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쌍웅> 백화촌(百花村)의 소년 방(房), 이 작은 방은 실로 괴이했다. 사방 너비가 삼 장(丈) 남짓한 이 방은 도대체 문은 물론이거니와 조그만 바람구멍 하나 나 있지 않았다. 더욱이 으레 방에 있어야 할 침상이나 주전자, 찻잔, 심지어 방을 장식하는 장식품 하나 없었다. 다만 밀폐된 공간 중앙에 탁자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 탁자엔 지금 한 사람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사십대의 중년인이었다. 방도 이상했지만 사람은 더욱 이상했다. 일신에 걸친 것은 무릎까지 덮는 긴 회색장포였다. 표정 하나 없이 밀납처럼 창백한 얼굴과 얼굴 위로 길게 그어진 검흔(劍痕)은 섬뜩한 공포감마저 일게 했다. 그는 탁자의 일부분인 양 오랫동안 돌조각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섬뜩한 빛을 뿌리며 움직이는 그의 두 눈만 아니라면 아무도 그를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눈은 탁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탁자에는 주사빛 장검 한 자루가 흐릿한 유등(油燈) 불빛 아래 을씨년스런 귀기(鬼氣)를 뿜어 내고 있었는데, 그 옆에는 글씨가 빽빽이 채워진 양피 첩지(帖紙)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회포중년인의 눈은 지금 양피지의 글씨를 훑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