했다. 과거의 영광밖에 남지 않은 몰락 귀족, 황실의 혈통을 가지고도 날품팔이를 해 생계를 이어가는 거지 공주. 오데트 폰 디센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다. 성공적인 거래라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손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내게 가장 소중한 걸 망쳐 놓았으니, 너도 가장 소중한 걸 잃어야 공평한 거래지. 안 그래?” 바스티안은 막대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증오와 원망, 미련, 이 빌어먹을 여자의 이름자까지. 모든 것이 하얗게 불태워져 사라진 완전한 끝을 위하여. [일러스트 : 리마] [타이틀 : 매진]
말더듬이 공작 영애 맥시밀리언은아버지의 강요로 비천한 출생의 기사와 결혼하게 된다.첫날밤을 치르고 원정을 떠나간 남편은3년 후, 전 대륙에 명성을 떨치는 기사가 되어 돌아오는데….[단행본 분량 안내]※ 단행본의 각 권 별 해당하는 연재 회차 분량은 아래와 같습니다.1부 1권 : 1부 1~48화1부 2권 : 1부 49~95화1부 3권 : 1부 96~146화1부 4권 : 1부 147~193화1부 외전 : 1.리프탄 / 2.하얀 용 / 3.칼립스 성의 어느 봄날 / 4.에틸렌 성의 악몽2부 1권 : 2부 1~51화(1)2부 2권 : 2부 51(2)~107화2부 3권 : 2부 108~157화(1)2부 4권 : 2부 157(2)~210화 / 미공개 외전 1~3화
아무리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덧붙여 봤자 근본은 깡패. 수틀리면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받는 그런 남자. 어쩌면 완벽한 이 남자에게 오점은 그가 발을 딛고 선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위태로워 보이며, 그래서 더 눈길이 가는 이율배반적인 존재. 그런 남자에게 끌렸고, 눈길이 갔던 건 부정하지 않지만 그래서 멀어지고 싶었다.“나 내일 약속 있어.”“…알아.”“호텔에서 남자 만나.”정확하게는 호텔 카페에서 보는 맞선이었다.“…근데.”“마음에 들면 이번엔 바로 방 잡는다. 이제 진짜로 퇴짜 안 놓을 거야.”이게 최시백에게 하는 소린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지 나조차도 헷갈렸다.“지랄해, 자꾸. 헛소리할 거면 잠이나 자.”오늘 잠깐 하다가 말 투쟁이라면 이렇게 서글픔이 사무치진 않았을 텐데. 나는 이 길고 지루한 감정의 마침표를 언제 찍을 수 있을지 짐작조차 못 하겠다. 얼마나 길어질지, 또 그 사이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지, 겪어봐야 아는 일이다. 지금은 안다 해도 어찌하지 못할 일.알면서도 견뎌내야만 하는 일. 내 손안에 들어온 것 중 쉬운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사랑이라고 예외일 리가.망할 사랑, 아니 짝사랑.
에블린 데일의 꿈이 깨어진 것은 어느 가을날이었다. 사랑을 맹세한 약혼자가 공작위를 물려받던 날. ‘쉽게 말씀드려서 이것은, 혼전 계약서입니다.’ 제러드는 소설이 그녀의 목숨과 다름없다는 걸 알면서 공작 부인으로서의 품위를 위해 집필을 관둘 것을 요구한다. 그 밤. 에블린은 공작저에서 도망쳐 나와, 트리센 제국을 떠난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리튼 왕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며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에블린의 다짐은 유효했다. “레이너스 황후께서 데니스 하울 작가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 “에블린 데일 양. 당신을요.” 출판사 대표, 브라이언트 클립튼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 “출발하기 전에 시간을 내 주시죠. 우리가 서로를 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테니까요.” 설마. 에블린이 미간을 조금 더 찡그렸다. “클립튼 씨가 저와 함께 가시나요?” “네.” “제국까지요?” “어디든지요.” 에블린은 말을 잃은 채 브라이언트의 얼굴만 마주보았다. 거절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근거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와 동행할 수 없는 이유.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대야 해.’ 그러나 간절히 궁리해도 빠져나갈 틈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낭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