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귀를 찢는 듯한 방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수십 여 명의 혈의인들이 손에 작은 방울을 들고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소혼령?”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던 여장천은 그 방울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소혼귀마의 등장이었다. 방울소리가 울리자, 지금까지 난동을 부려왔던 칠십여구의 만사강시들이 급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니미럴! 이젠 관속에 들어가야 할 노마(老魔)들까지 등장하는군.” 여장천은 술로 목을 축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실로 뜻밖의 등장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의사청의 앞에 서 있던 태모 벽담숙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진기가 담겨져 있어, 바닥에 깔린 화강암 반석사이로 먼지가 치솟을 정도였다.