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롱으로서 칼튼 백작가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몰락 귀족의 여식 헤스티아. 그녀는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것을 버리고 훌훌 떠날 날만을 기다린다. 마침내 그 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헤스티아.” 안 돼, 한쪽 무릎 꿇지 마, 청혼 하지 마! 등 뒤에서 반지 상자 꺼내지 말라고! “예상했겠지만, 나는 앞으로 너와 함께하고 싶어.” 예상? 당연히 했지.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우리는 친구라며? 친구 하자며! “내-” 헤스티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어질 그의 말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신부가 되어 줄래? 가문의 안주인이 되어 줄래? 후계자를 낳아 줄래? 셋 중 하나겠지만 셋 다 친구랑 하는 건 아니잖아? “싫어, 난 너랑 결혼 안 해!” “-영지의 마법사가 되어 줄래?” ……뭐라고? 살며시 눈을 뜬 헤스티아는 특유의 여우 같은 눈웃음을 짓고 있는 그와 마주했다. “물론 나는 결혼도 좋아.”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착각한 것이 부끄러워서인지 그의 대답 때문인지는 그녀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네 꿈이 바로 내 꿈이야. 그러니 헤스티아,” 그가 반지 대신 표준마법사계약서와 만년필을 내밀었다. 그녀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도, 받아 보지도 못한 것이 눈앞에 있었다. “부디 내 영지의 마법사가 되어 줘.” 행복한 일이 없는 인생이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은 인생의 끝자락에서 그의 손이 그녀에게 내밀어졌다. “나와 함께 로즈힐로 가자.” 그렇게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마법사로서 영주님인 그를 따라나섰는데……. 영주님과의 계약은 함정이었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저 사이코패스가……!’ ‘저 재수 없는 또라이가……!’ 어릴 적부터 서로를 격렬하게 혐오하던 베네딕트와 이벨린. ‘내 약혼자라니!!’ 남보다 못한 사이였으나 강제로 약혼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성인이 되자마자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 보지 말자며 약혼을 파기했다. ……아니, 파기하려 했다. 이벨린이 갑자기 결혼하자는 말을 꺼내기 전까진. “결혼 말고 다 들어줄 테니 말해. 뭐가 필요해?” “돈. 그리고 소공작 부인의 지위.” * * * 회귀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땐 자신이 미친 줄 알았다. 그리고 동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또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하나뿐인 동생이 죽는 모습을 다시 볼 순 없었던 이벨린. 그래서 그녀는 베네딕트라는 방패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증오하는 베네딕트의 곁에서 동생을 지킬 힘을 기를 때까지.
*본 작품은 리디 웹소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이용가와 19세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라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평생을 고아로 자란 셰넌에게 도착한 한 장의 쪽지. <‘셰넌 엠브로즈’의 가족입니다. 그녀와 만나고 싶습니다. 4월 7일 저녁 9시, 이에나 다리.> 그날 셰넌은 이에나 다리에서 스턴 강에 빠지며 30년 전 과거에 떨어진다. 자신의 부모님과 조우한 기쁨도 잠시. 부모님이 희대의 연쇄살인마, 킬리언 그레이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셰넌은 그에게 접근하는데. * * * “무슨 생각해?” “!” 한참 제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던 킬리언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새, 생각은 무슨…….”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셰넌은 고개를 홱 돌리며 얼버무렸다. “내가 맞혀 볼까?” 평소와 같은, 여유를 전혀 잃지 않은 킬리언은 자신과는 반대로 잔뜩 흐트러진 셰넌의 꼴이 우습다는 듯,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늘 던지던 시답잖은 농담처럼 가볍게 물었다. “흐음, 저 대가리에 총알이 박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 셰넌이 대답은커녕,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숨도 쉬지 못했다. 반면 킬리언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상체를 숙여 셰넌의 입술에 깊게 제 입술을 묻었다. 그리고 여전히 숨결이 공유될 만큼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다시 한번 속삭이듯 채근했다. “응? 자기야, 대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