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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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수호자

<어둠의 수호자> 파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교관 카이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카이는 사슴고기 1000개를 원하니 구해오는 게 좋을 거다. 파이터 되기 싫으면 구해오지 않아도 된다. 처음 받은 퀘스트부터 전직 퀘스트까지 모두 노가다의 전당. 그러나 일단 노가다를 이겨내고 나면 파이터라는 희귀 직업을 얻는다. 노가다와 열정의 신, 현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정현 게임판타지 장편소설『어둠의 수호자』제1권 "시작" 편.

가족

<가족> 책 정보가 없습니다

왕의 길

<왕의 길> 감문국 甘文國 - 1800여 년 전 경상북도 김천 땅에 현존했던 나라. 역사의 흐름 속에 그 존재는 사라졌지만 읍락 국가 감문국은 아직도 우리민족의 불굴의 정신적 유산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구전되어 전해 오고 있다. 감문국은 김천 역사ㆍ문화의 시발점이었다. 역사는 이긴 자의 것이다. 패자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 위에 가려져 있다. 삼국시대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했던 신라는 수많은 소국(小國)들을 복속시키면서 성장해 갔다. 신라의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 있고 신라의 문화유적은 보존돼 있지만, 신라에 복속된 이들 소국의 역사와 문화유적은 잊혀 가고 있다. 감문국은 김천시 개령ㆍ감문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삼한시대 읍락국가다. ‘위지동이전’ ‘삼국사기’ ‘동사’ 등 역사자료로 볼 때 독자적 문화 세력을 구축해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신라의 전신 사로국은 가야를 공략하고 금강유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감문국을 정복, 지방행정과 군사거점으로 활용했다. 반면 ‘친가야 반사로국’ 정책을 추구한 감문국은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표방해 사로국의 정복야욕에 희생됐다.

키스

<키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 여자의 꿈과 남자의 사랑을 말하다! 장남 혹은 아들에게 집안의 희망을 걸었던 세월이 오래였다. 당연히 여성은 희생과 그림자의 생을 살아야했다. 그렇지만 그림자의 반대인 빛과 화려함은 여성이 더 예민하고 설렌다. 이제 여성이 그 설렘의 꿈을 꾸는 세상이다. 남자는 진정 꿈을 꾼 적이 있는가. 그들의 어깨에 얹혔던 희망은 부모와 가족의 기대를 걸머진 끝없는 욕망이었기 십상이다. 그 일그러진 행태가 권위, 허세, 폭력, 집착, 위선이었다면? 분노한 명수의 폭력을 광역수사대 형사의 접근으로 알게 된 수명이 좌절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데, 작가는 꿈조차 꾸지 못한 채 출산한 자식을 버리고 신산한 길을 걸어온 여성의 삶을 통해 지난 세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부조리와 비극을 민낯으로 고발한다. 그리고 수명과 명수의 사랑으로 또 다른 욕망이 아닌 빛나는 꿈과 희망을 말하며 발칙하고, 낯선 출산의 방식으로 사랑의 결실을 제안한다.

아버지

<개정판 | 아버지> 가슴 뭉클한 그 이름, 아버지! 김정편의 장편소설 『아버지』. 1996년 발표된 《아버지》를 재출간한 것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초상을 그리며 발표 당시의 경제 위기와 가족해체 등 시대 상황과 맞물려 많은 이들의 가슴을 위로했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가족에게 힘이 되는 아버지, 아버지의 힘이 되는 가족들이 함께 읽으며 진한 감동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와는 자연스레 각방을 쓰게 되고, 일로 바빠 아이들과의 사이도 멀어진 정수는 친구이자 의사인 남 박사로부터 자신이 췌장암 말기라는 말을 듣는다. 사실을 모르는 딸과 부인은 술에 의지하게 된 정수에게 실망하고, 정수는 점점 더 외톨이가 되어간다. 결국 현실을 수긍한 정수는 자신의 죽음 이후 남게 될 가족을 걱정하며, 마지막까지 어엿한 가장이고자 하는데…….

여자

<여자> 사랑… 믿어요? 난 그 사랑이란 거 믿어요. 일상의 지루함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일상을 소비해 가는 가정주부 희수. 그녀가 어느날 빗길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 역시 세상과 타협하지 못해 모든 것을 버린 채 일상을 소비하고 있는 중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지극히 절제하면서도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려 조금씩 다가가는데…. ☞〈여자〉는 작가 김정현이 2000년에 내놓았던 작품을 재출간한 것이다. 마치 한국판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읽는 듯한 절제된 감정 속에서 이 시대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키스 인 런던

<키스 인 런던> 희미한 조명이 드리운 넓은 무도회장은 수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춤을 추는 이들, 술을 마시는 이들, 대화를 나누는 이들, 애정을 나누는 이들…… 그들은 제각기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장미의 잎, 엉겅퀴, 토끼풀 레이스가 곱게 수놓아진 아이보리색 드레스를 입은 나는 하얀 깃털 가면을 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빈 숲 속의 이야기’ 선율이 홀 중앙에서 울려 퍼져 그쪽으로 사뿐사뿐 걸어가니 여러 커플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흥겨운 광경에 흠뻑 젖어 있다가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검정색 턱시도를 입고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가면으로 눈 주위를 가린 묘령의 남자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넓은 가슴팍을 가진 건장한 남자였다. “Bonjour, mademoiselle.”

황금보검

<황금보검> 개방과 포용, 인권, 호국정신! 천년제국 신라의 황금보검에서 시작된 이야기 “1973년, 경주시는 5월 26일부터 계림로 일대에서 도로 공사를 시행했다. 하수구 배관을 묻기 위해 도로 양쪽을 파 들어가던 중 많은 무덤이 노출되었다. 남자의 허리춤에 황금보검이 가로놓여 있었다…….”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 신라무덤에서 발굴된 이국적 문양의 황금보검. 그리고 그 황금보검의 주인과 함께 합장된 또 하나의 인물. 저자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키질석굴 벽화에서 이와 가장 유사한 모양에 패용 방법까지 꼭 같은 검을 보았고, 거기에서부터 수많은 자료를 근거로 한 역사 소설이 씌어졌다. 보물 63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실물 완형으로 남아 있는 신라의 황금보검. 소설은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황금보검을 차고서 초원길을 달려 동쪽의 황금나라 신라를 찾아온 서역 왕자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서라벌을 중심으로 가야, 우산국을 비롯해 오늘의 독도, 대마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변 배경 속에서 침략과 정벌, 의와 충, 사랑과 우정으로 빚어지는 긴장감이 흥미진진한 가운데 본문의 삽화는 인물들에 더욱 강렬한 인상을 부여함으로써 활기를 더하고 있다. 드라마 같은 내용 전개와 더불어 신라 장군 이사부의 활약 등 청소년들에게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되고 정치인들에게는 귀감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신수라, 그와 어우러질 상화, 유강 등을 상상하며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관련 역사서를 찾아 읽었다. 그 무궁무진한 콘텐츠도 그랬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신라’는 그저 ‘왕국’이 아니라 가히 ‘제국’이라 이를 만하다는 깨우침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천년을 이어간 나라가 얼마나 될까? 아마 로마 정도가 아닐까 싶다. 제아무리 지배 영역이 넓더라도 채 수백 년을 넘기지 못하고서야 어찌 제국이라 하겠는가. …… 신라와 황금보검을 버무리는 데 3년이 걸렸다. 그리고 작심하고 단박에 썼다. 쓰는 동안, 지금도 다르지 않은 여러 현실에 역사의 무거움을 실감했다. 그때 대마도를 정벌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제일 깊다. - 저자 후기 중에서 서역 왕자 씬스라로프, 가야의 딸 상화 공주, 신라 장군 유강, 대장군 이사부! 개방과 관용의 나라 신라를 배경으로 이들의 활약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역의 작은 나라 롭성의 왕자 씬스라로프는 나라가 멸망 위기에 처하자 재건을 다짐하며 동쪽의 황금나라라 일컬어지는 신라를 찾아 명마 벤투스를 타고 험한 길을 헤쳐 간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황금보검을 차고서. 마침내 그 땅에 이르러 상화 공주에 의해 목숨을 구한 씬스라로프는 신수라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유강 장군과 절친한 벗이 됨과 동시에 왕의 신임을 얻어 이사부를 필두로 신라의 장군으로서 왜구와 맞서며 용맹을 떨친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상화 공주를 연모해오던 유강 장군의 시기와 오해로 한때 두 남자의 사이가 소원해지지만 이사부의 지휘 아래 우산국 정벌에서 승리를 거두며 다시 한 번 충정과 우애를 다짐하게 된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여 떠나려는 씬스라로프, 대의를 위해 슬픔을 누르며 기꺼이 연정을 포기하려는 유강, 세속을 떠나 불가에 귀의하려는 상화 공주, 귀족의 세력에 권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왕과 이를 한탄하여 마지않는 대장군 이사부. 이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와 같이 전개되는 가운데 빈번한 왜구의 침략에 대한 저항, 지략과 용맹을 더한 전투 장면이 활발하다. 더불어 황금나라 신라의 관대함이 그려지고 있기도 하다. [본문 발췌] “으음…… 이름이 씬스라로프라 했으니 이곳 신라에서는 신수라라는 이름을 쓰도록 하라. 새로울 신, 지킬 수, 망라할 라이다. 신라를 지키라는 뜻이니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라.” “황송합니다, 전하. 신, 수, 라! 반드시 그 이름을 지키겠습니다. 아울러 전하의 성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제가 지닌 황금보검을 바치겠습니다.” “황금보검?” 시종의 손을 통해 전해진 신수라의 황금보검을 살펴본 왕께서는 그 아름다움에 입을 다 벌리셨다. “아름답도다, 참으로 아름다운 보검이로다.” “저의 부왕께서 하사한 것이나 이제 전하로부터 새로운 이름까지 받아 신라 사람이 되었으니 충성의 징표로 삼아주십시오.” 나라보다 제 이익을 우선으로 여겨 온갖 구실로 대업마저 망치려는 자들이니 참으로 파렴치하고 속 좁았다. 나라가 강성해지면 교역에서든 무엇이든 그만큼 이익도 더 커질 것임을 왜 모르는 것인지. 아니다, 그들은 몰라서가 아니라 현상의 권력을 지키려 함이다. 맞다, 재물은 권력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도 힘보다는 재물이 더 긴요했다. 아무리 큰 힘이라 해도 그것을 유지할 재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기에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재물이 힘의 원천이고 그래서 권력이라 해도, 가장 큰 힘과 권력은 백성의 마음에 있는 것이었다. 백성의 마음이 움직여 하나 되는 힘으로 만들어지는 권력이야말로 재물의 권력은 꿈조차 꿀 수 없는 크고 영원한 것이니, 그래서 백성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평등과 자비를 보물로 삼으려 함인데……. 속 좁은 자들, 치졸한 자들, 눈앞의 것에만 연연하는 무지한 자들. 그래서 기어이는 나라를 망쳐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고 후회할 자들이 재물에 의지하고 재물만 믿는 자들이다. “떠난다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일까요?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게 사람 사는 이치인 것을요. 돌아오지 않거나 돌아오지 못하면 또 어떻습니까. 마음에 얼마나 깊이 담게 될지도 모르면서 집착에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이지요. 부모도 언젠가는 떠나고, 때로는 자식이 먼저 떠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손님처럼 대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 여기신다더군요.” 유강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다른 깊이였다. 연심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수없이 마음을 다잡지만 닥치면 언제나 덜컥거렸다. 그런데 여전히 연심인가 싶으면서도 다른 무엇이 느껴진다. 마음에 깊이 담아둘 손님이거나, 다른 뜻의 손님이거나…… 여하튼 집착에서 자유로운 어떤 마음이다. 유강은 덜컥거리던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안중근, 아베를 쏘다

<안중근, 아베를 쏘다> 명백한 사법 살인의 희생자 안중근을 누가 다시 불러냈는가! 거침없이 써 내려간 김정현식 장편소설 “안중근은 살인죄로 사형 판결을 받은 범죄자” -아베 총리 “안중근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2014년 3월 안중근과 이토, 아베의 이야기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고, 최근 중국에서는 안중근 순국 104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안중근의 거사가 ‘테러’가 아닌 ‘의거’임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아베 총리의 발언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때마침 김정현 작가의 신작 『안중근, 아베를 쏘다』가 출간되었다. 아직도 반성은커녕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뻔뻔한 태도를 유지하는 일본에게 “경고가 아니라 반성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한 『안중근, 아베를 쏘다』는, 사실의 정확성을 더하기 위해 작가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수년에 걸쳐 치밀하게 자료를 조사하여 안중근을 선명하게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또한 안중근이 뤼순 감옥에서 쓴 『안중근 자서전(원제: 안응칠 역사)』과 안중근이 재판을 받을 당시의 ‘신문 기록’ 및 ‘공판 기록’을 참고한, 현존하는 가장 생생하고, 가장 파격적인 상상으로 이루어진 ‘김정현식’ 역사 장편소설이다. 이미 ‘성인’의 반열에 오른 안중근 의사의 삶을 풀어내기가 조심스러웠다는 작가는, 이 소설을 시작하고 또 끝낼 수 있었던 이유가 ‘안중근이 영웅이기 전에 평범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사람다운 영웅이었고, 평화의 영웅이자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의 영웅이 된 안중근의 놀라운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다시, 10월 26일. 아베 앞에 나타난 안중근의 이야기 10월 26일, 하얼빈으로 향하는 초고속 특별열차 허시에(和諧) 731호에 타고 있던 일본 내각 수상 안배(安培: 아베) 앞에, 예의 그 안중근이 나타났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반성하라는 안중근과, “내가 한 짓이 아니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오.”라는 말로 회피하려는 아베. 아베는 환영을 본 것이라 여겼지만 두려움에 떤다. 몇 시간 뒤 하얼빈 역, 과거 1909년 10월 26일과 마찬가지로 삼엄한 경비 속에 아베가 특별열차에서 내린 후 세 발의 총성이 연이어 들렸다. 아베는 쓰러지고, 안중근의 목소리가 하얼빈 역에 울려 퍼지는데……. “대한민국 만세! 동양 평화 만세! 세계 평화 만세!” 안중근은 체포되어 살인미수로 수감되고 재판을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안중근이 아베를 쏠 수밖에 없었던, 아베가 저지른 열다섯 가지 죄목을 고하며 재판의 형세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1909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중국 외교부와 세계 정세, 그리고 재판장 쑨원(孫文), 검찰관 장제스(蔣介石), 판사 루쉰(魯迅), 캉유웨이(康有爲), 변호인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선임된 이 재판에서 안중근은 어떤 판결을 받을 것인가? 1909년, 일본의 계략 속에서 절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역사에 길이 남을 진실하고 공정한 ‘세기의 재판’이 지금 『안중근, 아베를 쏘다』에서 다시 열린다. 작가 후기 중에서 사실 안중근은 내게 오래된 숙제였다. 1996년, 한 극단 연출가로부터 안중근 탄생 100주년 기념극의 대본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었다. 그러나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안중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는 곧바로 손을 놓았다. 그는 거의 성인의 반열이었고, 예수나 붓다의 평전을 감히 인간이 쓸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기어이 책을 쓰며 안중근은 영웅이기 전에 한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이 책을 끝낼 수 있게 한 힘이었다. 맞다. 안중근은 영웅이다. 우리만의 영웅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들의 영웅, 평화의 영웅이다. 그가 평범한 사람으로서 영웅이 되었음을, 특히 침략의 뜻을 품은 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그이처럼 사람을 사랑하고 평화를 지키려는, 평범하지만 의기 높은 이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경고가 아니라 반성의 기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본문 중에서 ★ 불쑥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기함을 해 돌아보니 흰색 한복에 흰색 솜두루마기를 덧입은, 카이젤 수염이 눈에 띄는 사내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누, 누구야!” 일부러 더욱 고함소리를 높인 것은 문밖의 경호원에게 들리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태연히 웃으며 양손을 펴 보였다. 무기를 들지 않았으니 위해를 가하려는 뜻은 아닌 듯싶었다. “당신, 누구요?” “난 대한국인 안중근이다.” “안중근?” 분명 많이, 귀가 닳도록 들은 이름인 것 같은데 선뜻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 10월 26일 오전 9시 정각, 특별열차 허시에 731호가 하얼빈 역 1번 플랫폼에 멈춰 섰다. 객차 문이 열리자 비서관으로 보이는 사람을 선두로 10여 명의 경호관이 먼저 내려 객차 출구를 에워쌌다. 뒤이어 175센티미터의 신장에 원래 머리가 그런 것인지 헤어스타일 탓인지 좌우 이마 폭이 좁고, 양 볼과 눈두덩이 살이 두툼해 늘어질 것 같은 안배가 조금 피로한 얼굴로 열차에서 내렸다. 그는 곧바로 경호원을 따라 승용차로 걸음을 옮겼고, 그 뒤 역시 열차에서 내린 경호원들이 질서정연하게 그를 둘러싸 안배를 향한 틈은 보이지 않았다. 안중근이 ‘거사는 글렀구나.’ 하고 낙담하는 찰나 힐끔 고개를 돌린 안배와 눈길이 마주쳤다. 안배는 순간, 안중근이라는 이름 세 글자와 1909년 오늘 이 시간 하얼빈 역에서 벌어졌던 사건이 한꺼번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또한 지난밤의 대화도 초고속 필름처럼 돌아갔는데, 죽는 순간이 되면 일말의 반성은 하게 될 것이라던 안중근의 마지막 말이 다시금 섬뜩하고 생생했다. 그 모든 것은 멈칫하는 순간의 일이었고, 반성이 아니라 비웃음을 지은 것도 그 순간이었다. ★ 권총을 뽑아드는 순간과 틈을 비집고 나와 달음박질치려는 순간의 기막힌 접점. 안중근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천지를 가르는 듯한 총성과 함께 안배는 아랫배를 움켜쥔 그대로 플랫폼 바닥에 꼬꾸라졌다. 하얗게 질린 얼굴의 경호원들은 뒤늦게 쓰러진 안배의 몸뚱이 위로 몸을 던져 후속 사격에 대비한 육탄 경호에 들어갔지만, 이미 안중근은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빼고 번쩍 두 손을 치켜들어 만세 삼창을 외치고 있었다. “대한민국 만세! 동양 평화 만세! 세계 평화 만세!” ★ 도열해 있던 일본인 군중은 저마다 손에 든 일장기를 흔들며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이등은 그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가볍게 흔들며 답례를 표했다. 얼굴 가득한 그의 미소에는 의도된 위엄과 거만한 기색이 뒤섞여 있었다. 안중근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어찌 세상 일이 이같이 공평하지 못한가! 슬프다! 이웃 나라를 강제로 빼앗고 사람의 목숨을 참혹하게 해치는 자는 이같이 날뛰고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데, 어질고 약한 이는 죄 없이 그처럼 곤경에 빠져야 하다니!’ 안중근은 더는 망설일 것도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뚜벅, 뚜벅……. (중략) 일본인 환영 군중 무리의 왼쪽 끝 부분, 러시아 의장대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중근은 이등과의 거리가 10여 보쯤 되자 품 안에서 브라우닝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차가운 공기, 달아오르는 환영의 열기를 깨트리며 울려 퍼진 네 발의 총성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폭죽 소리로 들었다. 그러나 이내 이등이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의지할 것을 찾아 두 손을 허우적거렸다. 탕! 탕! 탕! 다시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이등의 뒤를 따르던 천 상, 전중, 삼태의 몸뚱이가 휘청거리며 앞으로 숙여졌다. 비명과 아우성에 놀란 러시아 의장병들은 일제히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대열이 사라진 그곳에 오직 한 사람만이 상체를 약간 앞으로 굽혀 사격 자세를 취한 그대로 우뚝 서 있었다. 내뻗은 오른 손에 들린 브라우닝 총구에서는 아직도 하얀 화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일말의 두려움도, 물러서려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 당당 한 그의 모습은 한순간 엄청난 거인처럼 보였다. ★ “그대가 발사한 결과 이토 공작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전혀 모른다. 또 그 결과는 아무에게서도 듣지 못하였다.” “그대가 이토 공의 목숨을 잃게 한다면 그대 자신은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가.”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한 적이 없다. 이등의 목숨을 빼앗으면 법정에 끌려 나갈 테니, 그때 이등의 죄악을 하나하나 진술하고 나 자신은 관헌에게 일임할 생각이었다.” 일단 신문을 마치며 구연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피의자 신문의 가장 큰 목적은 자백으로 범죄 사실을 소명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피의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감추려 하는 것이 상례인데, 안중근은 범죄 사실에 대해 감춤도 망설임도 없이 담담히 답변할 뿐이었다. ★ “그대의 진술하는 바를 들으니 참으로 동양의 의사(義士)라 하겠다. 그대는 의사이니 결코 사형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조심스러운 그의 말에 안중근은 의연히 대답했다. “내가 죽고 사는 것은 논할 것이 없다. 다만 내 뜻을 속히 일본 왕에게 아뢰어라. 그래서 이등의 옳지 못한 정략을 속히 고쳐, 동양의 위급한 대세를 바로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구연은 또 가슴이 서늘해져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