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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수레바퀴는 앞으로만 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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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커녕, 스스로조차 사랑할 줄 몰랐던 제국의 기사, 이클레이. 조국의 뜻을 따라 전쟁에 나선 그는 어이없게도 한 무명 병사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죽음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무엇 때문인지 그는 낯선 곳에서 ‘블랙’으로 눈을 뜨게 되고, 그곳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제 모든 걸 포기해서라도 곁에 머물고 싶게 하는 에스델을.  * “그대를 사랑한다…….” 블랙은 에스델의 맑은 눈동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다시 한번 고백했다. 이제껏 겨우 참아 내던 감정을 입에 담으니 녹아들 정도로 달큼함과 동시에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쓴맛이 났다. 침묵.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할 정도로 짙은 침묵이 흘렀다. 잠시 기다렸으나 그녀에게선 끝내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쩔 줄 모르며 당황해하던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예상했던 결과인데도, 마음 한구석이 무너졌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 “나를 가엽게 여기는 것뿐이라도 좋아.” 블랙이 상체를 수그리며 제 이마를 그녀의 머리 위에 살포시 얹었다. 잔뜩 긴장했던지 그녀의 몸이 빳빳하게 굳어 있었다. “그저 나를 향한 감정이 동정뿐이더라도, 그대를 내 곁에 묶어 둘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약해질 대로 나약해진 제 심장을 그녀에게 바쳤다. 심장을 불로 지진 듯한 통증이 뒤따랐다. 그녀를 한없이 바라보던 그는 힘없이 눈을 감았다.   * 이것은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값진 것인지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