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에는, 믿기지 않겠지만,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게다가 그녀는, 여전히 믿기지 않겠지만, 이 거대한 제국 파르디나스의 황제였다. 황제로 죽은 뒤 17년 전쯤의 과거로 돌아와 웬 노예 소녀의 몸에 빙의해 깨어났다는 게 좀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 독한 년! 오늘이야말로 네가 짐승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걸 똑똑히 알게 해주마.” 화가 난 노예상은 일리에를 루벨파스트 광장 한복판에 구경거리로 전시해 두었다. 오늘따라 주변이 깨끗하고 사람들이 분주했다. ‘아…… 오늘이 노예시장이 열리는 날이었구나……!’ 보름에 한 번씩 열리는 노예시장은 노예상들도 기다리는 날이겠지만 그녀 역시도 애타게 기다렸던 날이다. 노예상을 엿 먹이는 것과 동시에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 “깨어났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탄탄하고 커다란 체격의 잘생긴 청년이 들어왔다. 일리에가 깨어난 줄 모르고 들어온 사람치고는 아주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세상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놀랍게도, 아는 얼굴이었다. 감탄을 자아내는 플래티넘 블론드, 장식적으로 보일 만큼 아름다운 호박색 눈동자, 볕에 그을렸으면서도 매끄럽고 탄탄한 피부와 기사인 것을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크고 단단한 육체……. 그렇다. 아무리 죽었다가 깨어났다지만 저런 외모를 잊을 수는 없었다. ‘슬라르한 벤티악이잖아……!’ 그는 전생에 일리에의 가장 강력한 정적이었다.
문재욱. ‘장관님’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이 남자는 나의 직속 상사이자 사주의 장남으로 회사의 후계자. 남자로서의 능력에 훤칠한 외모와 겸손한 성격까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재욱은 사내의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입사 초기에는 그를 두고 여사원들 내부에서 피 끓는 투쟁이 벌어지곤 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며 민심이 안정되고 팬심이 성숙되자 차차 그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울지 않는 지극히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결론에 다다랐다. 이 멋진 피조물을 여사원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공공재로서 다 함께 소비하고 다 함께 지켜 주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창설된 사내 유일무이한 사조직이자 팬클럽, ‘문화재욱관광부’로 대동단결한 여인네들은 오늘도 은밀한 사조직 카페에서 문재욱 관광을 일삼는데……. “엇, 잠깐만! 문광부 특급 공지 떴다.” “대박! 장관님 내일 출근하신대! 오늘 오후 비행기로 김포에 떴단다.” “진짜요? 사이트 또 난리 나겠네.” 장관님의 출근에 모두 벅차하지만, 나는 왠지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문재욱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뭇 여성들이 그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알게 되면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어서.
소설 속 악녀에게 빙의했다.심지어 내가 10년 전에 직접 쓴 로맨스 판타지였다.악녀 아일라는 여자 주인공을 저주하다가 남자 주인공에게 죽임을 당하는 운명.그 말인즉, 악녀가 아니면 된다는 거지?“이번 생은 돈 많은 백수로 평생 놀아야지!”그러나,내가 빈둥거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하루가 돌아가기 시작했다.그 이유가 내가 악녀처럼 행동하지 않아서라고?!나는 죽기 싫단 말이야!“제발 루프를 멈춰 주세요…….”“방법은 간단해. 진짜 악녀가 되면 돼.”“진짜 악녀?”“부, 권력, 명예, 남자, 뭐든 전부 빼앗아.”그러던 중 위험천만해 보이는 주술사가 날 찾아왔다.“원한다면 그녀의 왕관을 빼앗아 기꺼이 네 머리 위에 씌워 주지.그리고 옥좌까지 가는 길을 인도할 거고…….”그는 악마처럼 달콤한 말들을 나긋한 음성으로 귓가에 흘려 넣었다.“그래서, 네 대답은?”과연, 난 루프를 멈추고 진짜 악녀로 거듭날 수 있을까?[표지 일러스트 : 인플릭][프롤로그 웹툰 : 후냐]
[독점 연재]전쟁이 난무하는 소설 속,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의 여동생으로 환생했다.어차피 내 '오빠' 역할을 하고 있는 저 놈은 전쟁에서 패한 후 정의로운 남자 주인공의 처단을 받을 악당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가 사라지기 전까지만 얌전히 여동생 흉내를 내기만 하면 된다. 아니, 그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지금 네 손에 들린 그거, 설마 남주 목이니?'오빠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말았다.***"저 짐은 뭐지?""으응?"디트리히의 길쭉한 손가락 끝에는 그가 전쟁터로 떠나자마자 내가 알뜰살뜰 챙긴 짐꾸러미가 놓여 있었다."저게 뭐냐고 물었어.""여, 여행 가방이지, 오빠.""여행? 혼자?"디트리히의 검은 눈이 살벌하게 번뜩인다. 막 승전하고 돌아온 그에게서는 살인자 특유의 비릿한 피냄새가 났다."나를 두고?"#뽀시래기여주 #피폐악당가문환생 #책빙의 #근친아님 #입양아여주
시아나는 작은 왕국의 공주였다.제국군이 쳐들어 오기 전까지는….잔혹한 황태자에게 목이 날아가기 직전,시아나는 소리쳤다.“살려 주세요!”아름다운 얼굴에 붉은 피를 묻힌 황태자를 향해시아나는 간절한 목소리로 빌었다.“저는 궁에서 익힌 재주가 많습니다.시녀로 부려 먹기 딱이지 않을까요?”그렇게 황궁의 수습 시녀가 된 시아나.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적성에 맞는다?!빗자루질을 하면 복도가 깨끗해지고,밀가루 반죽을 주물거리면 달콤한 쿠키가 구워지고,빨래를 하면 뽀얗게 된 이불에서 향기가 나잖아!시녀로서 최선을 다해 일했을 뿐인데황족들은 서서히 시아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네가 타 준 차는 늘 최고야."“네가 만든 드레스라고? 정말 아름다워.”“네게 황자의 교육을 부탁하고 싶구나.”하지만 결코 이 남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생각은 없었는데..."나도 그래.""......"“나도 네가 없으면 안 돼, 시아나."애달픈 황태자의 목소리에 시아나는 눈을 꾹 감았다.이보세요, 전하.저는 평범한 시녀로 살고 싶다고요!
객식구 취급 받기 만렙 찍은 아가씨가 공부에 찌든 소꿉친구와 편지 주고받으면서 푸념하는 이야기. 어머니가 험프리 공작과 재혼해서 그 집에 얹혀 산지 12년, 에이미는 본의 아니게 공작 따님 바이올라의 사교계 명성 방패막이가 되어 남부 더블린 성에 같이 내려가게 된다.더블린 성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좌천된 하녀가 모습을 감추고, 성 밑 마을 어귀에서는 괴물이 나오는 데다, 급기야 바이올라가 수상한 남자 키릴과 함께 갑자기 실종되는 사건까지 일어나는데.......에이미는 과연 바라는 대로 험프리 공작 가문과 관계없는 평안한 생활을 찾을 수 있을까?
평생 고결한 기사로 살아왔으나, 박해를 견디다 못해 흑화한 악마의 손에 죽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어린 시절로 회귀했다. 알테어는 결심했다.‘……이번에는 그가 흑화하지 않도록, 내가 지켜 주어야겠다.’그런데…… 이 소악마가 초장부터 만만치 않다.“나는, 악마가, 아니야. 이해했어?”정체성을 부정하고,“빌어먹을! 내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저를 꺼리는 고용인들에게 패악을 부린다.그런 그를 애써 구슬리고, 위로하고, 또 적들에게서 지켜내며 힘겹게 키웠는데… “황금도, 지식도, 원한다면 저 황제를 무릎꿇릴 권력까지도 전부 네 손에 쥐여줄 수 있어. 그러니까….” “두 번 다신 내 곁에서 떠날 생각하지마. 알겠지? 두 번 다시는.”어째서 다시 만난 그는, 지난 생에서보다 더 짙게 흑화해 있는 걸까.#기사여주 #걸크러시 #악마남주 #뽀시래기남주 #흑화남주 #집착남주 #황태자남조 #계략남조
[단독선공개]소꿉친구/로맨스판타지/사이코메트리/능력남/능력녀소설 속에서 비중 없는 백작가의 막내딸로 환생했다. 어차피 조연인 인생, 차 한 잔이나 마시면서 여주와 악녀의 싸움구경이나 하려 했건만....한낱 조연에 불과한 내게 과거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니?게다가 늘 변함없이 내 옆에 있었고, 앞으로도 평생 내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소꿉친구마저 어딘가 달라졌다.“넌 내 남편이 될 거잖아.”“뭐?”그는 정말로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었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의 반응이 기분 나빴다. 그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내게서 떨어졌다.“우린 친구야 뮈젤.”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우리다. 그는 괜찮은 남자였고 남편감으로도 손색이 없었다.그래서 다른 남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내게 그의 단호한 거절은 충격이었다. 그러니까 소설 주인공이고 뭐고 지금 내 코가 석자라는 얘기다.대체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