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긋나긋한 움직임으로 들어온 다온이 연회장 중앙에서 멈춰 섰다.인형만큼이나 무미하고 감정 없는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도도하고 우아해서 얼음 여왕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엑서는 다리를 꼬며 낮게 웃었다.“지배자로서, 오늘 밤 널 안겠다.”운명적인 첫 만남.한눈에 반해버린 여자.“모두를 죽여서라도, 난 널 가져야겠어.”엑서가 쉰 음성으로 단언했다.그녀는 가슴을 들썩이며 그의 어깨에서 풍겨 나오는 진한 욕망의 끈적임을 피하지 않고 맡았다. 땀 냄새와 피 냄새가 섞인 동물적인 남자의 체취.“그걸 위해서라면 시체의 산을 쌓아도 상관없어. 알아듣겠나?”그는 눈을 뜬 채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차가운 키스였다.“기억해. 넌 젊든 늙든, 살아서든 죽어서든, 시체까지도 내 소유야.”그 한 여자를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려는 남자.“그녀를 아내로 맞을 수 없는 세상이라면, 세상을 바꿔버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