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이단우는 죽었다. 검이 목을 찌르고 천장이 무너지는데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눈을 떴으며, <종말>이 오기 전으로 돌아왔다. <최후의 던전> 1차 공략에서 차우원이 죽고, 혼자 빠져나오면서……. 자신이 무엇을 바랐던가? “괜찮으세요? 식은땀이 나는데.” 단우를 모르는 어린 차우원이 말했다. 그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울고 계신데요.” ‘알아.’ 후회하는 일이라면 얼마든 있다. 그중 가장 후회되는 일이 시작되기 전으로, 이단우는 돌아왔다. * * * “눈앞에 있는 서른 명을 괴수가 짓밟으려고 해. 네가 막으면 넌 죽겠지만 그들은 살 수 있어. 어떻게 할래?” 단우의 물음에 차우원이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내가 막는 게 옳은 판단 같다.” ‘이 사람 좋은 새끼…….’ 공략 방법이고 뭐고, 그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최후의 던전>에서 차우원이 왜 죽었는가? 저 대책 없이 좋은 인성이 문제였다. 이번엔 단우가 그를 구할 것이다. 저 바른 인간성을 뜯어고쳐서.
현대 판타지 조연에 빙의했다. 천사의 이름을 가진 악역, 천사연의 충견이자 그를 대신해 죽는 비운의 조연, 한이결로. 천사연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작 주인공인 하태헌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구명줄이라 생각한 하태헌은 그에게 한없이 무관심하고, 오히려 천사연이 흥미를 보인다. 게다가, 이변이 일어났다. 원작에서 일어난 사건이 앞당겨지고, 게이트와 몬스터 등급이 상승했다. 원작과는 ‘달라진’ 사람들까지. 이용하려던 원작이 틀어졌다. *** “……천사연.” 설마설마했지만, 너 진짜로. “그저 클리어 방법을 알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닌 거냐?” 지하실 입구로 걸어가던 천사연이 나를 돌아봤다.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너랑 나는 같아, 한이결.” “무슨 뜻이야?” “서로 히든카드를 숨기고 눈치 보는 입장이라는 뜻이지.” 히든카드. 그 단어에 반응하지 않기 위해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하네. 난 하나 알려 줬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그건 알려 준 게 아니라 들킨 거고.” 쪼잔하긴. 속으로 구시렁거리는 내게 천사연이 흥미 가득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아. 꽤 재밌을 것 같지 않나? 서로의 히든카드를 예측하고, 발견하고, 이용하는 거.” “난 관심 없어.” 사실 관심이야 많았지만, 굳이 티 내봤자 좋은 꼴은 못 보겠단 생각에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거 안타깝군. 넘어와 주길 바랐는데.”
햇살(?)공, 여우같공, 또라이공, 연하공, 다정공, 철없공, 사랑꾼공, 애새끼공, 분리불안있공, 미인수, 우울증있수, 자낮수, 까칠한척하다망했수, 말랑콩떡수, 호구수, 다정수, 연상수 모종의 사고 이후, 비공식 헌터계 은퇴를 결심한 헌터 랭킹 1위 마그네틱 이도운. 우울증을 앓으며 집에 처박혀 지내던 그에게 언제부턴가 끈질긴 메시지가 도착한다. [마그네틱 님! 오늘은 폭염이래요 ( ’◇’ )> 더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날씨가 많이 덥다고 하네요 ( ᴗ_ᴗ̩̩ ) 저희 여운 길드는 최고의 냉난방 시설을 완비한 신축 빌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사무실에서 저와 함께 커피라도 한 잔 마시는 건 어떠신가요? (。˃́⌔˂̀。)] 참다못한 그는 홧김에 답장을 보내버리고……. [길드 부숴버리기 전에 메시지 그만 보내] 한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도착하는 메시지. 결국 도운은 정체불명의 스토커를 만나러 간다. “내가 계속 이딴 메시지 보내면 죽여 버린댔지.” “헉. 존경하는 형 손에 죽을 수 있다니. 너무 영광이에요.”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는 또라이에게 걸린 것 같다. *** “형. 저 우는 남자가 취향인가 봐요.” 밑도 끝도 없는 발언에 도운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머릿속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이 새끼는 정상이 아니라고. 도망가라고.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친놈이.” “형이랑 연애하고 싶어요.” “……꺼져.” “형…….” “꺼지라고. 번호 차단할 거야. 연락하지 마.” “혀엉……!” “저리 안 꺼져? 어딜 달라붙어……!” 도운은 자신을 덥석 끌어안은 사민의 머리를 밀어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숨 막히는 무더운 여름 공기 속에 슬며시 섞여 든 시원한 향수 냄새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10년 전 서채윤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며 세계를 구했으나 지금은 무명 헌터로 지내는 윤서. 그는 죽은 동료들의 유언만 전부 들어주고 나면 바로 죽을 예정이지만 그 유언들이 <스쿼트 3백만 회>, <참돔 9짜 10마리 낚시>, <초코크랙쿠키 1만 개 굽기> 따위라서 자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적인 대형 길드인 석영에서 윤서가 속한 길드를 합병시키더니 몇몇 헌터들을 모아 팀을 구성하고, 팀에서 만난 세계 1위 헌터 권지한은 윤서가 특별한 사람임을 단번에 알아보고 접근해 온다. 시건방진 첫인상 때문에 처음엔 그를 좋지 않게 생각했던 윤서는 곧 권지한이 정의롭고 선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정의 따위 버린 지 오래인 윤서는 권지한을 보면 답답하고 가슴이 가라앉는다. 자꾸 되새겨지는 10년 전 과거. 계속 눈에 밟히는 권지한. 윤서는 과연 유언들을 처리하고 순조롭게 죽을 수 있을까?
※ <갓겜하다 갓됨 갓뎀!> 작품 재정비 및 작가님 건강 관리를 위하여 2025년 12월 31일(수)부터 연재가 재개될 예정입니다. 작품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 나는 왜 이딴 게임에 인생을 낭비했을까? 매일 더러워서 접는다고 말만 하면서 왜 진짜 접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벌을 받는 건가? 이런 게임을 해서? ***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는 게임. [컨클루드: 아더갓의 사도] 나는 그 게임의 고인물이었다. 다른 유저들 때문에 정떨어져서 게임을 접었지만, 어떻게 해도 클리어가 안 되는 ‘해페니시스’만큼은 미련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컨클루드’의 업데이트 알림을 받게 되고…. 혹시 해페니시스로 클리어가 가능해졌나 싶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접속한 게임. [해페니시스: …나의 전도사여.] [해페니시스: 그대와 같은 존재는 처음이다.] [SYSTEM: ‘해페니시스’가 당신에게 숨겨진 트레잇을 부여합니다.] [SYSTEM: 놀라운 업적! 당신은 대화만으로 ‘아더갓’을 홀렸습니다!] 세계 최초로 ‘해페니시스’를 클리어할 수 있겠다는 기쁨도 잠시. [마더 에일루시아: 나는 네가 누구를 선택했든, 너를 찾아낼 거란다.] [마더 에일루시아: 그리고 너와 함께할 거야.] “아니, 뭔데. 이 호러 연출?” [SYSTEM: ‘마더 에일루시아’가 당신을 강제로 다크렐름으로 소환합니다.] …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는 게임에 끌려 들어가고 만다. 그러나 놀랍게도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사이비 교주인 것이 아니었다. [‘해피교전도사(???)’ : 농노] “내가… 농노라고?”
서해상에 발생한 균열을 수습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헌터 ‘차의재’는 균열을 닫음과 동시에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 웬 쓰레기장에서 정신을 차린다. 극심한 허기를 느끼고 좀비처럼 이끌려 들어간 어느 해장국집에서 그는 자신이 8년 뒤의 대한민국에 떨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언제 어디서 게이트가 열릴지 재난문자가 미리 알려주고, 던전에서 채집해 온 슬라임 ASMR 동영상이 유행하며 한가한 헌터가 A급 장검으로 택배 언박싱 방송을 하는 시대.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던 과거와는 달리 평화롭기만 한 미래에서 의재는 허탈함을 느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헌터 말고 해장국집 알바생으로 인생 제2 막을 열어봐?! “이상하네.” “…….”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나?” 몇십 년은 된 해장국집의 유일한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려던 의재의 계획은 정체불명의 ‘방독면’과 조우하면서 제대로 꼬여버리고 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