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 악마, 똥차도 벤츠도 아닌 장갑차 남주><마이웨이, 독신(인줄 알았지만 자꾸 이상한 것들이 모이는), 마음(만은) 소박한 여주>“너 같은 딸은 우리 가문에 필요 없다! 추문에 휩쓸린 것을 수치로 여기지는 못할망정, 경거망동한 행동을 보이다니!”목걸이와 같은 사치품은 바라지도 않았다.끝이 다 찢겨 흉측한 침실의 커튼도 나쁘지 않았다.굽이 다 닳아 높이가 다른 구두도 괜찮았다.하지만 그런 캐서린도 이제 지쳤다."좋아요, 제가 나갈게요."그녀는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이 집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누구냐. 교황의 번견인가? 여기까지 잘도 찾아왔군."그녀의 저택에 침입한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채였다.까만 가죽 장화 아래로 진흙이 엉망으로 뭉개진 게 보였다.이럴수가.바닥을 닦던 도중에 풀도 아닌 진흙을 끌고 오다니!“변장이 꽤 그럴싸해. 누가 봐도 평범한 도시 여성이라 하마터면 속아 넘어갈 뻔했….”“닦아.”그녀는 잡고 있던 대걸레를 남자에게 내밀었다.“뭘 그렇게 멍청하게 봐? 바닥 닦으라니까? 그리고 초면에 함부로 검 들이미는 거 아니야. 주거 침입으로 모자라 살인 미수로 신고당하고 싶어?”일러스트ⓒ TD타이포ⓒ licock
꿈의 일부인 게 틀림없다. 아주 생생한."오늘 밤을 계획한 건 그대인데 내가 파렴치한이라도 된 양 취급하다니.""…무슨 말인지 도대체…."더 이상 말을 잇기를 포기해야 했다. 이상하리만큼 자극적이었다.마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팔뚝의 뱀 모양 문신에서 시선이 멈췄다."저기, 혹시. 물론 아니겠지만…. 레드로스 드레이드 버몬트는 아니죠, 당신.""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지? 나와의 하룻밤을 지우고 싶다는 뜻인가?"레드로스, 에이프린 가의 브렐린과 결혼한 버몬트 공작.그렇다면 자신은 온갖 패악을 부리고 사랑받지 못한 채로 1년 후에 죽는 악녀.전쟁, 기근, 악마 떼의 습격, 자연재해.자신이 마구잡이로 재미 삼아 서술했던 불행들의 목록이 앞을 다퉈 떠올랐다.등골이 오싹했다."1년 뒤에 떠나 줄게요. 지금의 저는 다른 사람이니까."억울했지만 내가 쓴 글이니까 어떻게든 바꿔 가려 하는데원작 남주가 자꾸 내게 집착해 온다?일러스트: 돼지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