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사생활> 최민경의 소설 [마리의 사생활]. 몇 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엄마와 나 둘, 빈집 같았던 우리 집에 어느 날 마리가 찾아왔다. 내 초등학교 동창은 ‘말희’였으나 그녀는 피나는 노력으로 ‘마리’가 되어 있었다. 유럽여행을 끝내고 막 한국에 왔다는 마리는 정말 친한 친구의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굴고, 과거 어릴 때 내가 보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편지들 때문에 마리가 여행을 떠날 용기를 얻었다며 나를 꼭 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며칠 정도로 생각했던 마리의 체류는 점차 길어져서 집세를 함께 부담하기로 하고 엄마와 나, 마리가 함께 살기에 이른다. 집안일을 살뜰하게 챙기고 우울해하던 엄마의 기분을 맞춰주는 마리를 보면서 나는 마리에게 고마움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제 오랜 친구인 상준과의 사이에도 마리가 끼어들자 불쾌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데…
<십자매 기르기> 세계청소년 문학상 수상작가 최민경의 두 번째 장편소설 특유의 시니컬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은호의 이야기! 세계청소년 문학상 수상작가 최민경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영리하고 예민한 소년 은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보호자였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은성과 은호 형제는 둘만 남겨진다. 엄마는 가출을 했고, 아빠는 재혼을 한 상태. 형제는 아빠에게 연락이 닿을 때까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은 비밀로 하기로 한다. 은성은 이 기회에 멋대로 살기로 작정한 것 같지만, 은호는 플루트를 가르쳐주고 선물해준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 십자매처럼 자유롭게 노래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주자가 되고 싶은 은호는 절망스런 순간 속에서도 어려움을 하나하나 이겨내며 희망을 찾아 가는데….
<나는 할머니와 산다> 내 머릿속에 할머니가 산다? 열여섯 소녀와 죽은 할머니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된다! “엄마, 나도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할머니, 제발 여기서 멈춰요!” “발상이 매력적이고 흡인력도 뛰어나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이 없다.” 『나는 할머니와 산다』가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유는 청소년 소설이 갖기 쉬운 어른 중심의 계몽적 사고를 탈피하고, 대상 독자가 청소년일 뿐 일반 소설과 대비해도 전혀 손색없는 본격 소설로서의 구성력과 표현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심사 위원들이 심사평에서 “너무 잘 짜여 있는 것이 흠이라고 할 만큼 아주 잘 쓴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나는 할머니와 산다』는 ‘청소년’이라는 특수성을 극복하고 소설의 보편성을 획득한 작품이다. 소설은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읽는다면 열여섯 소녀가 쓴 작품이 아닌가 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사고방식,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열여섯 소녀의 바로 그것이다. 작가 최민경은 철저히 열여섯 소녀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다루는 소설은 왜 반드시 좋은 부모와 교사 같은 만능 키를 가진 인생의 큰 스승이 해결의 길을 가르쳐주어야 하느냐는 심사 위원들의 답답함이 최민경의 소설 『나는 할머니와 산다』를 만나 비로소 해소된 것이다. 심사 위원들은 또한 할머니가 소녀의 머릿속에 들어온다는 빙의를 소재로 한 발상이 매력적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이 없이 흡인력이 뛰어나다고 평을 함으로써 『나는 할머니와 산다』가 내용과 형식, 표현과 구성에 있어 최고 영예인 ‘수상작’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는 데 동의했다. 바로 거기, 내 열여섯의 생이 저무는 곳에, 가로등이 깜빡거리며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제3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심사평 『나는 할머니와 산다』는 죽은 할머니가 귀신처럼 주인공의 머릿속에 붙어살며 발생하는 여러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우선 그 발상이 매력적이다. 흡입력도 뛰어나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이 없다. 흠이 있다면 너무 잘 짜여 있는 것이라 할 만큼 아주 잘 쓴 작품이다. -심사위원: 김주연(문학평론가), 서영은(소설가), 이순원(소설가), 은희경(소설가), 경연(문학평론가), 원종찬(문학평론가), 안도현(시인) ●책 속에서 나는 이성적인 생각만 하기로 한다. 영혼이 어쩌고 하는 소리는 모두가 다 미신일 뿐이다. 21세기에 귀신 봤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만나 봤다. 나는 이불 속에서 눈을 똑바로 뜨고 내 앞의 어둠을 노려본다. 숨이 답답했지만 차마 이불은 못 걷겠다. 너무 놀라 심장이 배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간신히 정신을 추스르고 다시 한 번 살펴봐도 할머니다. 돌아가시기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내 책상 밑에 앉아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나는 내 볼을 세게 꼬집어 본다. 아픈 거 보니 꿈은 아니다. 나처럼 치명적으로 반복해서 누군가로부터 거절을 당해 본 사람들은 다시는 거절당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나는 엄마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엄마를 시험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난 아직도 사춘기인 걸까? 왜 자꾸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거지?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막상 결정을 내리자 마음이 한결 가볍다. 싸워야 한다면 싸우는 거다. 져도 좋다. 비겁하게 회피하는 것보다는 싸우다 지는 쪽이 훨씬 덜 쪽팔리는 거니까. 문득 고개를 돌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다본다. 바로 거기, 내 열여섯의 생이 저무는 곳에, 가로등이 깜박거리며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레 앞으로 한 발을 내딛는다. 저 앞에는 또 다른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난 그날 이후 한 가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모든 진실은 그것을 알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그 문을 열어 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소설BLUE는 나무옆의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청소년문학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