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거야.” 손꼽아 기다렸던 프러포즈 날. 세상의 전부였던 태민은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 내 학창시절을 지옥으로 만든 동창, 주혜나를. 그 애와 뒹굴고 온 태민의 핑계는 가관이었다. “나는 주혜나를 이용하고 너는 윤제하를 이용하면 돼.” 반성도 없이 나를 제 친구의 비서 자리로 떠미는 그에게 복수하듯 물었다. “그럼 나도 윤제하랑 자면 돼?” “넌 참고 해도 윤제하가 못 할걸. 남자는 흥분 안 하면 할 수가 없거든.” 불같이 화낼 줄 알았는데. 돌아온 건 그의 무심한 비웃음이었다. “난 불감증인 너라도 사랑해. 5년 뒤 이혼할 때까지 기다려 줘.” 파렴치한 그의 태도에 나는 결심했다. 당신 친구인 윤제하와 할 수 있는 몹쓸 짓은 다 해 볼 거라고. * “친구랑 여잘 공유하는 악취미는 없어서.” 하지만 유일한 복수의 수단인 윤제하가 나를 거절했다. “시키시는 일은 뭐든 다 할게요.” 어둠 같은 그의 눈에 빛이 고여들었다. 그 빛에 몸을 던져 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일었다. “내가 널 내 침대에 눕히고 싶다고 해도?” “직접 확인해 봐요.” 제하의 다리 위로 올라가는 이 순간 나는 간절히 바랐다. 윤제하 당신이 나를 욕망하기를. “나랑 자요,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