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피폐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싸패 악역 서브공의 비서로. 평범한 회사 업무에서부터 미행, 납치에 감금까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녀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심약하다는 것. “우욱… 웩!” 너무. “히이익!” 너무나. “끄아아악!” 너무나도. *** “이번이 마, 마지막 기회예요. 이렇게 말씀드릴 때 들어주세요, 제발….” “푸하하하. 제발? 내가 안 가겠다면 어쩔 건데, 응? 어디 찐따 같은 똥개 새끼가 사람을 오라 가라 하고 있어! 할 얘기 있으면 네 주인더러 직접 오라고 해. 온 김에 술도 좀 팔아 주면 좋고.” 오메가는 보통 담배보다 가느다란 담배의 필터를 쪼옥 빨아 당기며 겨울을 한껏 비웃었다. “그, 그것 좀 주세요….” 겨울은 울상을 지었다. 심지어 손까지 벌벌 떨며 경호 팀 직원에게 무언가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그걸 본 오메가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깔끔히 지워졌다. 그의 입매는 빠르게 굳어 갔다. 겨울이 꺼내 든 것은 30센티 정도 길이의 핸디 청소기와 비슷하게 생긴 무언가였다. 제법 견고한 손잡이가 있고, 그 앞으로 길쭉하게 튀어나온 건 다름 아닌 체인 톱날이었다. “죄송해요! 그럼, 발목 하나만 자를게요…!” 그건 바로 소형 전기톱이었다. 위이이잉! 차라라락! 모터 소리와 함께 톱날 돌아가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방 안을 채워 갔다. ‘이사님께서 발목을 잘라서라도 꼭 데려오라고 하셨으니까…. 아니, 발목을 꼭 잘라서 데려오라고 하셨던가?’ 겨울은 그 얘기가 진짜 발목을 자르라는 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왼손잡이인 거 같으니까 오른쪽 발목으로 자를게요…. 우, 움직이시면 더 많이 잘릴지도 모르니까 얌전히 계셔야 해요…?” 오메가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걸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곧 눈물이라도 터트릴 듯 울상을 한 놈의 주둥이에서는 치 떨리게 소름 끼치는 말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예쁘게 잘라 드릴게요!” 전기톱을 치켜든 겨울이 오메가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