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콘텐츠입니다.밤새워 과제를 제출한 뒤 눈뜬 크리스마스 아침.그날은 캐럴이 울리긴커녕 재앙이 시작된 날이었다.기숙사는 통신 두절, 밖에는 검은 피를 흘리며사람을 뜯어 먹는 좀비가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그에 영문도 모른 채 도망을 치던 호현은웬 소방 도끼를 들고 좀비를 처치하는 남자,기영원이라는 기괴한 또라이를 마주한다.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절명의 위기 앞,아무리 봐도 초면인데 이름을 찍찍 부르는 데다성격은 지랄맞고 괴팍하기까지 하지만너만은 죽으면 안 된다 말해 주는 영원과그렇게 묘한 동행을 시작한 호현.그리고 삶과 죽음, 정의와 불의가 뒤섞인미스터리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그런지그는 자꾸만 이상한 유혹을 해 오는 영원을저도 모르는 사이 점점 의지하게 되는데……?“나 없인 아무것도 못 하면서,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은 주제에.……뭐, 괜찮아. 가끔 눈 돌아가게 예쁜 짓을 하니까. 원래 예쁜 것들은 생긴 값 해.”
“여왕이라고 부르면 돼.”곤란함이 지워진 얼굴에는 약간의 후회스러움과 또 약간의 후련함이 있었다. 그것은 어린 소녀의 얼굴에 떠오르기엔 지나치게 복잡한 감정들이었다. 그 순간 사무엘의 눈에는 그녀가 다 자란 어른처럼 보였다. 어째서인지 앳된 얼굴에 자신 만큼, 어쩌면 자신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나무 그늘에 서 있는 그녀의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던 나뭇가지들이 바람결에 흔들리자 그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려왔다. 그 햇빛은 절묘하게 그녀의 머리 꼭대기를 비추었다. 그것이 마치 빛으로 구워 낸 왕관처럼 보였다. -“카호는 좋아하는 게 뭐야?”“여왕님이요.”“음. 좋아하는 장소는?”“여왕님이 계신 곳이라면 저는 어디든 좋습니다.”“으음. 그럼 좋아하는... 날씨는?”“비 내리기 하루 이틀 전의 맑은 날을 좋아합니다.”“응? 묘하게 구체적이네?”“여왕님과 처음 만난 날이 그러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