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차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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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과 이별 후, 18년 지기 남사친 로운에게 고백을 받았다.그런데, 눈을 떠보니 제 방 침대 위였다.전부 꿈이었던 모양이다.그럼 그렇지, 로운이 제게 고백할 리가 없다.​그랬는데……“대본 아니고, 내 마음이라고.” ​녀석의 대본 연습을 돕던 중, 연기 잘한다며 칭찬했더니 글쎄, 대본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이란다.그럼, 녀석에게 고백받았던 게 꿈이 아니라, 진짜였단 말이야? 말도 안 돼!***​율무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러자 로운이 율무에게 제 몸을 가까이 밀착시키며,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율무의 턱을 잡아 정면으로 돌려놨다.“미친 짓 더 하면 믿을래?”​로운이 입술을 살짝 벌리며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자, 율무가 눈을 질끈 감으며 머리를 푹 숙였다. 로운이 동작을 멈추었다. 서로의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지점이었다. 로운의 시선이 율무의 눈두덩이에 잠시 머무르다가 입술로 향했다.제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며, 로운이 뒤로 물러났다.그 기척에 후하. 참았던 숨을 뱉으며 율무가 눈을 떴다.“내 앞에서 또 딴 새끼 얘기하거나, 또 내 마음 장난으로 치부하면 그땐 진짜 무슨 짓까지 할지 나도 몰라.”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로운은 직원실 문을 열고 나갔다.저벅저벅. 로운의 발걸음이 점점 멀어졌다.희미하게 카페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율무는 벽을 타고 미끄러져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맨 처음 로운이 제게 고백했던 날부터 오늘까지의 일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정말 진심이라고.고백 자체만 놓고 봤을 땐 여전히 얼떨떨했다.하지만.율무가 손가락 끝으로 제 입술을 매만졌다.녀석의 입술 감촉이, 제 볼을 스치던 따뜻한 숨결이, 코끝을 감싸던 바닐라 향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고백도, 키스도, 모든 것이 현실임을 실감케 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수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