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의 세 가지 사랑에 대한 단편 모음집. 모스크바에서의 낯선 여인과의 만남, 삶의 막바지에 이른 노인의 마지막 욕망, 홍어를 재료로 한 음식과 꿈을 소재로 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그녀의 이름은 릴리였고, 아르메니아 출신이었다. “왜 그렇게 그 여자 생각에 빠져 있는 건데? 이제 겨우 한 번 봤을 뿐이고 앞으로 영영 못 볼 수도 있는 사람인데.” “릴리. 혹시 1년 후에 당신이 혼자고 저 역시 혼자라면, 1년 후, 오늘 이 시간에 전에 같이 갔던 수도원 강변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그는 사실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1년 전 그날 모스크바에서 그가 릴리를 우연히 만났을 때 그의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고등학교 시절, 입시학원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그에게 첫사랑이 되었다. 그녀의 옆에 남자들이 바뀌어 갈 동안, 끝끝내 고백 한 번 해 보지 못한 수줍은 사랑. 그리고 10년 만에 그녀에게 고백한 그 날, 그녀는 결혼을 한다고 했다. 다시 세월이 흘렀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혼 1년 만에 이혼을 하고 배우가 되어 있었다. 그의 밀리언셀러 소설을 영화화하게 되면서 작가와 배우로 두 사람은 운명처럼 재회하게 되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었다. 큐피드의 화살은 언제나 빗나가기 마련이고, 그는 단지 그 녀석보다 그녀를 훨씬 더 사랑했기 때문에 운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비극이다. 네가 나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네가 그걸 바라든 바라지 않든. 난 내 방식으로 너를 끝까지 사랑하고 지켜주었어야 했다. 네 곁에 끝까지 머물렀어야 했다. 네가 나를 그토록 애타게 찾았을 때 옆에 있어 주었어야 했다. 난 그저 바람처럼 네 주변을 떠도는 공기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