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령> [맛보기] 序 章 (I) 千年의 魔 우웅…… 우웅……! 울음(哭) 오싹한 전율을 자아내는 괴귀(怪鬼)스런 곡성(哭聲)이 들려오는 곳. 이곳은 어디인가? 사시사철 자욱한 혈무(血霧)가 영겁(永劫)의 세월을 두고 휘장을 하듯이 두르고 있는 산(山)이었다. 묘봉산(妙峯山). 천년의 대도(大都)인 연경(燕京)의 서북방(西北方) 사십여 리에 위치한 석산(石山). 북쪽으로는 만리장성(萬里長城)의 웅자가 보이고, 장성을 잇는 성곽(城廓)이 아픔처럼 눈을 찔러왔다. 난립한 괴석(怪石)과 검날을 박아놓은 듯한 산세. 허나, 이곳은 일년 내내 짙은 혈무에 가려진 곳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신비를 자아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인들은 이 산에 서려있는 끔찍한 저주(詛呪)에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이 유곡(幽谷)의 침침한 늪에 서린 저주를……! 뭉클…… 뭉클……! 혈무(血霧). 피(血)보다 더 진하고 소름끼치는 혈무. 그것이 지금 묘봉산 마화(魔花)처럼 휘감고 있었다. 이곳에서 괴이한 호읍(號泣), 호곡(號哭)과 호원(呼寃)이 들려오고 있었으니, 우웅……! 우웅……! 울어라! 호곡(號哭)도 아니요, 망자(亡者)의 고락(苦樂)은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윤회(輪廻)에 영탁(鈴鐸)한 울음으로 영적(靈蹟)을 낳은 것이니…… 유명(幽明)에 파묻인 나(我)의 영(靈)이 염리(厭離)의 행로(行路)에 서성이도다. 죽음(死)의 늪에서…… 파리한 영혼(靈魂)은 영월(令月)의 유회(幽懷)를 부둥켜 안고, 영념생멸(永恬生滅)의 희비(喜悲)속에서…… 나(我)는 유수(幽遂)같은 늪에서 허우적거리니. 혈혈(孑孑)이 딛고 일어선 대지(大地)에, 벽력(霹靂)의 저주(詛呪)을 퍼붓고, 천년의 잠자던 마(魔)를 일깨워 영원불멸(永遠不滅)이 마도(魔道)를 이룰 것이다. 일어나라! 마(魔)여―! 천년의 위대한 마(魔)의 혼백(魂魄)이여!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라! 오오……! 저 한탄과 저주(詛呪)가 서린 울부짖음. 그것은 구천유부의 암계(暗界)에서 흘러 나오듯 사이(邪異)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으니, 누구의 울음인가? 세인들의 아득한 기억은 하나의 가공할 인물을 떠올린다. 전설이 말하는 마인(魔人). 진정한 마도(魔道)를 추구하던 마의 화신(化身).
<살검록> [맛보기] * 제1장 多情魔劍 다정마검(多情魔劍) 매월성(梅月星)! 살인청부업자(殺人請負業者)! 이것이 그의 직업이다. 황금의 대가로 사람을 죽인다.그의 손에 황금만 쥐어주면 그는 귀신도 모르게 사람을 죽인다. 그러나 그에게 청부(請負)를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첫째, 아름다운 여자의 청부만을 받는다. 둘째, 순결을 잃은 여자의 청부는 받지 않는다. 셋째, 죽이기 싫은 사람의 청부는 거절한다. 넷째, 청부가 성사되면 그에게 순결을 바쳐야 한다. 매월성은 이렇게 거창한 조건을 내걸었다. 사람들은 그를 미친놈이라고 콧방귀를 흘렸다. 그러나, 삼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매월성을 중원제일의 살인청부업자(殺人請負業者)로 인정해 버렸다. 다정마검 매월성!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중원무림(中原武林) 없다. * * * 백소옥(白素玉)! 올해 나이 18세. 남창성주(南昌城主) 백천일(白天一)의 딸. 그녀에게 지난 삼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의 순간이었다. 백소옥은 처음 보는 사내의 앞에서 옷을 벗어야 했다. 마고를 벗고, 속치마를 벗었다. 떨리는 손으로 젖가리개를 벗어던졌다. 하나 남은 고의를 벗을때는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까지 사내에게는 발가락 하나 보이지 않았던 그녀가 얼굴도 모르는 사내 앞에서 알몸이 되었다. 사내가 돌아서라면 돌아섰다. 두 팔을 벌리라고 명령하면 팔을 벌렸다. 목욕을 하라면 사내가 보는 앞에서 목욕을 했다. 백소옥은 입술을 수백번도 더 깨물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자신을 후회했다. 백소옥은 스스로 모욕과 악몽의 수렁에 몸을 내던졌다. 그녀가 찾은 사람은 다름아닌 다정마검 매월성이었기에... 차라리 죽고 싶었다. 그러나 백소옥은 죽음을 생각할 수 없는 몸이었다. ---백소옥! 너는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모욕도 참아야 한다. "그것도 벗어." 매월성은 짤막하게 말했다. 그는 방안의 침상에 걸터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백소옥은 떨리는 시선으로 매월성을 바라보았다. 흐트러진 머리결. 반듯한 이마와 잘 조화된 오관은 옥을 다듬어 놓은 듯하다. 권태로워 보이는 눈빛은 안으로 침잠되어 있고, 술잔을 받쳐든 손은 여인의 손처럼 아름답다.
<신기무제> 노을이 지고 있다. 동정호(洞廷湖)의 수려한 절경 위에 그림같이 자리한 하나의 산장이 노을 속에 묻혀가고 있다. 백운성(白雲城). 십팔만리 중원대륙은 광활하다. 그러나 중원대륙이 아 무리 광활할지라도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 면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도천(正道天). 물경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대소문파만도 백여 파에 이르나 백운성은 그들의 하늘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한 자루의 싸늘한 검 끝에 부평초와 같은 생명을 의지 한 채 약육강식의 상태가 숙명처럼 되어버린 무림이람 이질적인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그 누구도 넘보지 못 할 굳건한 야성을 지켜온지 어언 이백년. 이제 그 명성은 정도무림(正道武林)의 종주(宗主)라는 구대문파(九大門派)는 물론이요 마도(魔道)와 사도(邪 道), 세외무림(世外武林)을 망라해도 백운성의 위명은 저 하늘의 태양처럼 광휘로운 것인데. 어찌 사람들이 상상이나 했으리오. 향차 중원무림의 피(血)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어 버 릴, 그래서 더더욱 무서운 일대 괴사(怪事)가 바로 이 백운성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맛보기] * 第一章 大血風의 序章 노을이 지고 있다. 동정호(洞廷湖)의 수려한 절경 위에 그림같이 자리한 하나의 산장이 노을 속에 묻혀가고 있다. 백운성(白雲城). 십팔만리 중원대륙은 광활하다. 그러나 중원대륙이 아무리 광활할지라도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도천(正道天). 물경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대소문파만도 백여 파에 이르나 백운성은 그들의 하늘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한 자루의 싸늘한 검 끝에 부평초와 같은 생명을 의지한 채 약육강식의 상태가 숙명처럼 되어버린 무림이람 이질적인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굳건한 야성을 지켜온지 어언 이백년. 이제 그 명성은 정도무림(正道武林)의 종주(宗主)라는 구대문파(九大門派)는 물론이요 마도(魔道)와 사도(邪道), 세외무림(世外武林)을 망라해도 백운성의 위명은 저 하늘의 태양처럼 광휘로운 것인데. 어찌 사람들이 상상이나 했으리오. 향차 중원무림의 피(血)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넣어 버릴, 그래서 더더욱 무서운 일대 괴사(怪事)가 바로 이 백운성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 * * 철거렁...... 철가랑...... 듣는 사람의 등골을 오싹한 전율로 엄습하는 괴로운 이 소리.
<무림어사> [맛보기] * 序 章 I 얼굴 다섯. 얼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얼굴 다섯(五名). 강호(江湖). 잔잔한 강호의 호심(湖深)에 일대 파문을 던져 놓았던 얼굴들. 무림사(武林史)이래 가장 신비하고 통쾌한 승부사였던 오인(五人). 천외오군자(天外五君者)― 스스로 그렇게 불리기를 원했던 얼굴 다섯 개, …… 매(梅), 란(蘭), 국(菊), 죽(竹), 송(松). 허나, 묘하게도 그 이름들은 그들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도 더욱 유명했다. 매(梅)― 역맹자(逆盲者)……! 이 시대가 탄생시킨 희대의 살성(煞星), ― 알려하지 마라. 만나지도 말라. 만약 재수없게 그를 만났다면 당신의 목이 제자리에 붙어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자칫 잘못하면 땅에 떨어진 당신의 목이 목없는 당신의 몸뚱아리를 바라보게 될테니까? 세상은 춥고 더럽다…… 강호는 더욱 춥고 더럽다. 더럽고 추한 세상이 보기 싫어 스스로 자신의 두 눈을 파낸 인물. 그는 세상이 춥다고 한 여름에도 두터운 솜옷을 입고 다닌다. 정대쾌검의 달인(達人). 섬전일혼류(閃電一魂流). 빛보다 빠른 이 쾌검법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대방의 목을 꿰뚫는다. 란(蘭). 흑탑천황(黑塔天皇). 정확히 구척 두치의 신장을 가진 흑면거한(黑面巨漢). 전신이 도검불침(刀劍不侵)인 금강불괴(金剛不壞)지신으로, 그가 시전하는 삼십육 혼천대력패황권(混天大力覇荒券)은 능히 사해를 뒤집고 만근의 거석(巨石)도 가루로 만든다.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이다. 나는 남들보다 표적(?)이 커서 빗나간 화살에도 곧잘 얻어맞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금강불괴지신을 연성한 것 뿐이다. 게다가, 나는 몸집에 비해 어울리는 병기가 없다. 할 수 없이 나는 길이가 일 장이나 달하고 무게가 칠백근이나 달하는 철봉을 독문병기로 가지고 다닌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억울하다. 매일같이 억울하다고 푸념을 늘어놓은 이 인물. 그래서 더욱 재미(?)있고 친근해지고 싶은 인물이다.
<무혈> [맛보기] * 서장 아들아! 새하곡을 불러다오! ― 새하곡에 영웅의 넋(魂)은 잠들고……. 중천고월을 바라보며 한 마리 상처 입은 야수가 통곡하노니! 악양(岳陽)! 호남성(湖南省)의 북부에 위치한 고도(古都). 동정호(洞庭湖)가 이곳에 위치해 있으며 악양루(岳陽樓)가 있다. 두보(杜甫)의 시(詩) 등악양루(登岳陽樓)로 더욱 친숙한 곳이다. ― 옛날 들은 동정의 물 지금 오르는 악양루. 오초를 동남으로 물리치고 건곤일 밤에 뜨는도다. 친구 소식 한자 없고, 늙고 병들어 외로운 배만 있네. 초옥(草屋)! 갈대잎을 엮어 올린 초옥은 허름하기 이를 데 없다. 천장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하늘이 보였고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면 금방 날아갈 것 같다. "헉, 허억!" 한 사람이 가쁜 숨을 토하고 있다. 썰렁한 방안에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람. 나이는 대략 오십여 세.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깡마른 체구에 오른팔과 한쪽 눈을 잃은 불구(不具)였다. 안색은 오랜 투병으로 인해 누렇게 변해 있었으며 숨을 내쉴 때마다 깡마른 체구가 힘겹게 들썩거렸다. 그 옆에는 한 명의 청년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대략 이십 세쯤 되었을까? 몸에는 여기저기 기움질을 한 허름한 백의(白衣)를 걸치고 있다. 각이 진 사각(四角)의 얼굴에 짙은 검미(劍眉)가 한층 그의 강인한 인상을 두드러지게 했다. 눈은 사자(獅子)의 눈을 닮았으며 전체적으로 얼굴의 선(線)이 굵고 시원하다. 떡 벌어진 어깨와 넓은 가슴을 지닌 건장한 청년이었다. 강인한 야성(野性)을 짙게 풍기는 청년. 여인이면 누구나 그의 넓은 가슴에 안겨 보고픈 욕망을 느끼리라! 더욱 신비한 것은 청년의 눈이다. 놀랍게도 청년의 눈동자를 자세히 보면 두 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눈동자 속에 그림자처럼 자리잡고 있는 또 하나의 눈동자. 두 겹의 눈동자! 전설(傳說)은 말한다. ― 이형신안(二形神眼)!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영웅 초패왕 항우(項羽)! 그가 두 겹의 눈동자를 지닌 이형신안의 인간이라고 사서(史書)는 전한다. 천년(千年)에 한 명 태어나기 힘들다는 신인(神人). 그 이형신안의 인간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깡마른 초로노인은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 듯 허덕였다.
<마벌> 한 마리 고독한 늑대가 중원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 인간의 피를 부르는 저주 마검이 들려져 있다. 그의 마검을 보고 살아 남은 사람은 없다. 꿈을 꾼다. 하얀 꿈! 백몽을…! 악마의 유희와 쾌락이 떠도는 하얀 악몽!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천하인들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그를 건드리지 마라! 그의 세 치 혀를 조심하라. 그의 세 치 혀는 하늘을 우롱하고 땅을 뒤엎을 수 있으니…! [맛보기] * 序 Ⅰ 六大魔閥의 章 전설(傳說)을 아는가? 언제부턴가 십팔만 리(十八萬里) 광대무변(廣大無邊)한 대륙천하(大陸天下)를 지배해 온 공포(恐怖)와 전율, 그리고 신비(神秘)를 두르고 있는 두 가지 전설을! 대륙천하(大陸天下)를 지배해 온 두 가지 전설(傳說)! ― 존재하지 않는 전설(傳說)! ― 존재하는 전설(傳說)! 존재하지 않는 전설이 있다. ― 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대륙천하(大陸天下)의 육방(六方) 에, 천하는 물론 하늘(天)까지 지배할 수 있는 가공(可恐)한 힘(力)의 집체(集體)들이 있으니― 그들을 육대마벌(六大魔 閥)이라 칭하노라! 존재하지 않는 전설― 육대마벌(六大魔閥)! 일명 여섯 개의 대륙(大陸)이라고 칭한다. 그들은 천리(天理)를 비웃을 수 있고 악마를 부릴 수 있는 힘을 지녔으며, 그림자나 족적을 남기지 않았다. 육대마벌(六大魔閥)―! 그 첫번째! 은하광겁천(銀河廣劫天)―! 천공(天空)에 떠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하성좌(銀河星座)들―! 그 은하성좌의 정기(精氣)를 받고 태어난 일만(一萬)의 가공할 힘을 가진 절대기재(絶代奇才)들이 살고 있다는 절대신비지(絶代神秘地)! 전설은 이렇게 말했다. ― 그곳의 세 살 먹은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당금 황자(皇子)의 태학(太學)이신 광문통천대선생(廣文通天大先生)조차 그 아이의 발꿈치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만일 그들이 현세(現世)에 나타난다면 천하대성현(天下大聖賢)들의 가르침을 적은 천하의 모든 유학경전(儒學經典)들을 처음부터 그들의 의견을 쫓아 다시 써야 할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삼국시대(三國時代)의 제갈공명(諸葛孔明)조차도 이 은하광겁천에서 낙제(?)를 받고 쫓겨난 인물이라 하였으니―!
<고혼혈루> 아버님! 소자는 이후의 삶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만천지계에서 제가 살아 남을 수 있는 확률은 백만분의 일도 안 되기 때문이옵니다. 저에게 이런 길을 가도록 가르치신 분은 아버님이십니다. 만천지계!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계획되었다. 천하의 운명을 놓고 두 사람이 도박을 벌인다.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나 그 향방에 따라 천하의 운명이 좌우된다. 추상같은 사부의 자살 명령이 떨어졌다. 사제의 검이 어둠 속에서 목을 조여오고 있다. 귀계와 암투가 숨막히게 펼쳐지고 가인의 탄식과 충사의 한숨은 끊이지 않는다. 외로운 영웅의 혼이 피눈물을 자아낸다. [맛보기] * 序章 武林公敵 백리홍 제남고성(濟南古省)에서 북으로 십여 리, 완만하고도 나지막한 방대한 야산(野山)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무림(武林)의 절대성지(絶代聖地)! 검을 잡은 무림인이라면 이곳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제왕성(帝王城), 일명 정도천(正道天) 이라고도 불리우며, 무림발원(武林發源) 혹은 고금무림의 방대한 정종무림(正宗武林)이 이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하기도 한다. "아아악!" 비단폭 찢어지는 듯한 여인의 비명소리가 창백한 달빛을 받아 빛나는 대지위 무한의 공간속으로 펴져 나갔다. 그러자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단 제왕성에 대낮처럼 횃불이 밝혀졌다. 쉬아아앙! 비명소리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야천(夜天)으로 유성처럼 날아가는 사람이 보였다. "단우소저의 침실쪽이다!" "소저가 위험하다!" 제왕성 내외각의 경계를 서던 무사들이 일제히 그를 추격해 갔고, 또 다른 무리들은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다음날, 무림에는 경천동지할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옥수정랑 백리홍이 단우옥결을 겁탈하려 했다!〉 〈그는 만취상태에서 단우소저에게 춘약을 강제로 먹이고 그녀를 범하려 했다가 발각되자 도주했다.〉 순식간에 강호무림은 벌집을 건드려 놓은 것처럼 변했다. 준수한 외모와 부친 백철암으로부터 물려받은 광명청대한 심성으로 지금까지 무림의 보옥으로 칭송 받은 옥수정랑 백리홍. 그가 여인을 겁탈하려 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키워준 사부의 무남독녀를! 사람들은 둘만 모이면 이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무림의 평화속에서 안일해져가는 무사정신을 한탄했다. 그들에게 다시 충격적인 소식이 다음날 들려왔다.
<고검풍운> 천장지비(天藏地秘)라는 말이 있다. 존재하고 있으되 어디엔가 깊이 파묻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일종의 신비(神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많은 신화(神話)와 혹은 전설(傳說)이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강호무림(江湖武林)에는 유난히 신화와 전설이 많다. 여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있다. --창해옥룡(滄海玉龍) 연소월(燕素月)! [맛보기] * 第 一 章 武林共敵 천장지비(天藏地秘)라는 말이 있다. 존재하고 있으되 어디엔가 깊이 파묻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일종의 신비(神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에는 많은 신화(神話)와 혹은 전설(傳說)이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강호무림(江湖武林)에는 유난히 신화와 전설이 많다. 여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있다. --창해옥룡(滄海玉龍) 연소월(燕素月)!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세상에 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또한 그를 아는 사람도 없다. 창해옥룡 연소월! 현존하는 무림인 중에 연소월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이름은 어느날엔가 갑자기 세상에 알려졌다. --창해옥룡 연소월을 척살하라! 정도무림의 중추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구대문파(九大門派)와, 마도무림의 하늘이라고 불리우는 천마신전(天魔神殿)에서 동시에 내려진 척살명령! 무림은 경동했다. 정사무림(正邪武林)의 공적! 이는 곧 천하의 공적을 의미한다. 누구든 그를 죽이면 정도무림(正道武林)에서는 물론이요, 마도무림(魔道武林)의 영웅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소월을 죽였다는 사람은 없다. 더욱이 그를 보았다는 사람도 없었다. 이름이야 세상에 알려졌으나, 정작 그의 나이가 몇 살이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까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물며, 창해옥룡 연소월이 여자(女子)인지 아니면 남자(男子)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연소월이라는 이름 석자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연소월을 죽이기위해 혈안(血眼)이 되어있었다. 누구든 연소월의 이름을 거론하고 나면 그 다음날은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술취한 기분에 어쩌다가 연소월이라는 이름을 거론했다가 영문도 모르는 채 죽어간 사람도 있었다. 그로 인해 중원무림에는 또 하나의 불문율이 생겨났다. --연소월을 아는 사람은 죽는다.
<지옥천하> 사야. 죽음의 아비라 불리는 섬뜩한 이름. 그것이 바로 경무태자가 중원에 선보일 죽음의 의미다. "경무, 대로는 악행이 선행으로 통용되는 시대도 있다. 그것이 바로 당금의 국운(國運)이다. 이를 명심하도록." "예, 폐하. 그것은 이미 십년 전에 이 경무의 가슴 깊이 자리한 것. 지옥천하가 사라지는 날까지 이 사야라는 이름과 함께 영원할 것입니다." 서서히 경무태자는 일어섰다. 사야라는 새로운 운명을 딛고 일어선 것이다. 그의 걸음은 한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옮겨지고 있었다. 그곳은 다름아닌 지옥천하라 이름이 붙은 중원무림! 사야(死爺)! 황제인 홍희제가 태자 경무에게 죽음의 의미로 부여한 그 이름. 그가 한 자루 고검을 차고 암암한 검정중원(劍征中原)으로 들어서고 있다. 폭풍! 황실에서부터 시작된다.
<절정검호> [맛보기] * 序 章 제이인자(第二人者)들의 고독(孤獨)! 이 영혼(靈魂)을 악마(惡魔)에게 팔아 나를 잃더라도, 약한 두 팔보다 강한 한 팔이 천하최강자의 길이라면 스스로 한 팔을 잘라가면서라도 이 시대가 나를 천하제일인자로 부르게 할 것이네. <미안하지만 이제는 거부하려 하오. 운명(運命)이 손짓하고 하늘이 유혹해도 이제는 소용없소. 영원한 이인자(二人者)로 남아야 했던 그 고독(孤獨)의 세월은 차라리 지옥(地獄)이었소. 그래서 이제는 거부하오. 지금 나에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천하제일인의 저 권좌(權座)일 뿐이오.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의 고독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오. 한순간의 미소를 찾기 위해… 내 사랑도… 내 청춘도… 내 열혈의 피도 버린 지 오래라오.> 인간(人間)들아!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제이인자(第二人者)들의 가슴에 이끼처럼 깔려 있는 고독(孤獨)과 한(恨)이 얼마나 처절한가를 함부로 속단하지 마라! 술독에 목을 처박고… 저 하늘마저도 거꾸로 내려다보며 달래려 해도 쓰다듬을수록 아픈 상처만 더해 가는 상흔을 세치 혓바닥에 떠올리지 마라. 좌절이 끈질긴 유혹으로 다가오고 절망이 계집의 입술처럼 찾아들어 내 목숨을 요구할 때가 어디 한두 번이요, 어제오늘의 일만이었더냐? 무인(武人)의 숙명(宿命)을 안고 태어나 한 자루의 검만 주어진다면 동천(東天)의 태양이라도 갈라놓을 수 있고, 두 개의 육장(肉掌)이면 삼산오악(三山五嶽)을 요절내 버릴 수 있으며, 몇 근 머리로는 저 하늘이라도 우롱하고 황금빛 수실의 장창(長槍)으로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호령하며, 광야를 한 마리 철사자(鐵獅子)처럼 질타하면 무엇하랴. 이 시대가, 오늘의 역사가, 중원의 무림(武林)이 그리고 저 말많은 인간들이 나, 나를 이인자(二人者)라 부르는 것을. 사람들아! 그대들은 아는가? 천하제일(天下第一)을 꿈꾸어 오던 가슴에 이인자(二人者)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汚名)이 안겨졌을 때의 마음을……. 내 청춘의 야망이 한순간에 허전한 빛무리처럼 흔적 없이 스러졌을 때의 그 절망을 아는가? 내 사랑을 밤의 불길처럼 태우고……. 내 피로 씻은 한 자루의 검으로 황야를 훑어냈거늘……. 허헛! 그랬더냐? 이 시대의 역사는 나를 고작 이인자로 말하더란 말이지.
<규한록> 그는 出生조차 비밀에 가려졌다. 열다섯 살의 나이에 모든 것을 잃었다. 어머니는 정절을 짓밟히고 혀를 깨물었다. 누나의 설익은 육체는 늑대의 먹이가 되었다. -- 나를 믿어! 최소한 내 부모와 누나가 어떻게 죽어가는지는 보아야 하잖아. 그들에게 돌려 주어야 하니까! 한 사나이의 피맺힌 복수가 시작된다. [맛보기] * 序 章 전설(傳說)의 가문(家門) 신기일문(神技一門) 1 무이산(武夷山)! 복건성(福建省)과 강서성(江西省)으로 웅장하게 뻗어 있는 명산(名山)! 주자(朱子) 강학(講學)의 문공서원(文公書院)이 바로 이곳에 있으며, 죽제와 죽순이 많기로 유명하다. 밤(夜)!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간간이 승냥이의 울음소리만 을씨년스럽게 들려오는 무이산은 깊은 정적에 무겁게 짓눌려 있다. 휘이익! 그때 깊은 정적에 휩싸인 무이산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몸에는 백의(白衣)를 걸쳤지만 그의 옷은 벌겋게 변해 있었다. 피(血). 그의 몸은 깊은 자상(自傷)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피가 발밑을 적셨다. 나이는 대략 사십여 세, 깡마른 체구에 강퍅한 인상을 지녔다. 그는 힘겹게 무이산을 오르고 있다. "으으!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무이산을 넘어야 한다." 중년인의 눈빛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하게 떨렸다. "이 추풍객(秋風客) 모위(毛委)의 손에 천하무림의 운명이 걸려 있다." 추풍객 모위! 중원무림에 대해 웬만큼 견문이 있는 사람이 추풍객 모위라는 이름을 들었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중원에서 가장 빠른 인물! 사람들은 모위를 가리켜 그렇게 불렀다. 휘이익! 모위는 부상당한 사람 같지 않게 빠르게 무이산을 오르고 있다. 그것은 집념이었다. 만약 초인적인 집념과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 없었다면 그는 이미 쓰러졌다. "천황성(天皇城)!" 모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천황성이라는 이름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 것 같았다. ― 天皇城! 중원무림에 그 이름만 알려진 문파다. 이름만 알려졌을 뿐 존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모위는 달리면서 계속 중얼거렸다. "그들이 신기일문(神機一門)의 비밀을 알아냈다." 신기일문! 아득한 전설(傳說)이 말하는 위대한 가문이라고 했다. ― 天下를 얻고 싶다면 神機一門의 지혜를 얻어라! 천년을 이어온 중원무림의 전설(傳說)!
<검호> 밀막(密幕).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해 오던 이 비밀세력. 천하의 모든 비밀을 움켜쥐고 있어 세인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로 존재해 왔었다. 어느 날, 그들에게 십자성련의 모든 비밀을 풀어 달라는 청부가 하나 들어온다. 그로부터 십년 후, 청부자의 손으로 전해진 밀지(密紙)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십자성련의 비밀을 알아낸다는 것은 대우주의 신비를 캐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불가능하다는 이 한 마디만을 적어 보낸 채, 그 날로 밀막의 존재는 중원무림에서 사라져 버렸다. 절대신비란 있을 수 없는 무림의 통속적인 철칙을 부수어 버렸다. 그리고 십자성련은 지금까지 영원히 밝혀질 수 없는 절대신비의 아성을 영구히 지켜오고 있었다. 십자성련, 과연 그들의 실체는……. [맛보기] * 서장. 어둠 그리고 음모 절대신비(絶對神秘)의 십자성련(十字星聯)……. 그 은성(隱城)의 어둠 속으로 음모자(陰謀者)들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검(劍)을 든 무인(武人)들은 밤하늘에 유난히도 반짝이는 십자성(十字星)을 바라보고 있었다. 삼천 년 전 무림의 절대신비로 존재해 온 십자성련(十字星聯)을 생각하며……. 십자성련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그러나 십자성련에서는 그대의 발가락 모양까지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으나, 오래 전부터 인간이라 불리는 것마저도 거부해 버렸다. 그래서 무림사(武林史)를 관장해 온 낡은 사적(史籍)에는 이런 경고로 그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십자성(十字星)을 향해 섣불리 검을 뽑지 말라. 그것이 승부의 검(劍)이라면 더더욱 섣불리 뽑지 말라. 그대가 무심코 십자성을 향해 잘못 뽑아 든 검은 그대의 생사(生死)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십자성련은 검끝이 그들을 향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대체 자부심이 어디까지이기에, 검끝이 그들의 상징인 십자성을 향하는 것조차도 용납치 않는가? 밀막(密幕).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해 오던 이 비밀세력. 천하의 모든 비밀을 움켜쥐고 있어 세인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로 존재해 왔었다. 어느 날, 그들에게 십자성련의 모든 비밀을 풀어 달라는 청부가 하나 들어온다. 그로부터 십년 후, 청부자의 손으로 전해진 밀지(密紙)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십자성련의 비밀을 알아낸다는 것은 대우주의 신비를 캐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고검명> 벽혈명에 이은 홍파(홍파) 무도소설 검후의 신검은 부러졌다! 무림성녀가 타락한 몸뚱이로 밤을 찾는다. 도제는 왜 애도를 동정호에 내던지고 주정뱅이가 됐는가? 무림의 거성들! 정사십팔존이 어느날 과거를 잃었다! 그리고 경진년 진월 진일 진시에 태어난 두 사람의 뒤바뀐 운명. 광한궁에서 시작된 거대한 음모! 이제 고검명의 숨가쁜 여정이 시작된다. [맛보기] * 序 章 天機漏泄 곡생(曲生)은 허기로 뱃가죽이 달라붙는 것 같았다. 방안이며 부엌을 뒤져 요기할 것을 찾아보았지만 배를 채워 줄 만한 음식은 없다. 옆방에서 배고파 우는 손자의 울음소리도 힘없이 잦아들고 있다. 말라붙은 솥뚜껑을 덮고 일어서는 곡생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토해냈다. "지지리 복도 없는 놈이지." 올해로 일흔 다섯 번의 한서(寒暑)와 풍파를 겪어 온 곡생. 얼굴에 새겨진 골 깊은 주름살이 질곡(桎梏)의 삶을 말해 주고 있다. 곡생의 집안은 삼대(三代)째 가난을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왔다. 자식에게만은 곤궁한 삶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맹세도 물거품이 된 지 오래다. "가업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가업이야." 곡생은 아침을 굶은 화풀이로 죽통(竹桶)과 동전 꾸러미를 방바닥에 팽개쳤다. 발 밑에 난잡하게 흩어진 동전과 죽통을 바라보는 곡생의 눈에 갈등의 빛이 역력했다. 일흔다섯 인생이 담긴 손때 묻은 죽통과 동전이다. 그나마 이것도 없으면 손자 놈의 입에 풀칠을 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곡생은 바닥에 앉아 죽통에 동전을 주워 모았다. "그 놈의 돈이 뭔지?" 가업으로 이어받은 점술(占術)로 다섯 식구가 살아가기란 쉬운 게 아니다. 세상이 태평해서인지 점을 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한 달에 고작 한 명 꼴이다.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온 손님도 복채(卜債)를 부르면 고개를 젓고 발길을 돌리기가 십상이다. "하룻밤 계집년 품에 털어 넣는 돈이 얼만데." 육십이 다된 한숭(韓崇)이란 늙은이는 얼마 전 백화루(百花樓)의 기녀(妓女)를 하룻밤 끌어안고 뒹군 대가로 황금 세 냥을 날렸다며 곡생의 기를 죽였다. 죽통을 들고 일어선 곡생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대체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곡생의 코 앞에 한 명의 여인이 고요하고 정숙한 자태로 서 있는 게 아닌가. 관능적이며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미녀(美女). 흑백이 또렷한 한 쌍의 눈은 지적일 정도로 맑게 빛나고 있었으며 코와 입을 연결하는 삼각 구도는 흠 잡을 데 없다.
<독행기> [본문 미리보기] * 제1장 타락한 英雄들! 술(酒)!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술을 찾는다. 그리고 그가 잠자리에 누울 때는 항상 이성(理性)을 가눌 수 없을 만큼 만취(滿醉)해 있는 상태였다. 술은 그가 평생을 마셔도 될 만큼 창고에 쌓여 있다. 기분이 좋아도 술을 마셨고, 침울하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도 술을 마셨다. 비가 오는 날도 마셨고, 눈(雪)이 쌓였을 때도 마셨다. 마시는 술(酒)의 종류도 매일 달랐다. 귀주(貴州)의 모태주(茅台酒). 노주(盧州)의 대맥주(大麥酒). 경지(景芝)의 고량주(高粱酒). 강남(江南)의 화조주(花調酒)……. 그가 마시는 술은 모두가 구경하기 힘든 천하의 명주(名酒)들이다. 술은 그의 인생의 전부이자, 삶의 유일한 의미였다. 어쩌면 그가 살아서 숨쉬고 있는 이유도 그 옆에 술이 있기 때문이리라. 한 잔의 술과 그리고 잘 익혀진 곰발바닥의 안주. 옆에는 두 명의 아름다운 여자가 그의 술시중을 든다. 두 여인은 모두 매미날개 같은 짧은 나삼(羅衫)을 걸치고 있었다. 풍만한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보이는 도발적인 옷차림이었다. 한 여자가 그에게 술을 먹여 주면, 또 한 여자는 안주를 들고 그가 안주를 받아먹을 때까지 경건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술을 마시지만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술을 마시는 이 사람. 나이는 대략 오십여 세. 반백의 머리는 흐트러져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다. 주독(酒毒)이 올라 있는 얼굴은 선(線)이 굵고 뚜렷했다. 특히, 부리부리한 호목(虎目)과 융준(隆準)한 콧날은 강한 인상을 주었다. 얼굴만 놓고 본다면 결코 제왕(帝王)의 풍도(風度)에 부끄럽지 않다. 또 한 잔의 술을 권하는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언뜻 그의 얼굴에 고뇌의 그림자가 스쳐갔다. 세상의 고통과 번민을 송두리째 간직한 사람처럼 그의 입술에서 한숨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 나는 누구인가? 두 여인은 돌연한 물음에 당혹했다. 두 여인이 잠시 말이 없자, 그는 고개를 들어 푸른 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 기억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초점을 잃은 그의 눈빛은 꿈을 꾸듯 몽롱했다. "내가 누구이며, 왜 이곳에서 너희들과 함께 술에 파묻혀 살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는 옆에 쌓여진 술통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 천하명주(天下名酒)는 어디서……?"
<철혈마혼> [맛보기] * 第 一 章 피눈물을 흘리는 佛像 숭산(崇山)의 소실봉 무림(武林)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찌 이곳을 모를까. 불문(佛門)의 성지(聖地)요, 무림의 태산북두(泰山北斗)로 불리우는 불문무학(佛門武學)의 총본산으로 천하인 들이 머리를 숙이는 곳. 대소림사(大少林寺). 보리달마(菩提達磨)이래로, 천년 유구의 세월 동안 정도무림(正道武林)의 절대적인 지주(支柱)로소 뿐만이 아니라 무학(武學)의 전당으로 모든 무림인들의 존경과 흠모를 받아온 대사찰. 소림의 위명은, 아무리 과장을 늘어놓아도 허물이 될 수 없을 정도로 그 고고한 반석은 마련했다. 밤(夜). 하늘에는 이즈러진 편월(片月). 창백한 월광(月光)은 삼월의 퇴색한 산야(山野)를 삭막하게 수놓고 있다. 불문의 성지라는 이 대사찰의 밤은 은하수의 흐름과 함께 깊어만 가는데 야반삼경이 넘었건만 대웅전(大雄殿)에서는 은은한 불경(佛經)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생이진(我生已盡)…… 범행소립(梵行所立)…… 소작이변(所作已辨)…… 불수후유(不受後有)……" 아무리 악마(惡魔)의 심성(心性)을 지닌 사람이라도 이 적막한 밤의 고요 속에서 들려지는 이 불경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악마의 심성을 말쑥하게 다듬어 내릴 수 있는 불경소리. 향연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대웅전. 가물거리는 촛불 아래 한 명의 노승(老僧)이 가지런히 두 손을 합장하고 있다. 지긋이 두 눈을 내리 감고 있는 노승. 쭈굴쭈굴한 주름으로 뒤덮인 얼굴만으로는 도저히 나이를 짐작할 수 없고, 반면에,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뛰어난 구석이라고는 단 한군데도 찾을 수 없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노승인데, 단 한 가지 믿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누구나가 이 노승을 일견한다면 평범함 속에 감추어져 있는 고절함에 묵직한 충격을 느끼고 말 것이다. 뭐랄까? 불력(佛力)! 보잘 것 없는 이 노승의 저 모습이면에는 불타(佛陀)의 장엄한 불력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 모든 중생의 업보를 한 몸에 간직한 듯, 공덕(公德)을 염원하는 노승의 모습은 갈수록 진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을까? 스으으으! 괴이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스산한 기운이 대웅전을 스쳐지나 감과 동시에, 향연과 촛불이 덩달아 춤을 추는 그때에야 노승의 굳게 감겨져 있던 두 눈이 어떤 기오한 예감에 조용히 떠졌다. 변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백야> 구주제일성! 불멸의 신화를 탄생시킨 무림의 성역! 십오야의 밤에는 어김없이 붉이 밝혀지는 구주제일성 의 아성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주제일성은 수많은 중원무림인에게 원한과 절망을 심어 주었다. 구주제일성에 도전했다가 패한 후예들. 그들은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죄인(罪人)처럼 어디선 가 비참하게 구차한 삶을 연명해 가야 했다. 죄인 아닌 죄인의 후예들. 그들은 언젠가 구주제일성의 신화를 무너뜨리기 위해 무서운 복수의 검을 갈고 있다. 과연, 구주제일성의 신화는 영원할 것인가? [맛보기] * 서장(序章) 1 신화(神話)! 신화는 창조(創造)되고 깨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한 자루의 검에 목숨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중원무림(中原武林)에는 수 많은 검의 신화가 창조되고 명멸해갔다. 지금으로부터 삼백 년 전! 중원무림에는 하나의 신화가 탄생되었다. 무림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위대한 신화. 〈구주제일성(九州第一城).〉 영원한 강자(强者)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중원무림에 구주제일성은 명멸할 수 없는 신화를 만들어 냈다. 구주제일성이 동정호(洞庭湖)의 군산(群山)에 세워지고 하나의 소문이 중원무림을 휩쓸었다. - 스스로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은 구주제일성으로 오라. 만약 그대가 구주제일성의 환우구천제를 꺾는다면 그대는 명실공히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다. 실로 광오한 소문이었다. 중원인들은 마친 소리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그들의 비웃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으로 변하고 말았다. 숭양도(崇陽刀) 위지천(慰遲天)! 탈명마검(奪命魔劍) 소소행(蘇小行)! 사황(死皇) 잠사풍(潛邪風)! 옥골음희(玉骨陰姬) 초매향(草梅香)! 중원무림의 내노라하는 거마효웅(巨魔梟雄)들. 구주제일성의 광오한 말에 코웃음을 흘리던 그들이 구주제일성의 환우구천제를 단숨에 요절내 버릴 듯 군산으로 달려 갔으나 그들은 십오야(十五夜)의 동정호의 물길에 시신으로 내던져 졌다. 당시 중원무림은 경동했다. 일문의 지존(至尊)들인 그들이 구주제일성의 환우구천제에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수 많은 사람들이 십오야에 동정호로 향했다. 천하제일인의 야망(野望)! 검을 든 무인(武人)이라면 누구나 지니는 야망이다.
<붕성> 성의 전면에 걸려 있는 거대한 황금 편액에는 용비봉무(龍飛鳳舞)의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다. 바로 천하 최강의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중원무림의 혼. 세상에서 웬만큼 검을 쓸 줄 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이라도 이십 척 높이의 이 황금 편액 하나만 보노라면 그대로 오체투지를 서슴지 않을 것이다. 붕성. 천만 중원무림인들의 꿈의 검원(劍院)이라고 불리는 붕성은 이런 모습으로 금릉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천하 최강의 세력인 붕성에서부터 화려한 막을 열게 된다. 한 시대에 숙명적으로 태어나 버린 두 명의 젊은 영웅. 이 그들의 야망과 사랑을 위해 벌이는 운명의 대결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그려질 것이다. [맛보기] * 第 一 章 天下雙才 태초에 인간들은 자신의 목숨, 혹은 지배욕을 충일시키기 위해 군집 생활을 하면서 힘을 길러 왔다. 부족에서부터 제국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 오면서 그 얼마나 많은 세력들이 자신들의 엄청난 힘을 과시하며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사라져 갔는가? 무림천하(武林天下)! 한 자루의 검과 강한 힘만이 모든 법규와 질서를 대신하는 이질적인 세계. 이곳에서의 숙명이라면 강한 힘만이 모든 영화와 운명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무림이라는 세계만큼 강한 힘의 집체가 웅크리고 있는 곳도 없다. 영웅과 호걸들이 천군만마(千軍萬馬)를 호령하며 이름을 드날리고, 미인과 요녀들이 화사한 웃음으로 영웅의 옷자락을 유혹하던 일화는 또 얼마나 많은가? 검정중원(劍正中原)! 그 백겁(百劫)의 역사가 말해 주듯 대륙의 광토 위로 혜성처럼 반짝이다 명멸해 간 영웅호걸과 개세적인 힘의 집체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삼천 년 무림사에 가장 영광된 이름으로 불린 불멸의 혼이 당금 시대에까지 그 맥을 이어 오니……. 붕성(鵬城). 삼천 년 중원무림사는 이 이름을 가장 존경된 마음으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어둠을 헤치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아니 구만 리 푸르디푸른 창천을 바라보면서 붕성이라는 중원의 위대한 혼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강함만이 모든 질서와 법규를 대신하는 무림이라는 이질적인 세계에서 단 한 번도 패배나 지배를 허락지 않고 저 하늘의 태양처럼 도도히 솟아 있는 무림의 거봉. 강함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많고도 많으나 붕성의 힘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말은 흔히 찾을 수 없다. 오로지 천하 최강이라는 말 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