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여섯의 로잘리테가 되었다.침대에서 굴러떨어지고 눈을 떴더니 고전, 막장, 피폐, 치정, 환장의 BL소설 ‘푸른 별밤의 아스테리온’에 빙의했다. 그것도 인생 막다른 길에 다다라 자살하는 남자주인공 아스테리온의 누나 로잘리테로.스토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결말에 이르렀는데 그 순간, 로잘리테에 빙의했던 열여섯 살로 돌아와 있었다. 이게 정답이 아닌 것 같았기에 동생을 곱게 키워봤다, 이번엔 외부요인으로 사망했고 로잘리테는 다시 회귀했다.방향을 바꿔봤다. 동생이 아니라 자신에게 몰두하고 단련했다.이것도 아닌 것 같다. 마법을 배우다가도 회귀했고, 마탑 졸업논문 완성 파티를 하다가도 회귀했다.끝없이 열여섯으로 돌아오는 로잘리테 록스버그, 나는 곱게 죽을 방법을 찾고 있다.#표지 및 본편 내 삽화 : 에나#에필로그 내 삽화 : irim
밤새 대본을 보다 지쳐 잠들었을 뿐인데김치 싸대기, 출생의 비밀, 기억 상실증.온갖 황당한 시추에이션이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시련의 꽃’의 악녀 차예련으로 빙의했다.“내가 지켜 줄게, 차예련. 드라마가 결말을 맞이해도 현실로 돌아갈 수 없다면 네가 곧 나일 테니까.”차예련의 목표는 단 한 가지.감옥에 갇혀 평생을 살아야 하는 불행한 엔딩을 피하는 것.여주인공 한서리의 해피 엔딩을 위한 드라마 속에서악녀 차예련은 천천히 이 막장 드라마를 자신의 색깔로 물들여 가는데…….“당신, 누구야?”그런데 극중 서브 남주 박은우의 상태가 수상하다.여주인공 한서리를 위해 희생해야 할 그가 자꾸만 차예련의 곁을 맴도는데…….과연 그녀는 불행한 엔딩을 딛고 시련의 꽃을 탈출할 수 있을까?[일러스트] 몬스테라[로고 및 표지 디자인] 송가희
어릴 때 흑막이 요양하던 시골 영지의 마을 주민으로 빙의했다.엑스트라라서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어쩌다 보니 흑막 로베르와 엮여 버렸다.미래의 암흑가 수장이 되는 이 녀석과 가까이 지냈다간남주에게 죽임을 당할 게 뻔했으므로어떻게든 거리를 두는 게 신상에 좋지만…….모른 척하기에는 로베르의 불우한 유년 시절이 너무 안쓰러웠다.“너두 내가 시로?”“아, 아냐. 구롤 리가.”눈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묻는 말에 이젤린은 마구 손사래를 쳤다.그때 그랬으면 안 됐다.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골목에서 로베르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그에게서 위험하고도 위태로운 분위기가 풍겼다.“내게서 벗어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버리는 게 좋을 거야.”“왜 이래? 우린 친구잖아.”“친구?”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매를 비틀었다.웬만한 사람은 얼어붙게 만들 서늘한 미소였지만 이젤린에게는 소용없었다.“밤에 무섭대서 토닥토닥 재워 주고, 과자 먹여 달래서 먹여 주고, 목욕까지 같이 하며 자란 사인데, 뭘 어째?”“…….”“뽀뽀해 달라고 조르던 시절을 잊은 거야?”“또 졸라도 돼?”“뭐?”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느닷없이 겹쳐 온 입술에 이젤린의 심장이 이상하게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